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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드라마

넷플릭스 하이에나 솔직리뷰 (+레전드 힐링드라마)

by 여의도 제갈량 2023.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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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들을 통해 증명됐다. 하지만 최근에 넷플릭스 '하이에나'를 보면서 이제는 정말 수준 이상의 경지에 올랐다는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드라마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이렇게나 치명적이고 매력적일 수 있다는 점에 놀랐던 것 같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김혜수가 코를 한번 찡긋할 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렸을 정도였다. 오래간만에 배우의 얼굴에 있는 주름 하나하나까지 집중하며 연기를 즐길 수 있었다.

 

정금자 변호사 역을 맡은 김혜수

 

개인적으로 이런 비슷한 감정은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손예진 배우 이후 오랜만이었다. 아내가 나 말고 다른 남자와 한번 더 결혼하겠다는 것을 허락할 남편이 어디 있겠냐만은 손예진이라면 어쩌면 가능하겠다 싶을 만큼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었다. 이후 손예진의 다른 작품들에서는 이 정도까지의 느낌은 안들었던 걸 봐선 연기도 연기지만, 작품에서 맡은 역할과 설정, 감독이 어떤 식으로 연출했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윤희재 변호사 역을 맡은 주지훈

 

그런 점에서 '하이에나'에서의 김혜수 본인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연출을 맡은 장태유 감독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의 장기인 살짝 유치하지만 유쾌한 코미디가 법정 드라마(혹은 오피스 드라마)와 잘 어우러지면서, 시청하는 내내 뭔가 힐링하는 느낌이 들었다. 비슷한 느낌의 드라마로는 감독의 전작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있다. '하이에나'에는 비록 도민준이라는 외계인이 없지만, 말도 안되는 우연들을 겹겹이 쌓아놓아 현대판 동화를 제작한 것 같다.

 

넷플릭스 하이에나 솔직리뷰

설정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었지만, 그렇다고 고루하지는 않았다. 윤희재(주지훈) 변호사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법무법인인 송&김의 파트너 변호사다. 참고로 파트너 변호사는 보통 지분 변호사(Equity Partner)가 많은데, 이 경우 해당 법무법인의 주요 주주라고 보면 된다.

 

대표 변호사는 보통 자신의 경영권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있는 선에서만 파트너 변호사들에게 지분을 나눠준다. 파트너 변호사 입장에서는 자신이 속한 법무법인이 비상장사인 만큼 해당 지분을 처리하기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는 없다. 대신 영업에 따른 인센티브가 붙기 때문에 수익 자체는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연이 많은 정금자 변호사

 

윤희재 변호사가 어린 나이에 파트너 변호사가 될 수 있었던 데는, 본인이 똑똑한 것도 있지만, 법조계 최고의 금수저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전 대법원장, 아버지는 대법관, 형은 판사니 말 다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설정들이 드라마를 동화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이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패소한 사건이 바로 듣보잡 법무법인 충이라는 곳의 대표 변호사인 정금자(김혜수)와의 재판이었다.

 

법조계 금수저 윤희재 변호사

 

정금자는 윤희재와 정반대다. 학력이 변변찮고, 그녀를 뒤받쳐줄 만한 어떠한 배경도 없다. 하지만 누구도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고 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영화 '타짜'의 정마담과 같이 작전을 치밀하게 설계해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는 정금자를 볼 수 있다. 직접 발로 뛰어 생생한 정보를 얻어오는 모습은 윤희재에게 충격이었고, 실제로 법무법인 송&김의 송필중(이경영) 대표 변호사의 눈에 들기도 한다. 정금자가 송&김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장르가 오피스물로 변하게 된다.

 

드라마를 사실상 좌지우지했던 김혜수

 

넷플릭스 '하이에나'의 백미는 선과 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얼핏 보면 악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진실을 파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우리 일상에서도 무조건적으로 착하거나 나쁜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점이 등장인물 개개인에게 손쉽게 몰입하게 만든다. 더불어 재벌 2세의 이혼소송, 엄마에게 착취되는 삶을 사는 유진박을 떠오르게 하는 아티스트, 사모펀드의 인수합병 등과 같은 흥미로운 소재의 소송이 계속되기 때문에 극의 긴장감이 잘 유지된다.

 

절제된 감정을 사실감 넘치게 소화한 주지훈

 

16부작인 만큼 살짝 늘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두 주인공들과 여러 조연들의 열연으로 인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다만, 마무리는 살짝 아쉬웠는데, 원래 장태유 감독의 작품들 대부분이 마무리가 스무스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 애초에 감독 자체가 뒷심이 약한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도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만든 '하이에나'라는 세계관과 캐릭터들이 너무 매력적인지라 시즌2를 원하는 시청자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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