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타오르던 의대 증원이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수십년 동안 단 한명의 증원조차 반대해 왔기에 이번 선택은 어쩔 수 없었다고 본다. 맞아야 될 매를 제때 맞지 않아 몰아서 맞는 느낌이랄까? 최종적으로 결정된 의대 증원의 규모와 각 의대별 정원을 알아보도록 하자.
의대 서열, 순위를 결정짓는 핵심변수
의대 서열은 어떻게 될까? 단순히 수능 입결순으로 의대 서열을 나래비 세우는 게 합리적이라 할 수 있을까? 물론 결과적으로 보면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입결 자체는 말 그대로 결괏값에 불과하기 때문에 서열에 관한 근거라고는 볼 수 없다. 의대 서열을 결정짓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각 의대와 교육협력을 맺고 있는 대학병원의 규모(=병상수)라고 봐야 된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대학병원, 부속병원, 협력병원의 개념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먼저 밝힌다. 하지만 이번 포스팅에 한해서는 편의를 위해 이들을 총칭해 대학병원이라 부르겠다. 대학병원은 의대생들이 임상 실습을 하는 교육장인 동시에 의사면허 취득 이후 전문의가 되기 위해 인턴, 전공의(=레지던트)로 일해야 되는 직장이기도 하다.
㉮ 대학병원이 인턴, 전공의를 뽑을 때 자교생을 우선선발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본다. 실제로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밝힌 지난 2022년 자료에 따르면, 자교 출신의 인턴, 전공의의 비율이 무려 70%나 된다고 한다. 따라서 예과, 본과 시절부터 알고 지내는 교수님이 있는 대학병원에서 좀 더 안정적으로 인턴, 전공의 과정을 마치려는 일반의의 마음은 족히 이해가 된다.
뿐만 아니라 ㉯ 본인이 원하는 전공에 합격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대학병원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인턴, 전공의를 많이 뽑는 경향도 있다. 따라서 일반의의 입장에서는 자교의 대학병원에 가는 게 원하는 과에 갈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의대 증원, 지역인재 선발에 관한 법개정
다만, 좀 더 좋은 의대를 가기 위해 서열을 따지는 것은 애초에 무의미하다. 이는 서울대 의대와 하위권 의대의 성적 차이가 수능 문제로 대략 4~5개 정도밖에 안되기에 어쩌면 운이라는 요소가 훨씬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생긴 변수가 바로 ⓐ 의대 증원이다. 다가올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이 2000명이 늘어나면서, 전국 총 40개 의대의 입학정원이 기존 3058명에서 5058명으로 늘어났다.
탑티어라 불리는 전문직 중에서도 탑티어라 할 수 있는 의사가 될 수 있는 의대생 선발을 무려 2000명이나 늘린 만큼 당장 재수, 반수의 행렬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여기서 변수는 ⓑ 지역인재 선발에 관한 법개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가올 2028년 대입부터는 의대, 치의대, 한의대, 약대의 경우, 전체 정원의 40%를 지역인재로 선발해야 된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이 대입을 치를 때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지방으로의 유학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늘어났다. 이는 의대증원의 수가 굉장히 많을 뿐만 아니라 이 모든 증원이 지방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수도권 지역의 의대는 어느 정도 증원이 됐지만, 서울 지역 의대는 단 한명도 증원시키지 못했다. 아래는 지역별 의대정원 현황이며, 전북대 의대가 가장 많은 증원을 결정했다.
2025년 의대 증원 규모 최종결과, 의대별 정원 총정리
① 서울
사실 현실적인 여건만 보면 서울 지역 의대들의 정원을 늘리는 게 맞지만, 지역분배라는 대의 때문인지 단 1명의 증원도 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서울 지역 의대도 최소한 끝자리를 맞추는 정도의 증원은 했어야 맞다고 본다. 지방 의대들이 너무 많은 증원을 떠안으면서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되는 것은 합리적인 걱정이다.
② 경기도
서울 지역 의대와 달리 경기도 지역 의대는 증원을 했다. 갈수록 팽창되는 경기도 지역의 인구를 생각하면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나마 성균관대, 아주대, 인하대, 가천대 의대 모두가 워낙에 탄탄한 대학병원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딱히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차의과대는 의대가 아닌 의전원을 운영하고 있기에 많은 증원이 불가능했던 것 같다.
③ 충청도
충북대 의대는 기존 정원이 49명이었는데, 이번 증원(151명)을 통해 무려 200명이나 됐다. 당장 2025년부터 시작되는 만큼 해당 의대생들을 커버할 수 있는 교수진을 준비할 수 있는지 걱정된다. 다만, 소규모인 강원대, 제주대를 제외한 모든 지거국 의대들의 최종 정원이 200명인 것으로 봤을 때 아마도 합의를 통해 할당증원을 채운게 아닐까 싶다.
④ 경상도
인제대 의대가 결국 최종 7명의 증원에 합의했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 시사점이 있다. 참고로 삼룡의 중에 하나로 손꼽히는 인제대 의대는 인제대백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메이저급 의대다. 국립대야 그렇다 치더라도 상대적으로 여건이 안좋은 대구가톨릭대가 해당 증원을 받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⑤ 전라도
애초에 전라도 지역은 의대가 많지 않기에 다른 지역 의대들에 비해 많은 정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증원을 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인원 임에는 틀림없다.
⑥ 강원도, 제주도
연세대(원주) 의대가 7명의 증원에 합의한 반면, 국립대인 강원대, 제주도는 현정원 이상의 증원을 받았다. 가톨릭관동대는 지난 2022년에 부실대학으로 선정됐으며, 2024년 입시 당시 총원에서 무려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미달됐다. 가톨릭관동대 의대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인원을 증원한 게 맞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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