최근까지 대선에 몰입해있어서 그런지 정치나 선거와 관련된 영화들을 많이 봤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영웅'이다. 기본적으로 영화 자체는 상당히 준수하게 연출된 웰메이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스토리 전개 자체가 워낙 드라마틱해서 그런지 긴장을 늦출 틈이 없었다. 오락영화로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의 원작인 웹툰 '롱 리브 더 킹' 시즌1의 애독자 입장이라면, 상당히 아쉬운 지점이 많을 것 같다. 영화라는 장르의 특성상 2시간 동안 모든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감정변화가 다소 뜬금없다고 느껴졌다. 예를 들어 목포를 주먹으로 장악한 주인공 장세출(김래원)이 강소현 변호사(원진아)에게 빰을 한대 얻어맞고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사랑에 빠진 뒤,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각오하고 행동에 옮기는 과정 역시 뭔가 동화처럼 느껴졌다.
롱 리브 더 킹 ost
물론 원작 웹툰 자체가 지난 2012년부터 연재됐을 뿐만 아니라 특히 시즌1의 시대적인 배경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할 당시인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이기 때문에 살짝 올드한 면이 있는 것도 분명 사실이다. (그래서 아마도 ost 역시 당시에 인기가 많았던 김동률의 노래를 선택한 것 같다. 영화에 개봉됐을 당시 ost가 굉장한 주목을 받았는데, 지난 2001년에 발매된 김동률 3집(귀향)에 수록된 '사랑한다는 말'이라는 곡이었다. 지금 들어도 정말 좋다.)
웹툰에서 강소현은 장세출에게 대통령이 되는 것을 전제로 썸을 탔고, 이 순간이 나름 시그니처 같은 장면인데, 영화에서는 제외됐다. 만약 '롱 리브 더 킹'이 시즌제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이 장면이 삽입되지 않았을까 싶다. 참고로 웹툰에서 장세출은 시즌에 따라 국회의원(시즌1), 대구시장(시즌2), 법무부장관(시즌3), 대통령(시즌4)에 도전한다. 참고로 현재 시즌4가 연재 중이며, 일부 시즌에서는 도전에 실패하기도 한다.
롱 리브 더 킹 뜻
롱 리브 더 킹(long live the king)이라는 표현 자체가 좀 낯설어 뜻이 헷갈릴 수 있는데, '왕께 만세!'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long live라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장수와 번영을 의미하므로, 흔하게는 만세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정치인들의 연설을 듣다보면, 심심찮게 Long live America라는 문장을 들을 수 있다. (아메리카여, 길이 번영하여라! 혹은 아메리카 만세!)
영화 롱 리브 더 킹 출연진
출연진들의 연기 자체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주인공인 장세출 역을 맡은 김래원 배우가 스토리의 멱살을 쥐고 끝까지 극의 긴장감을 유지시켰다. 특유의 거칠지만 순수한 모습이 여전히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솔직히 늘 비슷한 모습인지라 식상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지만, 김래원이라는 배우 자체가 이제는 살짝 장르의 반열에 이르렀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장세출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워낙 매력적이긴 하다. 어둠의 세계에 속해있긴 하지만, 엉뚱하게도 의로운 일을 하는 홍길동 같은 존재처럼 묘사된다. 거기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올바르게 살기로 다짐한 순간부터, 자신이 그동안 이룩한 모든 것들을 포기한 순정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여주인공인 강소현 변호사 역시 굉장히 멋있는 캐릭터다. 약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굉장히 주체적으로 느껴졌다. 다만, 원진아 배우가 이를 100% 소화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신혜선 배우처럼 딕션이 굉장히 좋다는 강점이 있지만, 감정연기가 좀 어색하다. 실제로 필모를 보면, 그녀가 조연이나 단역으로서의 경험 자체가 거의 없이 단번에 주연을 맡게 된 보기드문 케이스라는 걸 알 수 있다, 좀 더 경험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도 느낌있게 매력적이긴 하다.
장세출과는 어둠의 세계에서 라이벌인 조광춘 역을 맡은 진선규 배우와 경쟁정당의 국회의원 후보인 최만수 역을 맡은 최귀화 배우의 내공이 엄청나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의 존재감이 강렬했기 때문에, 김래원과의 구도에서 뭔가 팽팽한 긴장감이 느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