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 배우의 선구안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주제의식보다는 대중적인 작품들을 고르는 편이지만, 그 와중에 서사만큼은 까다롭게 살피는 것 같다. 전작인 드라마 '디엠파이어, 법의제국'은 비록 흥행에 실패했지만, 사회고위층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꼬집었다는 점에서 나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실 김선아의 장기는 날카로운 블랙 코미디보다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다. 여전히 '내 이름은 김삼순'에 갇혀 있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아무리 그녀가 각 잡고 도도한 연기를 선보여도 뭔가 어색해 보인다.
가면의 여왕 방송시간, 몇부작
그래도 언제까지 밝기만 한 캐릭터를 맡을 순 없으니 지금처럼 계속 도전해야 된다. 다행히 이번 드라마 '가면의 여왕'은 흥행과 평가를 동시에 잡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걸 다 떠나서,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채널A에서 월요일, 화요일 오후 10시 30분에 방영하며, '가면의 여왕'은 총 16부작으로 제작됐으며, 넷플릭스에서도 시청이 가능하다.
요즘 가장 핫한 드라마 장르라 할 수 있는 미스터리를 중심에 놓고, 출연자들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활약하는데, 이를 편집하는 방식이 매우 세련됐다. 여기에 굳이 매회차 마지막에 쿠키 형식으로 미스터리의 단서를 뿌리는 방식은 몰입감을 높이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출연진 섭외에도 공을 많이 들였는데, 특히 여왕 4인방이 돋보인다. 김선아를 비롯해 오윤아, 신은정, 유선 배우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인다. 여기에 여왕 4인방의 남자들인 오지호, 이정진, 신지훈 배우도 무게감이 떨어지지 않았다.
가면의 여왕 출연진, 줄거리, 여왕 4인방 총정리
① 도재이, 최강후, 강일구
도재이(김선아)는 국선변호사를 거쳐 현재 스타변호사에 이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조부모 밑에서 자란 흙수저 출신이지만, 여왕 4인방 사이에서 사실상 리더라 할 수 있을 만큼 똑 부러진다. 주유정의 브라이덜 샤워 파티 때 약혼자인 기도식과 고유나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만, 주유정이 아이까지 밴 상태였기 때문에 그냥 넘어간다. 하지만 그날 기도식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며 모든 상황이 꼬이기 시작한다.
참고로 브라이덜 샤워는 신부(bridal) 친구들의 우정이 비(shower)처럼 쏟아져 내린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파티다. 지난 16세기 유럽에서는 결혼을 올릴 형편이 안되는 여성을 위해 친구들이 결혼자금을 모아서 선물해 주는 풍습이 있었는데, 현재는 여성판 총각파티 정도로 많이 변질됐다.
브라이덜 샤워 파티가 있던 날, 기도식이 머물던 스위트룸에는 여왕 4인방 모두가 방문했는데, 주유정은 그와 말다툼을 했고, 윤해미는 약을 요청했으며, 도재이는 가면을 쓴 사람에게 성적인 폭행을 당했다. (가면을 쓴 사람이 누군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경찰은 내연녀인 고유나가 기도식을 죽인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이후 도재이는 10여년 동안 가면을 쓴 사람을 쫓아다녔고, 비밀 멤버십클럽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 통주시 시장 선거에 출마한다.
최강후(오지호)는 원래 고유나의 남자친구였지만, 그녀가 감옥에 가면서 인연을 정리한다. 현재는 도재이와 썸을 타고 있는데, 진심으로 그녀가 가면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길 원하고 있다.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으며, 도재이가 힘들 때마다 그녀가 좋아하는 라면을 정성을 다해 끓여준다. 주유정과 윤해미 모두 그들의 썸이 좀 더 깊이 있는 관계로 진전되길 응원하고 있다.
강일구(송영창) 강보그룹 회장은 그림자처럼 도재이를 도와주는 인물이다. 이는 도재이가 사실 강일구 회장의 혼외자이기 때문인데, 심지어 도재식을 죽인 그녀의 범죄마저 고유나에게 덮어씌우기도 한다. (다만, 현재까지는 해당 사건에 대한 전말이 밝혀진 것이 아니므로 모든 것이 추정에 불과하다. 다만, 쿠키를 통해 도재이가 기도식을 살해한 장면을 보여준 만큼 진범은 그녀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② 고유나, 정구태
고유나(오윤아)는 패션 디자이너라고 속였지만, 사실 술집을 운영하는 마담이다. 기도식을 살해한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지만, 알지 못하는 뒷배에 의해 모범수로 가석방되고 미국에 가게 된다. (즉, 뒷배인 강일구 회장이 고유나에게 죄를 덮어 씌움과 동시에 가석방도 함께 시킨 것이다.) 미국에서 나름 재기에 성공하지만, 자신의 아기를 데리고 도망친 전남편을 뒤쫓기 위해 정구태 시장의 내연녀가 된다. 이때부터는 에밀리고로 불리며, 정구태 시장의 숨겨진 땅(궁곡지구)을 소유하게 된다.
정구태(전진기) 통주시 시장은 온갖 비리에 얽혀 있지만, 도재이 변호사가 완벽하게 막아주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취임에 성공한다. 사실 자신이 차명(에밀리고)으로 사들인 땅 궁곡지구에는 비밀 멤버십클럽이 있다. VIP 고객들에게 알파벳 A가 새겨진 하얀색 가면을 주는데, 도재이는 그 가면을 쓴 사람이 자신을 겁탈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구태 시장의 뒤를 이어 차기 시장에 노렸는데, 후원행사 때 정구태 시장이 그의 아내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③ 주유정, 기도식, 기윤철, 송제혁
주유정(신은정)은 영운문화재단 이사장이다. 소아마비의 후유증으로 다리를 살짝 저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지만, 여왕 4인방 중에서는 가장 온순하고 다정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다만, 다른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원래는 약혼자인 기도식과의 결혼이 예정됐을 뿐만 아니라 아이마저 가졌지만, 핏빛 브라이덜 샤워 파티를 겪으면서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만다. 이후 10여년이 지난 현재는 같은 문화재단 내에서 일하고 있는 송제혁 팀장과 인연을 맺어가고 있다.
기도식(조태관)은 기윤철 국회의원의 아들이다. 주유정과 결혼을 준비하는 와중에 뒤에서는 고유나와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다. 심지어 손대면 안되는 약까지 하고 있어, 어쩌다 보니 여왕 4인방 모두와 관련되고 말았다. 1화에 등장하자마자 살해당하긴 하지만, 모든 서사의 시작인 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윤철(권태원)은 통주시 국회의원이자 차기 대권주자로 손꼽힌다. 자신의 아들이 여왕 4인방과 엮이고 죽임을 당했기에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살해범으로 판결받은 고유나는 철천지 원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에밀리고로 신분을 바꾼 채 등장한 그녀가 은밀한 제안을 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변한다. (역시 정치인들의 멘탈은 남다른 것 같다.)
송제혁(이정진)은 영운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천사보육원의 팀장이다. 자신이 믿는 정의에 따라 독단적으로 움직일 때가 많아 재단 내부에서는 말이 많지만, 이 모든 것을 약혼자인 주유정 이사장이 커버 쳐주고 있다. 그런 그가 못내 불편한 주유정이지만, 보육원의 아이들이 그를 천사라 부르며 진심으로 존경하는 것을 보며, 그냥 덮어놓고 믿기로 한다. 개인적으로 송제혁 팀장은 비밀 멤버십 클럽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④ 윤해미, 차레오, 김지희
윤해미(유선)는 평사원 출신으로서 마리엘라 호텔 홍보팀 팀장을 거쳐 부사장까지 올라간 인물이다. 스타변호사로 성장한 도재이만큼은 아니지만, 커리어 우먼으로서 성공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과거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약에 손댔던 만큼 지금도 금단증상을 겪고 있지만, 자신을 헌신적으로 서포트해 주는 남편 차레오의 선한 영향력 덕분에 겨우 통제하고 있다. 직선적이고 시원시원한 성격이며 솔직한 편이다.
차레오(신지훈)는 본래 호스트바에서 일하던 에이스지만, 현재는 윤해미에게 정착한 상태다. 직업이 직업인 만큼 상대방의 기분을 잘 헤아리고 챙겨주는 편이다. 윤해미의 거센 성격도 부드럽게 누그러트릴 정도로 탁월한 편이다. 윤해미도 이를 잘 아는지 그의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해하며 잘 챙겨주려 노력한다. 그래서 그런지, 라이벌 김지희 이사가 차레오를 들추어내며 폭로성 발언을 하지만, 타격감이 1도 없었다. 10여년 전에 있었던 과거가 계속 그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김지희(이연두) 이사는 마리엘라 호텔 회장의 조카다. 자신의 무능으로 인해 부사장 경쟁에서 밀려나서 그런지 윤해미에 대한 지독한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윤해미의 과거나 가족배경 등을 캐고 이를 힐난하지만, 문제는 정작 당사자가 꿈쩍도 안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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