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가 지난 2023년 6월 27일 부로 자체광고를 시작했다. 당장에 빨대꼽기라는 논란이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광고게재 중단이라는 심각한 사고가 터지면서, 아예 수익창출 자체가 중단된 블로거들도 많은 상황이다. 이에 실망한 많은 블로거들이 워드프레스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나 역시 이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되짚어 볼 겸 정리해 봤다.
티스토리 자체광고 시작을 예고한 공지
아래 링크를 통해 자체광고 시작에 관한 공지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이번에 티스토리가 자체광고를 달겠다고 공지했을 때만 해도 딱히 접겠다는 생각은 안했었다. 그냥 올게 왔구나 정도의 느낌이었다. 아마도 대안이 딱히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한국의 블로그 플랫폼들 중에서 구글 애드센스를 달 수 있는 블로그는 티스토리가 유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티스토리 자체가 굉장히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나를 비롯한 많은 2040들이 티스토리로 진입했던 것이다. 실제로 네이버 블로그에 비하면, 티스토리의 편의성은 똥망 수준이다. 예를 들어 기본 스킨만 봐도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퀄리티가 떨어진다. 도무지 사용할 맘이 들지 않기에 익숙지 않은 CSS와 html을 억지로 공부해 가며 고쳐야 됐다. 하지만 무료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리 나쁘지 않았다. 불편한 것은 그냥 좀 더 공부해서 채우면 됐다.
처음에는 카카오 측에서 티스토리를 방치하는 게 솔직히 이해가 안됐다. 최근에 다음(daum)은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많이 변했다. 이는 모두 지난 2018~2019년을 기점으로 디지털 노마드 붐이 불면서, 수많은 2040들이 티스토리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전에 다음은 꼰대들이나 사용하는 검색기술이 떨어지는 검색엔진이라는 안좋은 이미지가 있었다. 애초에 티스토리가 아니었다면, 2040이 압도적인 기술력의 구글을 놔두고, 다음에 접속할 이유가 1도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이해가 됐다. 어차피 티스토리도 사업부 단위로 존재할 것이고, 카카오가 인수한 이상 직원들 역시 매출압박에 쫓길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막말로 이윤을 창출한다는 것 자체가 나쁜 짓은 아니지 않나?
다만, 티스토리 측에서 예고한 방식이 너무 폭력적이라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일단 네이버가 자체 광고플랫폼인 애드포스트를 적용한 것처럼 카카오의 자체 광고플랫폼인 애드핏을 적용한 게 아니었다. 구글 애드센스 광고를 하나 더 추가하겠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하단으로 고정한 게 아니라 상단과 하단 중에 선택적으로 적용된다고 한다. 즉,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상단도 가져갈 수 있다는 말이었다. 구글 애널리틱스로 분석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상단광고의 매출비중은 거의 40~60% 수준이다.
솔직히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무려 50%나 되는 수익을 가져가면, 어떤 빡대가리가 티스토리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한단 말인가? (참고로 티스토리는 절대다수가 친목이 아닌 수익을 목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하단에 광고가 적용될 거라 생각했으며, 대략 5~15% 정도의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정도면 그냥 수수료를 냈다 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티스토리 자체광고 시작
2023년 6월 27일 부로 자체광고가 전격적으로 적용됐으며, 나의 어리숙하고 나이브한 생각은 여지없이 부서지고 말았다. 티스토리는 상단의 광고들을 집중적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이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광고게재 제한에 걸리고 말았다. 그 근거는 단순하다. 광고게재 제한을 당한 블로그들 대다수가 수동광고를 적용해 최상단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티스토리 측은 유저가 이미 최상단에 광고를 적용해 놨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비집고 들어가 더 최상단에 티스토리의 광고를 배치한 것이다.
비록 티스토리 측은 광고를 연속으로 배치하는 것 자체가 문제없다는 식으로 변명하고 있지만, 이 때문에 한두명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이 광고게재 제한을 당한 것 역시 엄연한 현실이다. 이로서 해당 블로그들은 최대 45일까지 수익창출 자체가 아예 막히게 됐다. 다행히 자동광고를 적용했던 나의 블로그 애드센스 수익은 6월 27일 하루동안 정확히 2/3로 줄어들었다. 그나마도 정책 자체가 오전 11시부터 적용됐기 때문으로 보이며, 6월 28일에는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
참고로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에 광고게재가 이미 중단됐거나 아직 구글 애드센스 승인을 받지 않은 블로그에서 갑작스럽게 광고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면, 수익이 제대로 벌리고 있는지 확인해 봐야 된다. 초쳐서 미안한데, 아마도 본인의 광고가 아닌 티스토리의 광고일 확률이 매우 높다.
앞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 2가지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몇가지 시나리오로 상상해 볼 수 있는데, 크게 2가지 정도로 압축해 봤다. 일각에서는 ① 유저들이 반발하고 티스토리를 떠나기 시작하면, 현재의 정책을 매운맛에서 순한맛으로 바꿀 거라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발 빠른 사람들은 이미 워드프레스로 움직이고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정반대로, 티스토리가 꿈쩍도 안할거라 생각한다. 유저들의 움직임을 분석해 유연하게 정책을 수정할 정도로 기민한 회사라면, 애초에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을 벌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회사 측은 이 정도의 수익감소를 사전에 충분히 확인한 상태에서 자체광고를 적용했다. 즉, 우연히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오랜 기간 철저하게 준비된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어떤 유저도 필요성을 딱히 느끼지 않았던 애드센스 플러그인과 메뉴들을 개발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단순한 추정이 아니다. 티스토리 측에서는 해당 플러그인을 통해 어느 위치의 광고에서 얼마만큼의 수익이 나고 있는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② 현재의 정책은 계속 유지될 거라고 보는 게 맞다. 장기적으로 유저들이 대거 이탈하면, 생각이 바뀔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그야말로 순진한 발상이다. 전문경영인과 임원들은 당장의 성과가 중요하지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몇년 뒤면 회사를 떠날 사람들이 나중에 무슨 떡고물이 떨어진다고, 당장에 만들 수 있는 매출을 포기한단 말인가? 어쩌면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티스토리를 맡았을 때부터 예고된 일이었을지 모른다.
티스토리 자체광고 적용 해결방법
① 기존 티스토리 블로거
그렇다면 이번 티스토리 자체광고 적용 사태를 원만하게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은 결코 없는 것일까? 사실 한가지 방법이 있긴 하다. 다만, 다소 복잡하다. 일단 ㉮ 워드프레스를 통해 만든 블로그에 ☆라는 도메인을 적용한 뒤, ㉯ 구글 애드센스 광고게시 승인을 받는다. 이후 ㉰ 개인 도메인 설정을 통해 ☆라는 도메인의 하위 도메인을 티스토리에 연결하면 된다. 참고로 ☆라는 도메인으로 바로 티스토리를 연결하면, 역시나 동일하게 티스토리의 자체광고가 적용된다.
여기서 포인트는 최대한 빠르게 워드프레스로 블로그를 구축하고, 시간을 가지고 기존 포스팅들을 워드프레스 블로그로 옮기는 이사를 병행해야 된다는 것이다. 개인 도메인을 설정하면, 당분간은 아주 문제없이 티스토리에서 수익창출을 지속할 수 있지만, 결국 이 방법도 언젠가는 제재당할 게 뻔하다. 회사 입장에서는 제재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그냥 아래의 메뉴 카테고리를 없애버리기만 하면 된다.
이번 사태를 통해 다음의 위상은 더욱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데이터 화재 사건 때만 해도 일회성 사고라고 생각해서 굳이 떠나지 않았던 기존 유저들도 이번 자체광고 적용만큼은 참을 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오늘을 기점으로 워드프레스 블로그를 시작했다. 물론 기존에 발행됐던 포스팅들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수개월 정도는 계속 병행하지 않을까 싶다.
② 수익창출을 꿈꾸는 신규 블로거
티스토리는 예전과 같은 긱(geek)한 회사가 더 이상 아니다. 이들은 구글 애스센스를 달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무료 플랫폼이라는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돈벌이에 집중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티스토리를 시작하는 신규 유입자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건 장담할 수 있다.) 지금보다 수익이 벌리는 속도가 절반으로 깎인다고 상상해 봐라. 버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개인 도메인을 새로 사서 티스토리에 적용하면, 당장의 리스크는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신규 유입자 입장에서 이런 고생을 하면서 까지 수익형 블로그를 운영할 마음이 절실하다면, 애초에 리스크가 1도 없는 워드프레스 블로그를 키우는 게 낫다. 즉, 어차피 힘든 길을 걸어야 된다면, 워드프레스가 맘 편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무료로 서버를 쓰는 대가로 수익의 40~60%를 지불해야 된다는 사실은 절망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2040이 애초에 부자가 될 수 없는 일에 시간을 쏟아붓는다고? 만약 그렇게 생각했다면, 이건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티스토리는 어차피 언젠간 없어질지 모르는 플랫폼에 불과했다. 심지어 이런 식이라면 제2의 싸이월드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본다. 이런 플랫폼에 나의 모든 노력들을 쏟아붓고 올인할 수는 없다. 반면, 워드프레스는 내가 그 중단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 티스토리를 믿고 의지하느니 나 스스로를 믿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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