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렇게나 재미없는 예능은 처음 봤다. 김태호 PD가 설립한 테오(TEO)에서 제작했기 때문에 막연하게 재밌을 거라 기대했는데, 결론적으로 너무 지루했다. 뭐랄까.. 고민한 흔적이 전혀 없달까? 여러모로 '신서유기' 여성판이라 불리는 '뿅뿅 지구오락실'과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 많이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라 아쉽다.
기존 나영석 PD의 작품들이 흥행했던 이유는 착하지만 독한 예능을 지향함에 따라 의외의 결과가 터지기 때문인데, '혜미리예채파'는 그냥 착하기만 하다. 아무리 출연자들이 게임에 실패해 안타까워하더라도 규칙을 변경해 기회를 더 주는 것은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다. 게임에 참가하는 출연자와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 모두 긴장이 안될 수밖에 없다. 문득 단호하게 땡을 외치던 나영석 PD가 떠올라 아쉬울 정도였다. 참고로 '혜미리예채파'는 tvN에서 '놀라운 토요일'과 '인생술집' 등을 연출했던 이태경 PD가 맡았다.
애초에 장르가 매니악한 만큼 시청률이 좋게 나올 리 만무하다. 다만, 캐릭터성이 워낙 출중한 출연진 6명을 전격섭외함에 따라 화제성 자체는 제법 좋은 편이다. 따라서 이들의 팬이라면 팬심으로 즐기기에 나쁘지 않다. 특히 지난 2화부터는 프로그램의 에이스라 할 수 있는 최예나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소소한 재미를 만들어가고 있다. 뭔가 애초에 제작진이 생각했던 그림이 오롯이 드러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혜미리예채파'는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ENA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다.
혜미리예채파 출연진, 최예나, 미연
① 혜리
이혜리(1994년)는 출연자들의 맏언니 포지션이다. (애초에 '혜미리예채파'라는 제목 자체가 출연자들을 나이순으로 나열한 뒤, 특징적인 한 글자를 따와 구성했다.) 1군 걸그룹으로 구분되던 걸스데이의 멤버로 활약했을 뿐만 아니라 배우로서도 나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던 터라, 예능에는 오랜만에 출연한 것 같다. 그동안 활발하고 귀여운 막내 같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맏언니와 같은 위치라 뭔가 이질적이다. 그래도 워낙 방송출연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동생들과 잘 어울리면서 이끌고 있다.
② 미연
조미연(1997년)은 여자아이들의 멤버다. 그룹 내에서 비주얼을 맡을 정도로 외모가 워낙 뛰어나 나름 괜찮은 출연자들이 가득한 '혜미리예채파'에서도 확실히 눈에 띈다. 미연 역시 혜리처럼 가수와 배우를 병행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심정적으로 의지가 많이 되지 않을까 싶다. 도시적이지만 여리여리한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달리 게임에서 악착같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줘 의외였다.
③ 리정
이이정(1998년)은 YGK의 댄스 크루다. 댄서와 안무가로서 이제는 확실히 세계적인 댄스팀이라 할 수 있는 저스트 절크(Just Jerk) 출신이다. 지난 2021년에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였다. 트와이스 나연과 모모, 블랙핑크 로제 등의 춤선생이기도 하다. (사실 제자들 수준이 이 정도면, 리정의 춤실력에 관해서는 논란 자체가 없을 것 같다.) 댄서 하면 막연히 강할 거라는 편견이 있는데, 리정만큼은 눈웃음 때문인지 귀여운 편이다.
④ 최예나
최예나(1999년)는 '프로듀스48' 출신으로 김채원과 함께 아이즈원에 데뷔했던 이력이 있다. 현재는 솔로가수로 활동 중인데, 개인적으로 가수보다는 방송인으로 성공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초등학생 남자아이 같이 구김살 없고, 밝은 에너지 덕분에 주변에 인기가 많다. 실제로 어마무시한 친화력과 인싸력으로 아이돌 내에서는 한두다리만 건너면 다 최예나랑 알고 지낸다는 말이 돌 정도다. 그만큼 방송인으로서 타고났다고 생각하며, 실제로 그런 그녀의 모습을 좋아하는 고정팬층이 두터운 편이다.
⑤ 김채원
김채원(2000년)은 4세대 걸그룹 내에서도 1군에 속하는 르세라핌의 리더다. '프로듀스48' 출신으로 아이즈원으로 데뷔했으며, 경연 프로그램 출신인 만큼 실력이 굉장히 좋은 편이다. 춤과 노래 모두 가능한 올라운더인데, 특히 춤선이 예쁜 걸로 유명하다. 전형적인 미인상은 아니지만, 워낙에 매력적인지라 탄탄한 팬덤을 가지고 있다. 같은 아이즈원 출신인 최예나와 가까운 편이며, 케미가 매우 좋다. 최예나의 도발에 넘어가 김채원이 급발진하는 모습이 특히 귀엽다.
⑥ 파트리샤
파트리샤 토냐 욤비(2002년)는 전남대학교 생활복지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다. 지난 2008년 콩고 출신의 부모님들이 한국에 난민으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오빠인 조나단과 함께 들어왔다. 유치원에 다닐 나이에 한국에 입국했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인으로 성장한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한국어가 모국어라 할 수 있는데, 워낙 이국적인 외모 덕분에 이질적으로 보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파트리샤를 섭외한 것은 신의 한수였던 것 같다. 재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뛰어날지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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