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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일년살기/역사, 정치

베트남 음력설 뗏 명절풍습 (+섣달 그믐, 정월 초사흘 뜻)

by 쉼 표 2023. 1. 22.

2023년 음력 1월 1일은 양력 1월 22일 (일)이고, 한국은 대체공휴일을 포함해서 총 4일(1월 21일~1월 23일) 동안 쉰다. 반면 베트남은 상당히 다르다. 베트남 정부는 음력설인 뗏 응우엔 단(tết nguyên đán)의 일정을 1월 20일(금)부터 1월 26일(목)로 발표했다. 공식적으로 총 7일 동안 연속으로 쉴 수 있지만, 그동안 많은 공공·민간부문에서 짧게는 2주, 길게는 3주 가까이 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 따라서 이 시기에 베트남 방문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꼭 참고해야 된다.

 

베트남은 일자리가 대부분 대도시나 공단 근처에 몰려 있는 관계로, 지방에 살고 있는 많은 베트남인들이 직장 근처로 이주해 머문다. 이들이 음력 설에는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이 기간 동안 호치민은 유령도시와 같이 텅 비게 된다. 더불어 베트남의 공식 공휴일이 정확히 11일밖에 안되기 때문에, 그중에서 5일이나 차지하는 음력설은 당연히 베트남 최대의 명절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때가 아니면 실질적으로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음력설에 맞춰 귀경하는 경우가 유독 많다.

 

물론 음력설에도 호치민에 머무는 토박이들과 외국인들이 일부 있기 때문에 장사를 하는 곳이 더러 있긴 하지만, 인건비를 평소보다 훨씬 많이 지급해야 되는 관계로 정말 소수의 상점들이나 음식점들이 영업을 하긴 한다. (그래서 평소보다 조금 더 비싸다.) 지난 1월 13일(금)부터 고향으로 향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됐으며, 1월 30일(월) 쯤은 돼야 평소와 같은 일상으로 복귀될 것이다.

 

음력설 뗏에 일어나는 특별한 현상들

① 활발한 폐업과 개업

사실 대부분의 회사들과 가게들이 매년 1월~2월에 있는 음력설 연휴를 기점으로 그 존폐여부가 결정된다. 사실상 장사를 한달 가까이 반강제로 멈춰야 되기 때문에, 이때를 기점으로 지난 1년간의 결과가 좋았으면 영업을 계속 이어가고, 부진했을 경우에는 아예 사업을 접거나 다른 사업으로 변화를 준다. 그래서 베트남에서 사업을 개시하기 가장 좋은 시점은 음력설 연휴가 끝난 직후이며, 건물 공실이 많은 탓에 임차도 비교적 쉬운 편이다. 따라서 베트남에서 사업을 준비하는 업체가 있다면 이 시기를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음력설동안 휴업하는 가게

 

위 사진은 지난 2020년에 찍었는데, 1월 19일 (일)부터 2월 2일 (일)까지 음력설로 인해 2주 동안 휴식을 취한다는 현수막이다.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술과 해산물을 파는 대형식당인데, 매년 음력설에는 여지없이 쉰다. 아래 사진은 임차인을 새로 구한다는 현수막이다. 평소에 이런저런 이유로 장사가 잘 안되던 식당들은 12월 말이나 1월 초부터 임대를 아예 포기한다. 이렇듯 음력설의 호치민은 활력이 넘치던 평소와는 사뭇 다르다.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건물주

 

② 합법적인 가격인상

잘 나가는 음식점의 경우, 음력설이 끝난 이후 대부분 가격을 인상한다. 음식점 별로 다르겠지만, 보통 10% 정도 오른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상점 역시도 일반 재화의 가격을 이맘때에 맞춰 같이 올린다. 참고로 베트남의 대표마트라 불리는 윈마트나 꿉마트, 빅씨마트 등은 음력설 직전에 대대적인 폭탄세일을 진행해서, 재고를 크게 한번 정리한다. 연휴기간 동안 마트 역시 운영을 안하기 때문에 각 가정에서는 음력설 직전에 많이 사서 비축해두기도 한다.

 

③ 각종 사건사고

베트남인들은 명절 연휴 기간동안 고향집에 방문해 단순히 쉬기도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여행을 많이 가는 관계로 베트남 내 유명 관광지 역시 굉장히 붐빈다. 심지어 해마다 음력설 기간동안 붕따우(Vũng Tàu) 해변에서 몇명이 사망했는지 비교하는 기사가 나올 정도다. 따라서 평소보다 훨씬 더 각별하게 안전에 주의해야 된다.

 

음력설과 관련된 용어

음력설과 관련해 생각보다 낯선 용어들이 많아 정리해본다. 참고로 이 용어들은 한국과 베트남 간에 차이가 없다. 일단, 섣달은 음력 12월을 뜻한다. 따라서 섣달 보름은 음력 12월의 15일째 되는 날이며, 섣달 그믐은 음력 12월의 마지막 날을 의미한다. 추가적으로 새해 당일이라 할 수 있는 음력 1월 1일은 정월 초하루, 음력 1월 3일은 정월 초사흘, 음력 1월 15일을 정월 대보름이다.

 

섣달보름, 섣달그믐, 정월초하루, 정월초사흘, 정월대보름

 

본래는 설이 들어선 달이라는 의미에서 설달이라 불렀는데, 발음이 변해 섣달이 됐다. 지금이야 설을 음력 1월에 보내지만, 예전에는 설날을 음력 11월이나 혹은 12월에 보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섣달이라는 용어 자체는 본래 음력설을 12월에 보냈을 때 생겼고, 현재는 시간이 흘러 본래의 의미가 완전히 변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베트남 음력설 명절풍습

① 음력설 전

음력설 전에는 집안청소를 꼼꼼히 한다. 묵은해에 쌓였던 낡은 것들을 버리고, 새해에는 새로운 것들을 받기 위한 기원이 담겨 있다. 이런 이유로 몇몇 가정에서는 음력 1월 1일인 정월 초하루부터 생기는 집안의 쓰레기들을 정월 초사흘까지 밖에 내다 버리지 않기도 한다. 음력설에 한국사람들이 떡국을 먹듯이, 베트남 사람들은 으레 반 쯩(bánh chưng)이나 반 땓(bánh tét)을 먹는다. 예전에는 각 가정에서 음력설 전에 이런 음식들을 일일이 준비했지만, 요새는 워낙에 잘 만들어진 반가공 식품들이 많아서인지 미리 음식을 구매하는 것으로 대체한다.

 

어떤 행사든 비슷하겠지만, 행사 당일보다는 행사를 준비하고 기다리는 과정이 더 시끌벅적하고, 재밌을 때가 많다. 음력설을 준비하는 베트남의 모습 역시 그러하다. 음력설 기간 동안에는 ㉮ 분홍색 꽃을 가진 복숭아나무나 ㉯ 노란색 꽃을 가진 금귤나무, ㉰ 노란매화 등으로 집안을 화사하게 꾸민다. 이중에서도 노란색 꽃을 가진 매화나무의 인기가 가장 좋은 편인데, 황금색과 비슷한 노란색이 재운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노란매화를 비롯해 해바라기와 같은 노란색 꽃들이 주를 이룬다.

 

재운을 상징하는 노란매화

 

참고로 매화나무는 꺼이 호아 마이(cây hoa mai)라고 하는데, 꺼이(cây)는 나무, 호아 마이(hoa mai)는 매화를 의미한다. 더불어 매화가 행운을 의미하는 번 마이(vận may)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이를 선호한다는 설도 있다. 금귤나무는 꺼이 꾸얻(cây quất)으로, 꾸얻(quất)은 중국귤(금귤)을 의미한다. 꽤나 비싸 보이지만, 실제로는 노란매화보다 훨씬 저렴하다.

 

② 섣달 그믐날 (음력 12월 마지막날 = 음력 12월 30일경)

섣달 그믐날 밤에는 불꽃놀이를 하면서 새해를 맞이한다. 참고로 코로나 확산 전까지만 해도 호치민에서는 음력설 전날뿐만 아니라 양력설 전날에도 대규모 불꽃놀이를 했다. 불꽃놀이가 끝나면, 주변 사람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의미의 쭉 믕 남 머이(chúc mừng năm mới)라는 새해인사를 덕담으로 건넨다. 숟가락 하나라도 남의 집에서 보내면 서러워 운다는 말이 있는데, 빚진 것이 있거나 빌려준 것이 있으면, 섣달 그믐날까지는 웬만하면 정산하고, 부득이하게 정산하지 못했다면, 이후 정월 보름까지는 독촉하지 않는 것이 관습이다.

 

③ 정월 초하루 (음력 1월 1일)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정월 초하루, 음력 1월 1일의 아침이 한해의 운명을 결정짓는다고 믿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설날 아침에 나쁜 일이 생기는 것을 되도록 피한다. 그래서 정월 초하루에는 남의 집에 방문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지만, 반대로 복을 받기 위해 ㉮ 인품이 아주 좋은 분이나 ㉯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분을 초대하기도 한다.

 

이를 쏭 덛(xông đất)이라고 하는데, 새해 첫날에 맨 처음 방문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름다운 이름은 단순하게 좋은 의미가 들어간 이름을 의미하는데, 대표적으로 득(đức / 德 / 덕), 따이 (tài / 才 / 재), 푹(phúc / 福 / 복), 흥(hưng / 興 / 흥) 등이 있다. 아이들은 전통의상인 아오 야이(áo dài)를 입고, 어른들에게 세뱃돈인 띠엔 리 씨(tiền lì xì)를 받는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따로 절을 하는 풍습이 없다는 것과 함께 어른들이 바오 리 씨(bao lì xì)라 불리는 세뱃돈 넣는 봉투를 여러개 준비해 아이들에게 뽑게 한다는 것이다.

 

세뱃돈 리씨, 럭키머니

 

여러 개 봉투들 중에서 1~2개에는 좀 더 많은 세뱃돈을 넣어 두고, 뽑을 때 좀 더 스릴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래서 세뱃돈을 럭키머니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많다. 참고로 세뱃돈인 띠엔 리 씨(tiền lì xì)에서 리 씨(lì xì)는 말 수가 적은 혹은 과묵하다는 뜻이니, 직역하면 과묵한 돈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④ 기타

추가적으로 음력설과 관련된 관습이 몇가지 더 있다.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홀수를 불길한 숫자 혹은 불완전한 숫자라고 여긴다. 예를 들어 3명이나 5명이 사진 찍는 것을 꺼려하는데, 이는 가운데 서는 사람이 죽는다며, 불길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는 이런 생각을 하는 젊은 사람들이 거의 없지만, 나이가 있는 어른들은 아직도 숫자에 대한 믿음이 제법 강하다. 정월 초하루가 시작된 후 4일이나 6일째 되는 날부터 일을 시작하는데, 이는 3일이나 5일째 된 날은 불행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할 때는 흰색 옷을 잘 입지 않는데, 이는 흰색이 고통스러운 색깔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평소에는 딱히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음력설과 같은 명절날에는 괜한 시빗거리가 될 수도 있으므로 피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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