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서 분위기가 안좋긴 했다. 불과 며칠 전인 지난 2023년 1월 4일, 베트남 고위관료인 부총리 2명이 경질당했다. 권력서열 10위권 내에 있는 사람들 2명이 갈린다는 것은 비단 베트남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가벼운 이슈가 아니다. 이번에 타겟이 된 팜 빈 민(Phạm Bình Minh), 부 득 담(Vũ Đức Đam) 부총리는 대표적인 응우옌 쑤언 푹(Nguyễn Xuân Phúc) 주석의 최측근이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결국 푹 주석마저 스스로 사임을 표명하고 말았다.
베트남 주석 응우옌 쑤언 푹 사임
특별한 사임사유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측근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됐기 때문에 자진사퇴를 통해 정치적인 도의를 보인 것으로 주요 언론사들은 해석하고 있다. 측근들이 어떤 비리를 저질렀을지가 궁금할텐데, 아무래도 코로나 기간동안 실행됐던 특별입국과 방역과정에서 이런저런 청탁이 오갔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특별입국 비용 자체가 굉장히 비쌌던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실현가능한 시나리오다. 참고로 팜 빈 민 부총리는 당시에 외교부 장관을 겸임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계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특별입국과 관련해서는 상반된 주장이 오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별입국 덕분에 전 세계가 힘들었던 코로나 시국에도 베트남 경제가 버틸 수 있었으며, 심지어 중국에 설립됐던 공장들을 대거 베트남으로 유치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 한국에는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의 입국특혜를 줬다는 평가도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베트남 전문가들이 푹 주석을 친한파로 분류한다. 근거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실제로 푹 주석은 2차례나 한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도 했다.)
반면, 특별입국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특별입국의 취지 자체는 좋았지만, 운영을 하는 와중에 문제가 생겨났음을 지적한다. 기존 베트남 비자 발급 프로세스에 적용되던 관행을 그대로 특별입국에도 적용시켜 버리는 바람에 엄청난 추가비용이 적용됐고, 이 때문에 특별입국의 비용이 넘사벽으로 비싸져 버린 것이다. (솔직히 베트남 비자 초청장 제도 자체가 각종 비리가 생기기 쉬운 구조다.)
어쨌든 푹 주석은 재임기간 5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낙마하고 말았으며, 보 티 안 쑤언(Võ Thị Ánh Xuân) 부주석이 주석직을 대행해서 남은 기간동안 업무를 도맡을 예정이다. 참고로 베트남 부주석은 권력서열 자체가 높긴 하지만, 사실상 명예직과도 같다. 지난 1992년 이후부터는 줄곧 여성이 맡아왔기 때문에, 주석은 남성, 부주석은 여성이라는 나름의 양성평등을 고려한 듯한 모습이다.
이전에 쩐 다이 꽝(Trần Đại Quang) 주석이 의문의 돌연사를 당했을 때도 부주석 대행체제로 운영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한 케이스라 보긴 힘들다. 문제는 실질적인 베트남 1인자, 응우옌 푸 쫑(Nguyễn Phú Trọng) 서기장의 임기 역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푹 주석이 이룬 베트남의 경제성장 방식이 후임정부에 의해 모조리 부인당할 까봐 걱정이다. 이 경우,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도 새로운 국면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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