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코OO의 본격적인 확산이 2020년 3월쯤이었으니, 어느새 1년을 훨씬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간 것 같습니다. 그동안 각국에서 실시된 방역수칙은 우리네 일상을 크게 바꿔놨습니다. 이전과 달리 국가 간의 이동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으며, 심지어 입국할 때마다 의무적으로 일정기간(보통 2주)을 격리해야만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여러 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쳤으며, 특히 항공업과 여행업은 최악의 침체국면에 치닫게 되었습니다.
항공업의 경우, 그나마 화물운송이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면서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여행업은 정말 처참한 수준입니다. 실제로 한국여행업협회, KATA(Korea Association of Travel Agents)가 지난 2021년 2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여행사 17,236곳 중에 실질적으로 폐업한 곳이 무려 4,155곳(폐업률: 24.1%)이나 된다고 합니다. 참고로 이 통계수치는 조사시점이 지난 2020년 8월 기준이므로, 현재는 더욱 심각할 거라 예상됩니다.
트래블 버블이란?
바이러스의 공포로 많은 국가들이 움츠러든 와중에, 방역에 성공한 국가들 간에는 서로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도록 협정을 맺으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를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 travel corridors)이라 합니다. (우리말로는 비격리 여행권역입니다.) 트래블 버블은 같은 한개의 거품 내에서는 어떠한 격리조치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지역을 의미하며, 물론 거품 밖에 있는 국가들과는 이전과 동일하게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켜가며 격리조치를 유지해야 됩니다.
가장 최초로 트래블 버블을 실시한 국가는 북유럽 발트해 연안의 3개 국가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입니다. 지난 2020년 5월, 이 3개국은 트래블 버블 협약을 체결하면서, 서로 간에 격리조치 없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몇몇 국가들이 트래블 버블 협약을 맺으려고 시도했지만, 때마침 바이러스가 재확산되면서 대부분의 협약들이 불발되었습니다.
하지만 감염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개발되었으며, 효과가 어느정도 검증된 치료제까지 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이제 전 세계는 코로나 이전의 모습으로 조금씩 돌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특히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2월 16일, 관광업계 종사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 청정국가인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등과 트래블 버블 협약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이목이 집중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바이러스 확진유무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증폭 검사방식인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검사를 전제조건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은, 어느 정도의 안전장치가 여전히 매우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임을 반증하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유럽에서는 백신을 맞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백신여권을 만들어 여행규제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하니, 이를 통해 단순히 바이러스의 확진여부를 확인하는 수준 이상의 조건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코로나의 확산세가 정점을 찍었다는 뚜렷한 신호가 나오지 않았기에, 지금과 같은 불편한 상황이 한동안은 지속될 것 같습니다. 또한 베트남 역시 4차확산의 여파로 인해, 호치민이 락다운됐을 정도로 광범위한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한 만큼, 손쉽게 트래블 버블 협정을 맺으려 할지가 미지수입니다. 또한 대다수의 베트남인들이 국경을 전면적으로 빠르게 차단한 정부의 지난 조치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는 만큼, 정부 입장에서도 국경을 여는 것에 굉장히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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