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은 이제 확실하게 코로나 확산이전으로 돌아왔다. 차이가 있다면, 빌딩에 들어갈 때마다 방문신고를 해야 된다는 의무가 생겼다는 정도? 이것 말고는 완전히 똑같다. 저녁시간 때 나가보면, 사람들이 우르르 야외 테이블에 둘러앉아 마스크를 벗고 맥주를 마시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운동을 즐기거나 반려견과 산책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정확하게 꼬집을 순 없지만, 지난 2021년 10월부터였던 것 같다. 이때를 기점으로 호치민은 서서히 회복됐다. 외부로의 이동이 전면적으로 차단되는 초유의 락다운을 무려 3개월 가까이 겪은 뒤에 오픈한거라 그런지 사람들은 우후죽순 뛰쳐나와 이동의 자유를 만끽했다. 이후 5차확산의 주범이 될 수 있는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가 등장했지만, 정부도 예전처럼 봉쇄라는 극단적인 정책을 사용하진 않았다. 대신 백신접종을 훨씬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1차, 2차접종은 시노팜 백신으로..
개인적으로 지난 1차접종과 2차접종은 어쩔 수 없이 중국 시노팜의 베로셀 백신으로 했다. 지난 2021년 9월만 해도 호치민이 아닌 떠이닌(Tây Ninh)에 있었고, 그곳은 지방이라 그런지 화이자나 모더나의 백신은 언감생심,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 최고급 백신으로 추앙(?) 받으며, 공무원들만 접종 가능했다. 중국백신도 그나마 연줄이 있어서 겨우 맞을 수 있었다. 그때는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누군들 원해서 중국백신을 접종하고 싶었겠냐만은 당시에는 상황이 정말 급박했다. 일단 베트남 정부에서 백신물량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WHO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허가하지도 않은 쿠바산 백신을 수입했다. 거기에 베트남 백신인 나노젠(Nanogen)의 나노코백스(Nanocovax)가 긴급사용 승인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졌기에 외국인인 나로서는 마음이 급했다. 최소한 시노팜의 베로셀은 WHO에서 공식적으로 사용을 승인한 백신이니 쿠바, 베트남 백신보다는 믿을만해 보였다.
결국 1차접종은 2021년 9월 중순에 했고, 2차접종은 불과 3주뒤인 10월 초에 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2차접종의 간격이 이보다 훨씬 긴 6주였지만, 그린패스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이후 2차접종을 마치고, 대략 2주가 지난 11월이 돼서야 호치민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3차접종 신청방법
지방에 있을 때는 이웃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호치민에 돌아와서의 3차접종은 생각보다 훨씬 쉬웠다. 아마 호치민은 전반적으로 백신물량을 넉넉하게 확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로 신청할 것도 없이 자신이 거주하는 프엉(phường)의 보건소인 짬 이 떼(Trạm Y Tế)에 방문해 어디서 백신접종을 하는지 문의하면 된다. 참고로 모든 프엉마다 정부가 운영하는 보건소가 있는데, 구글맵에 Trạm Y Tế Phường을 입력하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반드시 자신이 거주하는 프엉의 보건소에 방문해야 된다. 방문시에는 2차접종까지 받았다는 백신증명서와 여권, 땀주(tạm trú)를 들고 가야 된다. 일부 방문자들이 핸드폰에 있는 백신증명서 대신 그린패스를 보여줬지만, 담당자가 백신증명서를 가지고 오라며 돌려보냈다. (즉, 종이로 된 백신증명서는 절대 잃어버리면 안된다. 아놔..) 의사에게 이번에는 화이자의 백신으로 접종해달라고 요청했고, 실제로 접종할 수 있었다.
Astra + Astra → Astra
Astra + Pfizer → Pfizer
Astra + Moderna → Pfizer
Moderna + Moderna → Pfizer
Moderna + Pfizer → Pfizer
Pfizer + Pfizer → Pfizer
위의 표를 보면 알겠지만, 호치민에서 3차접종을 하면 웬만하면 화이자의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예외적으로 1~2차접종을 모두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으로 접종한 사람들만 동일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3차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참고로 내가 1~2차접종을 맞았던 지방에서는 이번 3차접종 역시 시노팜의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고 한다.) 접종을 할 때 실제 백신을 보여주면서, 화이자의 코미나티(Comirnaty) 임을 확인시켰고, 유효기간도 함께 보여줬다. 내가 접종한 백신의 유효기간은 2022년 6월까지였다.
참고로 코미나티인지 코미나티주인지 헷갈릴 수 있는데, 코미나티라는 백신이 위 사진 모양의 용기(주)에 담겨있을 때 코미나티주라 부르는 것이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 치료제인 렉키로나 역시 마찬가지다. 위와 같은 용기에 담겨있으니 렉키로나주라 불렸던 것이다. 부스터샷인 3차접종을 완료하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다. 대신 백신을 접종한 상태에서 감염되면, 치명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고, 경미한 증상을 겪으며 빠르게 회복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부스터샷 접종후기
3차접종 후 팔이 묵직하게 느껴졌고, 특유의 무기력감을 느꼈다. 접종한 날에 맞춰 휴가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이번 3차접종을 하면서 제일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정부가 3개월 뒤에 4차접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는데, 현재 베트남 언론사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방역당국이 최대 7차접종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오늘내일 달라질 수 있는 방역지침이긴 하지만, VNexpress가 주요 언론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베트남에서 체류하려면 분기단위로 접종하는 것을 각오해야 될 것 같다.
베트남 내에서도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중국백신을 도입할 당시 상당히 격렬한 저항이 있었고, 호치민에서는 이들 물량을 소진하지 못해 지방에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초반에 백신수급에 어려움을 겪어서 그런지 백신의 다회접종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질감이 없는 편이다. 실제로 예전에는 없어서 못 맞았을 정도였고, 지금도 어차피 맞아야 되니, 그냥 빨리 맞자는 의견이 대세다.
3차접종 이후에 그린패스에 표기된 접종횟수가 2에서 3으로 넘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와 같은 이동의 자유를 누리기 위한 조건이 2회접종에서 언제든 3회접종 혹은 4회접종으로 변할 수 있다. 화이자나 모더나가 오미크론 전용백신을 올해 내에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에 어차피 백신 다회접종은 피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베트남은 당장에 넉넉한 백신을 확보했고, 무료로 접종해주는 만큼 접종률 자체는 굉장히 빠르게 높아질거라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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