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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삼국지, 게임

삼국지 백하팔인 인물분석 총정리

by 낭만쉼표 2023.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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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좋아하거나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 접했던 코에이 게임들은 뭔가 아련한 향수가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정말 재밌게 했던 게임을 하나 뽑으라면 무조건 '대항대시대2' 인데, 플레이하면서 사회과부도 여기저기를 들춰가며 세계 여러 나라들의 수도를 알아가는 수고로움마저 재미로 느껴졌을 정도였다. 그렇잖아도 역사를 좋아하던 나였는데, 더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됐던 것 같다.

 

백하팔인

 

삼국지 시리즈도 참 좋아했다. 비록 많은 시리즈들을 접해본 것은 아니지만, 삼국지3를 주말마다 열심히 했던 탓인지 이후 시리즈들도 대충 보면 어떤 시스템인지 대략은 예측이 됐다. 그러다 삼국지11이 출시됐을 당시 시리즈 최초로 백하팔인 이라는 요상한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수호지에 등장하는 양산박의 108영웅들과 비슷한 뛰어난 삼국지의 영웅들을 지칭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정반대의 의미였다.

 

삼국지11 에서는 등장인물들의 능력을 총 5개의 항목으로 나눠 각각 100점 만점으로 세팅했는데, 이 5개 능력치의 합이 무려 100도 안되는 정말 형편없는 인물들을 통칭하는 말이었다. 백하팔인(百下八人) 즉, 능력치의 합이 100 미만인 8명이라는 뜻이었다. 보통 제갈량의 지력이 100으로, 여포의 무력이 100으로 세팅되는 삼국지의 관례를 생각해 보면, 이들 8명은 제갈량이나 여포의 한가지 능력치 만도 못한 능력을 가진 셈이다. 이들은 과연 누굴까?

 

삼국지 백하팔인 소개

백하팔인 내에서도 나름의 능력차이가 조금씩은 있지만,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사실 누가 더 뛰어난지를 가를 때는 경쟁이 치열하고 나름 쪼이는 맛도 있다. 예를 들어 삼국지 최강인 여포의 무력이 100이라면, 그와 비등하게 싸운 관우는 98 정도, 그 관우가 자신보다 세다고 인정했던 장비는 99, 이런 식으로 코에이가 정사와 연의를 추적해 나름 근거가 있게 능력을 설정하는데, 능력이 바닥인 인물들은 사실 그냥 부르는 게 값이다.

 

백하팔인 명단 (총합순)

 

예를 들어 통솔력의 경우, 한현 22, 하후무 20, 마막 19, 손호 13, 유선 3, 양송 2, 잠혼 1, 황호 1인데, 우리는 이 데이터를 근거로 이중에서 실제 한현의 통솔력이 제일 낫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사실 어떠한 근거도 없다. 게임의 특성상 빼어날 정도로 능력이 좋으면 90대, 준수하면 70~80대, 그냥저냥 쓸만하면 50~60대 정도이고, 나머지는 정말 어쩔 수 없이 매긴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0~20대는 그냥 누가 봐도 너무 안좋은 경우에만 상징적으로 준거다. 참고로 아래 명단은 백하팔인과 함께 비교해 보면 좋은 인물들이다.

 

백하팔인과 비교되는 인물

 

① 마막

마막은 촉나라가 멸망하기 직전, 요충지인 강유관(江油關)을 지키던 장수다. 당시 위나라의 실권을 잡고 있던 사마소가 종회와 등애에게 촉나라 정벌을 명하고 대군을 보냈는데, 이중에서 등애는 급습을 위해 길이 없는 험준한 산을 넘는 방법을 선택했다. (알프스를 넘어 로마의 뒤통수를 친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과 유사한 전략이다.) 생각보다 훨씬 더 험준했던 산세에 전투를 하지 못할 정도로 지친 등애군이었지만, 마막은 싸워보지도 않고, 그냥 강유관을 넘기고 만다. 이 때문에 마막을 매국노 취급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내인 이씨가 마막에게 적군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여러번 들었는데, 왜 아무것도 하지 않냐고 묻자, 나랏일은 강유가 다하는데 나랑 무슨 상관이냐며, 천자(유선)가 황호의 말에 속아 주색에 빠져있으니, 적이 오면 항복하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참고로 이에 분노한 이씨가 마막의 얼굴에 침을 뱉고 쓴소리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게 반영됐는지, 마막의 무력은 12, 이씨의 무력은 18로 설정됐다. 즉, 마막은 이씨와 영혼의 맞다이(?)를 펼쳐도 진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마막, 이씨, 유선, 황호, 제갈량

 

② 유선, ③ 황호

유선과 황호는 짝꿍과 다름없기 때문에 함께 묶었다. 암군(暗君)으로 유명한 유선이지만, 의외로 이견이 많은 황제이기도 하다. 촉나라는 유비 사후 제갈량을 중심으로 재상을 앞세운 정치가 이뤄졌기에, 자연스레 신하들의 권력이 매우 강했다. 심지어 유선은 겨우 17살에 제위에 올라 아직 많이 어렸고, 아버지 유비의 유언을 떠받든 탁고대신이자 창업공신인 제갈량 밑에서 자신의 정치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제갈량을 중심으로 한 촉한사영들이 워낙 잘한 탓에 골치 아프게 정사에 관여할 필요도 없었다.

 

문제는 제갈량(1대)에 이어 장완(2대), 비의(3대)와 같은 명재상들이 세상을 떠나고, 유선이 직접 친정에 나서기 시작하며 발생한다. 유선은 자신의 손발이 될 인물로 환관 황호를 선택했다. 4대 재상인 진지는 나름 능력이 뛰어났지만, 황호가 내정에 개입하는 것을 용납하면서 촉을 멸망의 길로 내몰았다. 진지 사후 재상(5대)을 역임한 동궐, 번건, 제갈첨은 너무 커져버린 황호를 막지 못했으며, 결국 등애와 종회가 쳐들어 왔을 때 제대로 된 저항도 못한 채, 허무하게 항복하고 만다.

 

④ 손호, ⑤ 잠혼

손호와 잠혼 콤비는 유선, 황호 콤비와 굉장히 유사해 보이지만, 사실 훨씬 더 악질이다. 유선과 황호 모두 촉나라를 망친 주역 임에 틀림없지만, 최소한 남들을 해코지하진 않았다. 실제로 유선이 향락에 빠졌다는 기록은 있어도, 폭정을 휘둘렀다는 기록은 전혀 없다. 황호 역시 두어차례 유능한 자들을 지방의 한직으로 몰아세운 적은 있지만, 죽음에 이르기까지 몰아세운 적은 없었다. 하지만 연의에서 촉나라가 갖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유선과 황호는 엄청난 바보와 욕심에 가득 찬 간신으로 빌런이 될 수밖에 없었다.

 

손호, 잠혼, 손권, 양송, 장로

 

이에 비해 손호와 잠혼은 각각 잔인한 폭군과 그의 손발이 됐던 신하였다. 오나라가 손권이 자초한 이궁의 변을 겪으며 수많은 인재들을 잃어버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뛰어난 인물들이 많았는데, 손호의 손에 이들 대부분이 죽임을 당했다. 잠혼은 연의에서 환관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정사에서는 문관으로 기록되어 있다. 앞에서 설치는 놈이 더 밉다고, 추후 오나라가 진나라에 항복할 때, 신하들이 황제인 손호만큼은 어떻게 건들지 못하고, 잠혼을 따로 처형해 복수했을 정도로 악독했다.

 

⑥ 양송

양송은 장로를 모시던 문관이었는데, 나라를 팔아먹었기에 앞서 살펴본 마막과 비슷한 캐릭터다. 특이하게도 그는 황금갑옷과 관련된 독특한 기믹(gimmick)이 있다. 이는 조조가 한중지역을 점령할 때 양송에게 보냈던 뇌물을 상징한다. 사실 양송은 이전에도 유비로부터 많은 뇌물을 몰래 받아 당시 장로군에 머물던 거물급 군벌인 마초를 모함해 장로의 곁을 떠나게 만들었던 전력이 있다. 이와 동일하게, 마초의 부하였던 방덕마저 황금갑옷에 넘어가 배신자 프레임을 씌워 조조에게 투항하게 만들었다.

 

연의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유비가 인의를 상징한다면, 정확히 그 대척점에 있는 양송은 탐욕을 상징한다. 참고로 양송의 군주였던 장로는 삼국지뿐만 아니라 실제 중국역사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어 흥미롭다. 이는 장로가 도교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오두미교(五斗米敎)의 교주였으며, 실제로 종교를 기반으로 한 국가를 세웠기 때문이다. 확실히 이색적이긴 하다.

 

⑦ 한현

장사태수 한현은 유비가 형주남부(형남) 4군을 점령하는 과정 중에 등장하는데, 맹장 황충과 위연을 거느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싸우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부하(위연)에게 죽임을 당한다. 한현은 정사에 거의 기록이 없지만, 나관중이 이를 연의에서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로 재창조했다. 관우와 황충 간에 펼쳐졌던 박진감 넘쳤던 일기토는 100% 작가의 상상이라고 보면 된다.

 

한현, 위연, 하후무, 하후돈, 조조

 

⑧ 하후무

하후무는 하후돈의 아들이지만, 아버지가 갖고 다양한 재능들을 거의 물려받지 못했다. (하후연의 아들들이 다들 능력 있는 인재로 성장한 것과 굉장히 비교된다.) 그나마의 장점이 못생기지 않은 외모 정도밖에 없다. 그렇다고 딱히 하후무가 잘생겼다는 기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못생긴 인물과 비교되며 조조의 사위로 간택됐기 때문에 준수했을 거라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연의에서 하후무가 패기 있게 자신은 육도와 삼략을 통달했다며, 큰소리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모두 동시대에 활약하던 강유를 상대적으로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였다. 실제로 제갈량이 나중에 하후무를 사로잡았다 풀어주며 하는 말이 하후무는 오리새끼 한마리에 불과하지만, 강유를 얻은 것은 봉황을 손에 넣은 것과 같다고 했다. 이를 통해 하후무가 상당히 무능력한 사람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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