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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노트/주식

남기락 때문에 무너지는 셀트리온

by 낭만쉼표 2020.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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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을 기점으로 셀트리온 그룹주(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주가 움직임이 엉망입니다. 온갖 호재가 다 공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오히려 빠지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이런 말도 안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기관들이 패닉셀에 가까울 정도의 매도를 이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셀트리온의 호재

발표됐던 호재가 말도 안되는 찌라시같은 수준이라 시장이 전혀 반응하지 않았던 걸까요? 아닙니다. 일단 호재를 살펴보면, 상한가를 찍어도 할말이 없는 역대급 대형호재였습니다. 일단 ① 셀트리온의 코OO 치료제가 2상, 3상을 동시에 승인받았으며, 정부는 연내에 치료제 개발이 완료될 것이라고 공식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아무리 정부라도 함부로 개발일정을 밝힐 수 없었을 텐데, 확신을 가지고 알린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사측과 깊이있는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② 3사 합병을 공식화했으며, 어느 정도 구체화된 로드맵을 함께 제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주가하락의 주범이라고 볼 수 있었던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문제에 대한 우려가 상당부분 해소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개인투자자들은 당연히 저가매수(물타기)를 공격적으로 했지만, 기관과 외국인들은 연일 풀매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호재가 아닌 악재에 집중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셀트리온의 악재

혹시라도 개인투자자들이 모르는 어떤 악재가 숨겨져 있었던 것일까요? 셀트리온 그룹주의 재무제표나 공시자료를 들여다 보신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아닌 시장의 수급관점에서 살펴보면, 드디어 문제의 원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올여름을 전후로 정부가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강화하는 것에 대한 시행령을 발표했기에, 연말에 과세회피를 위한 큰손들의 물량이 쏟아져 나와 수급이 꼬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습니다. 이를 걱정한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대주주 요건완화에 대한 청원을 했지만, 정부는 기존 안을 고수하는 것을 고집했으며, 이에 또다시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획재정부 홍남기 장관을 해임해야 된다는 청원까지 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지금 요지부동입니다.

 

 

문제는 셀트리온 그룹주 3사 모두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너무 커서, 연말에 대주주 요건강화에 대한 피해를 직격으로 받을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는 것입니다. 이에 기관과 외국인들은 발빠르게 추석을 기점으로 선제적인 대응을 시작해서 풀매도를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기관의 선제적 조치가 잘못됐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저 정책의 실패가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어마어마하다는 점과 함께, 정치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경제를 옥죌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그렇다면 홍남기 장관은 왜 이리 대주주 기준강화를 이리도 고집하고 있는 것일까요? 정말로 홍남기 장관은 대주주에 포함되는 투자자의 비중이 얼마 안되기 때문에, 시장에 파급되는 효과가 거의 없을거라 생각하고 있을까요? 천만입니다. 저는 당연히 홍남기 장관도 대주주 요건강화를 하게 되면, (단기적으로 확실하게) 주식시장이 무너질 것을 알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설마 기재부 장관 자리를 단순히 짬차면 임명되는 자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시죠? 당연히 똑똑한 분입니다. 즉, 현재의 상황을 (홍)남기락(落)이라고 불러도 홍남기 장관 입장에서는 솔직히 할 말 없을 것입니다.

 

왜 홍남기 장관은 남기락을 방치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홍남기 장관은 왜 남기락이 발생되는 것을 그냥 방치하고 있는 것일까요? 일부에서는 대주주 요건을 강화했을 때 정부에서 확보할 수 있는 세수가 엄청나다는 근거를 드는데, 저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단언컨데 투자자들은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무조건 실행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도덕성을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비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개인투자자가 특정 종목의 대주주가 된다면, ① 총 매각액의 11% 또는 ② 양도차익의 22% 중 낮은 금액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됩니다.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는데, 최대한 간단하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3억원을 투자해서 30% 수익률을 달성했고, 이를 올해 안팔면, 추후에 세금을 1,980만원 정도 납부해야 됩니다. (① 3,300만원과 ② 1,980만원 중에서 낮은 금액) 반대로 올해 중으로 비중을 3억원으로 낮추면, 이 어마어마한 세금을 피할 수 있는데, 누가 가만 있겠습니까? 저 같아도 먼저 비중을 줄일 것 같습니다. 즉, 예상되는 세수확보 효과는 전혀 없을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제가 가장 화가 나는 점은, 이번 대주주 요건강화에 기관과 외국인은 예외라는 점입니다. 기관은 어차피 법인세를 내야 되니 그렇다 치더라도, 외국인마저 예외라는 점은 정말 이해가 안됩니다. 참고로 외국인의 경우, 종목당 지분율이 무려 25%에 달성될 때, 대주주로 간주됩니다. 더 황당한 점은 이전에 외국인의 대주주 요건을 개인투자자와 같은 수준으로 수정하려고 했으나, 외국인들이 세금부담을 느껴 수급이 안좋아질 것을 염려해서 유보한 적이 있습니다. 그럼 개인투자자들의 세금부담이 커지는 것은 상관없다는 것인가요? (이쯤되니 그동안 모피아가 있을 수도 있다고 의심만 했는데, 이제는 정말 모피아가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11월~12월 한국증시는 과연 어떻게 될까?

현재로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여당과 정부가 합의를 해서, 추후 주식 양도차익과세가 적용되는 시점까지, 대주주 요건을 현행안(10억원)으로 유예시키는 것입니다. 다만, 그동안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국정감사 시즌 동안 이미 기재부를 나름 푸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는 점을 보면, 현재로서도 좋은 결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도 11월 1째주에는 어떻게든 결론이 나올 것 같은데, 기다려봐야 될 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미래권력과 현재권력과의 싸움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극적으로 타결이 된다고 해도, 효과가 드라마틱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점입니다. 물론 지금보다야 당연히 좋아지겠지만, 그동안 우물쭈물 변동성을 방치해둔 탓에 남기락은 이미 시작되버렸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지금 분위기가 대주주 요건을 5억원으로 줄이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건 그냥 개정을 하나마나한 수준이므로 시장 안정화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남기락 효과로 어차피 4분기 한국증시가 우하향도 아닌 단순 변동성만 커져버진 상태라면, 굳이 추가 매수(대응)보다는 현금을 보유(관망)하면서 추후를 도모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우하향이 가시적이면 아예 저가매수 시점을 기다리거나 인버스, 곱버스로 버틸텐데, 지금은 그냥 한치 앞도 안보이는 변동성 국면입니다. 결자해지라고, 수급을 거둬드린 기관이 매수세로 전환해야지, 현재의 이 모든 문제가 풀릴 것 입니다. 셀트리온 주주분들 모두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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