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악재가 될 수도 있는 네 마녀의 날을 생각보다 너무나도 스무스하게 보내면서, 다시 한번 개인투자자들의 힘에 놀랐습니다. 유동성이라는 힘이 정말 대단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날로 발전하는 스마트 개미 덕분에 이제 내년도 공매도 재개일 전까지는 주가의 상방이 거의 확실히 열렸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주가는 늘 실제 이벤트를 선행합니다. 호재가 발생될거라 예상되는 시점에는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하다가도, 실제 호재 발생 시에는 주가상승을 돌연 멈추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심지어 상승분을 반납하면서 하락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악재도 악재가 발생될거라 예상되는 시점에는 공포가 선반영되면서 주가가 주춤하지만, 실제 악재 발생 시에는 보통 하락을 멈춥니다. 악재가 해소됐기 때문입니다.
이번달 초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선물, 옵션 동시만기일인 네 마녀의 날(Quadruple witching day)에 차익실현 욕구 때문에 급락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된다고 줄기차게 경고했습니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네 마녀의 날 전까지는 단타로 빠르게 수익실현을 하면서 현금비중을 늘리다가, 네 마녀의 날 당일에는 저가매수에 들어가면서 코스피, 코스닥의 급락을 완벽에 가깝게 막아냈습니다. 예전에 비해 개인투자자들의 수준이 확실히 성장한 것 같습니다.
손절했던 주식을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
개인적으로 많이 애정하는 프로그램에서 너무나도 재밌고 공감가는 비유를 조금 각색해서 꾸며봤습니다. 예시 자체에 너무 매몰되지 마시고, 상황을 이해해보시길 바랍니다.
ⓐ 작년 초 오랜기간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끝내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 성격이 안맞아 헤어질 때도 꽤나 힘들게 헤어졌습니다. ⓒ 이후에는 후유증 때문인지, 진지하게 새로운 만남을 가지지 못하고, 정반대 성향을 가진 여자사람친구들만 많이 늘어난 상태입니다. ⓓ 그런데 헤어졌던 여자친구가 다시 나타났는데,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정말 많이 예뻐진 것입니다. 믿겨지진 않지만, 정말 꿈에서나 볼법한 이상형의 모습이었습니다. 심지어 여자친구가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슬며시 내비칩니다. ⓔ 여러분들이라면 다시 사귀겠습니까? 아니면 차마 그러지 못할 것 같으신가요?
이 상황을 주식투자와 비교해보면 재밌는 판단지점이 많이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살펴봐주시길 바랍니다.
ⓐ 작년 초 오랜기간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손절하고 말았습니다. ⓑ 업황이 최근 트렌드와는 전혀 맞지 않는 전통적인 제조산업에 속해있던지라, 반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가 않아, 결국 큰 손해를 입고 손절해버렸습니다. ⓒ 이후에는 큰 손실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아주 작은 소액으로 단타를 하면서 근근이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 그런데 손절했던 종목이 신사업으로 바이오 신약산업에 뛰어들었는데, 말도 안되게 2상까지 단숨에 성공을 해버리고, 이제 3상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 여러분들이라면 이 종목을 매수하겠습니까?
이런 상황에 처한 남자라면 여러가지 고민을 해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일단 ① 전 여자친구가 더 예뻐질 수 있을까(?!)를 살펴봐야 됩니다. 주식으로 치면, 앞으로도 회사가 지속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된다는것입니다. 현재 상태가 고점일 수도 있기 때문에, 성장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라면 상투를 잡은 셈이 됩니다.
또한 ② 전 여자친구가 정말 나를 만나줄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예전과는 비교도 안되게 예뻐졌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남자들이 접근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으로 보면 거래량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있을 상태인 것입니다. 따라서 해당종목을 매수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비해 압도적으로 늘어난 거래비용을 지불해야 됩니다.
③ 전 여자친구가 정말 본질적으로 변하게 맞는지, 면밀하게 살펴봐야 됩니다. 만약, 깊이있는 고민 끝에 변화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심경이 잠깐 변한 것에 불과하다면, 이전에 있었던 문제가 다시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즉,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 주식매매를 하며 종목들을 살펴보면, 변화되는 시대 트렌드에 맞춰 성장성이 떨어지는 산업에서 나와 새로운 신사업을 시작하는 회사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회사로는 두산그룹이 있습니다. 예전에 OB맥주를 필두로 소비재에 집중했던 두산이 중공업을 시작하면서 기업의 색깔과 체질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해외기업으로는 최근에 이슈가 있었던 코닥(Kodak)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필름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코닥은 지난 2020년 7월 제약회사로의 변신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면서, 말라리아 치료제로 유명한 클로로퀸을 대량생산하는 것을 고민한다고 밝혔습니다. 한때 코OO 바이러스의 치료제로 물망에 오르면 클로로퀸이었기에, 당연히 시장은 엄청난 반응을 보였던 것을 기억합니다. (이후로 신사업 추진에 관한 후속뉴스가 없는 것으로 보아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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