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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영화

영화 여타짜 솔직후기 (+남장여자)

by 여의도 제갈량 2021. 12. 23.

영화 '여타짜'는 기존 '타짜' 3부작과는 전혀 결이 다르다. 연출은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엉망이었고, 영상미에 관해서는 대학생들이 과제로 제출한걸 그대로 활용했나 싶었을 정도로 많이 아쉬웠다. 사실 나는 이 영화가 영화관에서 개봉했다는 것 자체에 충격을 받았다. (마케팅으로 기만해 어찌 됐건 돈만 벌면 되나?) 그나마 배우들의 연기가 괜찮은 편인지라 전반적으로 크게 거슬리는 장면은 없었다. (그렇다고 딱히 탁월한 수준은 절대 아니다.)

 

미미 역을 맡은 이채영

 

영화 여타짜 솔직후기

스토리는 어땠을까? 솔직히 정량의 물에 라면을 넣고 끓이면, 맛이 없을 수가 있나? 타짜라는 궁극의 MSG를 썼는데, 재미가 없는 게 이상한거다. 그런데 '여타짜'는 정말 진부하고 싱겁기 그지없다. 심지어 졸작으로 악명이 높은 '타짜 원 아이드 잭', 일명 타짜3가 사실 잘 만들어졌던 작품이라 느껴질 정도였다. 그나마 ① 최종보스가 대흥파 부두목 육손(최민철)으로 밝혀지는 과정과 ② 이 사건 자체를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생각했던 형부(김선빈)가 사주해서 시작됐다는 점 정도가 좀 신선했을 뿐이다.

 

하지만 예상이 가능했던 마지막 반전

 

타짜라는 소재와 관련해 이번에 새삼 깨달은게 있다면, 앞으로도 기존 '타짜' 3부작을 넘어선 흥미로운 스토리를 창작하기 참으로 어렵겠다는 점이다. 차라리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될 것 같은데, 실제로 폭망한 타짜3에서도 배우 이광수가 연기한 조까치 만큼은 아직도 사람들에게 회자될 정도로 특유의 능글맞음과 찌질함이 돋보였다.

 

그런데 영화 '여타짜'에는 개성있는 캐릭터가 전무하다. 배우 이채영은 아름답고 치명적이지만, 그녀가 맡은 캐릭터(미미)의 서사(敍事)가 공감이 안되는 바람에 어디선가 많이 봤던 그저 그런 섹시한 캐릭터로 전락해버렸고, 누가 봐도 여자인 배우 정혜인(오자와)을 극중에서 남자라고 상상하며 봐야 되는데 정말 고역이었다. 아무리 정혜인이 중성적인 매력을 가졌다고 한들 누가 그녀를 남자로 보겠냐고..

 

남자라기엔 너무 예쁜 오자와 역의 정혜인

 

그러다 보니, 이채영과 정혜인이 서로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옷을 하나씩 벗는 장면에서, 정혜인이 사실 여자였다는 사실에 놀란 이채영의 연기는 실소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거기다 느닷없이 정혜인이 이채영에게 사랑(?)을 느끼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 때문에 이전 스토리에서 혹시 놓친게 있었나 싶어 앞부분을 다시 살펴봤을 정도다. (참고로 김세영 작가의 원작만화 '여타짜'에서는 실제 두 주인공이 커플로 등장한다.) 그나마 정혜인의 외모가 선이 굵고 숏컷까지 해서, 그냥 그럴듯은 했다. (근데 하필 남장한 모습이 정준영을 닮아 안타깝다.)

 

영화 여타짜의 줄거리

갑작스러운 괴한들의 습격으로 엄마는 세상을 떠났고, 언니는 의식을 잃어버렸다. 아버지는 진작에 여의었기에 세상에 홀로 남겨진 미미(이채영)는 그나마 자리를 굳건히 지켜주는 형부가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습격에 관한 단서를 하나씩 모아가는 과정에서 타짜 오자와(정혜인)를 만나 여러가지 손기술들을 배우게 되는데, 이후 자신과 가족들을 습격한 괴한들이 육손(최민철) 일당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육손의 애인에게 접근해 카드게임을 통해 엄청난 돈을 따오게 된다. 이후 이 돈을 걸고 육손과 최후의 한판을 벌인다.

 

잔인한 육손 역의 최민철

 

차라리 기존 '타짜' 3부작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여타짜 정마담의 이야기를 스핀오프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꾸역꾸역 영화를 끝까지 다본걸 보면, 아예 단점만 있는 최악의 영화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실제로 이채영이 괴한에게 빼앗겼던 반지를 되찾아 원래 주인인 자신의 언니에게 돌려주는 장면은 나름 짜릿하기도 했다. 그냥 이런저런 불편한 점들만 참고 보면, 어쩌면 킬링타임용 영화로는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사건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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