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유입을 막기 위해, 베트남 정부는 국경을 전면적으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국경차단은 굉장히 단순하지만, 의외로 확산초기만 해도 매우 효과적이었기에, 성공적인 방역으로 나름의 명성을 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관광산업이 붕괴되고, 외국인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 마저 위축되면서, 지속적인 성장에 급제동이 걸린 상황입니다. 물론 베트남내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삼성전자가 아직 굳건하기 때문에, 대세상승이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실물경제를 들여다보면 솔직히 굉장히 걱정됩니다.
베트남 정부 역시 위기감을 느꼈는지, 요새 태국에서 굉장히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푸켓(Phuket) 샌드박스와 사무이플러스(Samui+) 프로그램을 본떠서 푸꾸옥(Phú Quốc)에 백신여권 프로그램을 도입을 선언했습니다. 참고로 푸켓과 꼬싸무이(Ko Samui)는 태국의 대표적인 휴양지이며, 특히 꼬싸무이는 주변의 꼬팡안(Ko Pha-ngan)과 꼬따오(Ko Tao)에 동시에 적용되는 사무이플러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푸켓 샌드박스와 사무이플러스 모두 백신여권을 활용해 해외관광객 유치를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컨셉이며, 사실상 동일한 프로그램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태국 관광청에 따르면 푸켓 샌드박스가 도입된 2021년 7월 한달동안 총 14,055명의 외국인이 방문했으며, 관광수익은 무려 289억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베트남 정부도 백신여권 프로그램을 도입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푸켓 샌드박스가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살펴보면, 추후에 베트남 정부가 어떤 식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할지 대략적이나마 예측 가능할거라 생각합니다.
푸켓 샌드박스란?
푸켓 샌드박스는 태국이 운영하고 있는 백신여권 프로그램입니다. 일단, 몇가지 조건을 갖춰야 신청이 가능합니다. ① WHO가 승인한 백신을 2회 모두 접종해야 되며, 2차접종 이후 14일이 경과돼야 합니다. 현재까지 WHO가 승인한 백신은 총 8종으로,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코미나티주, 시노백, 시노팜, 스푸트니크입니다. 참고로 교차접종을 해도 신청이 가능합니다.
② 이용할 비자에 적합한 보험을 들면 되는데, 무비자의 경우, 여행자 보험을 가입하면 됩니다. ③ 비행기 티켓은 사전에 예약해야 되는데, 문제는 인천에서 푸켓으로 바로 가는 직항 비행기가 없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싱가폴을 경유해 푸켓으로 이동해야 되는데, 싱가폴에서의 대기시간이 대략 10시간 정도 된다는 점을 미리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이후 ④ 태국 보건국이 운영하고 있는 SHA+(Safety & Health Administration) 인증마크를 획득한 호텔에 예약합니다. 참고로 해당 인증마크를 획득한 호텔은 직원의 70% 이상이 백신을 맞았다는 뜻이니, 나름 안심해도 될 것 같습니다. 호텔은 최소 14일 이상을 예약해야 되며, 첫번째 머무는 호텔은 무조건 7일 이상이어야 됩니다. 이유는 푸켓에서 관광하는 동안 공식적으로 총 3차례의 코로나 검사(도착한날, 5~6일차, 13~14일차)를 받아야 되기 때문입니다.
태국 대사관에 입국허가를 신청할 때 앞서 살펴본 백신접종증, 보험, 비행기티켓, 숙소예약증 등과 같은 서류와 함께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되니, 추후 인청공항에 제출해야 될 72시간 이내 음성확인서까지 고려하면, 여행 중에 최소 5차례의 검사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푸켓에서 14일 머문 뒤에는 방콕 등과 같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관광객은 푸켓에 도착하자마자 코로나 검사를 받은 뒤, 격리없이 바로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합니다. 푸켓은 현재 자유롭게 식당과 카페를 이용할 수 있으며, 심지어 각종 투어도 즐길 수 있습니다. (태국의 다른 도시들은 아직 불가능합니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푸켓 샌드박스 역시 무비자(45일)로 입국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만약 더 오랜기간 체류를 원한다면, 60일이나 90일짜리 관광비자를 가지고 입국하면 됩니다. 당연히 동반비자, 가디언비자, 학생비자, 은퇴비자도 모두 입국이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푸켓의 물가는 태국의 다른 지역들에 비해 훨씬 비싸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푸꾸옥, 백신여권 프로그램 도입
현재까지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푸켓 샌드박스에 비해 굉장히 보수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백신을 2회 접종을 마쳐야 된다거나 출국시 음성확인서를 소지해야 되는 점은 동일하지만, 반드시 격리해야 된다는 점이 상당히 아쉽습니다. 총 14일동안 격리해야 되며, 시설격리 7일, 자가격리 7일을 해야 됩니다. (지난 2021년 7월 7일 이전에는 시설격리 14일이었으니, 다소 완화된 편입니다.) 다만, 시설격리를 호텔에서 할 수 있다는 점, 자가격리가 리조트 등에서도 가능하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긴 합니다. (현재 운영 중인 베트남 특별입국에 비해 훨씬 낫습니다.)
굉장히 아쉬운 점은 푸꾸옥으로 입국한 뒤에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을 허가할지 여부와 관광비자를 계속 연장시켜줄지가 확정 안됐다는 점입니다. 푸꾸옥은 위와 같이 베트남 본토와 상당히 거리가 먼 섬입니다. 따라서 섬에서 자유롭게 격리한 뒤, 본토로 넘어올 수 있게 하는 태국의 모델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굉장히 좋을텐데,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만약, 타지역으로 이동이 불가능하다면, 단순히 여행만 즐기다 돌아가야 되니, 베트남에 장기간 머물러야 되는 분들은 해당 프로그램을 전혀 활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참고로 푸꾸옥은 관광특구라서 무비자로 30일동안 체류가 가능합니다.)
추가 업데이트
지난 9월 11일에 다가올 10월부터 푸꾸옥 백신여권 프로그램이 공식적으로 도입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아직 여전히 세부사항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항은 이미 예상했던 부분입니다. ① 백신을 2차까지 접종했다는 증명서 혹은 코로나 양성후 회복된지 12개월이 지났음을 입증하는 서류 ② 자국 출발전 72시간 이내에 실시된 PCR검사에서 음성을 받은 증명서가 필요하다는 것 정도입니다.
일단위 2,000~3000명 수준으로만 입국이 가능하도록 제한할 것이며, 앞으로 6개월 동안만 운영할 시범프로그램이라는 점도 함께 밝혀졌습니다. 물론 전자여권의 사례처럼 시범적으로 운영해보면서, 효과가 좋다고 생각되면 더욱 확대해서 운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고로 푸꾸옥 이외의 후보로는 냐짱(Nha Trang), 달랏(Đà Lạt), 하롱베이(Hạ Long), 호이안(Hội An) 정도가 있다고 합니다. 추가적으로 단톡방을 중심으로 해당 프로그램에 한국이 제외됐다는 얘기가 있는데, 공식적인 보도내용이 없는 것으로 보아 현재까지는 루머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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