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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노트/주식

SK머티리얼즈 물적분할 후 SK에 흡수합병 (+시나리오 총정리)

by 낭만쉼표 2021.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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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산업분석은 해당 산업의 종사자가 아닌 이상 상당히 어렵습니다. 특히나 문과출신이 기술관련 산업을 이해한다는 것은 대체로 굉장한 인내심이 요구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증시에서 투자를 결정한 이상 반도체와 2차전지 산업만큼은 반드시 공부해야 됩니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이들 분야의 1위, 2위 업체를 모두 가지고 있는 흔치 않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SK배터리)이 각각 코스피 시총 1위, 2위, 6위, 20위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이들 기업이나 해당 ETF에 투자하는 것이 경제적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공부를 하다보면 확신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가끔 아무 이유없이 발생하는 단기하락의 스트레스를 견뎌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SK머티리얼즈의 지배회사인 SK의 상황을 먼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SK의 주가흐름에 집중해야 되는 이유

SK의 주가가 지난 1월 26일을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많은 고민에 빠진 상태입니다. 특히, 지주회사인 SK의 주가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한때 SKC와 SK네트웍스가 거래정지됐을 정도로 SK그룹 전반적인 분위기가 안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크게 3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①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SK 지분 중 거의 1/3을 지난 2월에 매각했습니다. 당연히 대주주 일가의 지분매각은 악재 신호이며, 현재까지도 이 충격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다만, 최재원 부회장과 함께 SK 지분을 매도했던 SK네트웍스 최성환 사업총괄(SK네트웍스 최신원 회장의 아들)은 매각자금을 이용해, SK네트웍스의 지분을 매집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최재원 수석부회장 역시 지난 지분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의 용처가 확인이 된다면, 주가의 방향은 새롭게 결정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과 관련 계열사들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있었던 SK이노베이션의 베터리사업부와 석유개발사업부의 물적분할을 최재원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다만, 지난 SK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대규모 자금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아직까지도 밝혀진 바가 없으니 계속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② SK네트웍스 최신원 회장이 횡령 및 배임혐의로 구속되면서, 검찰이 SK본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SK네트웍스는 사실상 SK그룹에서 계열분리된 곳이나 다름없지만, 공식적으로 여전히 SK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최신원 회장이 예전에 SKC를 경영했을 당시에 이번 혐의가 벌어졌기 때문에, SKC를 지배하고 있는 SK에 대한 압수수색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SK 지분 매각시점이 SK본사를 압수수색하기 직전이었다는 사실은 다소 껄끄럽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SK 주가의 가장 큰 하락 이유는 ③ 금리상승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응? 금리상승은 성장주나 기술주에 악영향을 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SK는 지주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성장주의 주가흐름과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SK가 해외기업들, 특히 성장주들에 공격적인 지분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SK의 실적은 투자한 성장주의 실적과 연동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심지어 지배하고 있는 SK그룹내 자회사들의 사업 역시 상당부분 성장하는 산업들 위주로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SK는 그야말로 성장주 ETF라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최근에 SK의 전반적인 지배구조를 다시 한번 점검해보면서, SK의 전반적인 사업포트폴리오 구성이 정말 좋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통신업, 정유업 등과 같은 전통산업은 물론 반도체, 2차전지와 같은 성장산업까지 커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살펴볼 SK머티리얼즈는 이중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공정하는데, 필수적인 소재인 불화수소를 생산하고 있는 특수가스 전문업체입니다.

 

추가 업데이트

SK의 광폭횡보가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에 이어, 이번에는 SK머티리얼즈가 분할에 들어갑니다. 1차적으로 기존 사업부문을 떼어내서 투자부문의 100% 자회사(신설법인)로 만드는 물적분할을 진행하고, 이후에 투자부문이 SK에 흡수합병됩니다. 이미 합병비율도 밝혀졌으며, SK머티리얼즈 1주(당) SK 주식 1.5778412주가 배정될 예정입니다.

 

SK머티리얼즈 지배구조

 

솔직히 SK머티리얼즈가 이렇게나 많은 비상장 자회사들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 회사들이 하나같이 미래먹거리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2차전지의 소재와 연관이 있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이들 자회사들 역시 나중에 다 기업공개가 진행될텐데, 문득 2025년까지 SK의 주가를 200만원으로 만들겠다는 회사의 호언장담이 농담이 아니었음을 새삼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산업용가스), SK트리켐(반도체 전구체), SK쇼와덴코(반도체 식각가스), SK머티리얼즈리뉴텍(반도체 탄산가스),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반도체 포토레지스트), SK머티리얼즈제이앤씨(디스플레이 OLED소재), SK머티리얼즈그룹14(2차전지 음극재소재), SK머티리얼즈 사업부문(반도체 특수가스)

 

참고로 SK머티리얼즈와 SK의 주가는 흡수합병을 공시한 순간부터 매우 강력하게 1:1.5778412의 비율로 연동되기 때문에, 한개 회사만 움직일 수 없게 됐습니다. 만약 해당 비율과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면, 기관들이 무위험 차액거래를 기계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다시 비율이 맞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가 이미 합병비율을 공언했기 때문에 무위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 회사의 주가가 오르면 다른 회사의 주가도 함께 따라 오르고, 반대로 한 회사의 주가가 떨어지면 다른 회사의 주가 역시 따라 떨어지게 됩니다. 이같은 현상은 2021년 9월 2일(목)까지 계속될 예정입니다. (주주확정기준일이 9월 6일(월)이므로, 직전 2영업일 전까지 매수해야 합니다.) 이후 합병을 위해 매매거래가 정지되는 기간은 2021년 11월 29일부터 12월 24일까지입니다.

 

일단, SK에 흡수합병을 반대하는 SK머티리얼즈 주주분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청구가격 : 415,751원) 단, 주식매수청구권은 2021년 8월 20일까지 SK머티리얼즈 주식을 매수한 분에 한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합병공시가 나온 이후에 매수한 분들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이 없습니다.) 사용절차는 일단 회사에 2021년 10월 14일~28일에 합병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접수해야 되며, 합병과 관련된 임시주주총회가 있는 10월 29일을 시작으로 11월 18일까지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슈 1 : 기술적 해자(econominc moat)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SK머티리얼즈가 생산하고 있는 불화수소에 관해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스 제조공정 간에 주로 사용되고 있는 불화수소는 기본적으로 ① 독성 성분이 있을 뿐만 아니라 ② 끊는점이 19.5℃ 밖에 안되기에 상온에서는 기체상태로 변하므로, 이를 대비해 특수용기에 보관해야 됩니다. (즉, 불화수소용 보관용기 관련기술과 특허가 필요합니다.)

 

SK머티리얼즈 액체불화수소

 

액체불화수소(식각액=에천트/etchant)와 기체불화수소(식각가스=에칭가스)는 쓰임새가 조금씩 다른데, 액체불화수소는 주로 반도체 세정공정(cleaning) 간에 불순물을 제거하는데 사용되며, 기체불화수소는 웨이퍼에 회로의 패턴을 형성하기 위해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식각공정(etching)에 주로 사용됩니다. (참고로 기체불화수소도 세정공정에 함께 사용되며, 반대로 액체불화수소도 식각공정에 일부 사용되긴 하지만,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단순화합니다.)

 

다만, 문제는 액체불화수소는 상온에 놔두기만 해도 해도 기체불화수소로 변하긴 하지만, 이는 저순도 기체불화수소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식각공정에 사용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순도를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 부분에서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게 됩니다.

 

보통 5나인(99.999%)이나 7나인(99.99999%) 정도의 순도만 돼도 굉장히 높은 수준의 순도이긴 하지만, 현재 업계 최고수준의 순도는 12나인(99.9999999999%)으로서, 일본 소재업체인 스텔라 케미파가 해당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순도를 극도로 높인 기체불화수소를 초고순도 에칭가스라고 부릅니다. (참고로 보통 저순도 불화수소의 순도는 약 97% 정도 됩니다.) 불화수소의 수요도 함께 체크해 두면 매출예측에 도움이 되는데, 식각공정에 필요한 초고순도 에칭가스가 약 20%, 세정공정에 필요한 저순도 액체불화수소가 약 80% 정도를 차지합니다.

 

에칭가스 국내 TOP 4인방

 

SK머티리얼즈의 전신은 OCI머티리얼즈로서 업력은 상당한 편입니다. 이미 지난 2020년 6월에 상당히 품질 좋은 고순도 에칭가스(5나인)를 개발했으며, 현재는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물론 대만의 TSMC 등에도 납품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가장 강력한 국내경쟁업체로는 원익머티리얼즈와 후성, 솔브레인이 있습니다.

 

이슈 2 : 일본의 백색국가에서 제외된 한국, 전화위복?!

일본정부는 지난 2018년 강제징용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한일청구권협정 위반이라며, 지난 2019년 7월부터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고 수출규제에 들어갔습니다. 좀 헷갈릴 수 있는데, 백색국가란 일본 입장에서 자국의 안전보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일본제품을 다른 나라로 수출할 때, 허가신청 과정을 면제해주는 국가를 뜻합니다. 즉,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제외됐다는 뜻은 일본에서 한국으로의 수출이 이전보다 훨씬 어렵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일본의 수출규제

 

아니 일본정부가 왜 스텔라 케미파와 모리타 화학공업과 같은 일본기업들에게 피해를 주는 제살 깎아먹기 식의 규제를 적용할까 싶지만, 수출제한조치를 받은 품목들을 살펴보면, 그 의도를 명확히 알아챌 수 있습니다. 수출제한조치를 받은 품목들은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반도체 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스마트폰, TV액정)로서 모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소재들입니다.

 

이중에서도 앞서 살펴본 불화수소는 주로 일본 기업들이 생산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들 기업의 제품이 전 세계 공급의 대략 70%를 커버하고 있으며, 특히 초고순도 에칭가스에 대한 한국기업의 의존도는 사실상 100%였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해당 일본기업들의 고순도 에칭가스를 수입해서 반도체 공정 간에 사용했기 때문에, 향후 생산에 엄청난 차질이 불가피해 보였습니다.

 

지난 사드배치 보복사태 이후 중국이 한한령(限韩令)을 발동했던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결국 기업(공급)은 물건을 사줄 고객(수요)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단, 압도적인 기술력이 필요한 제품(혹은 명품)에 한해서는 여전히 부족한 공급을 무기로 오히려 수요를 통제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일본정부는 자국기업의 반도체 소재기술에 대한 기술이 정말 압도적이라 생각했는지 수출통제라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지만, 한국은 이를 계기로 해당 소재들에 대한 국산화를 시작했으며, 이때를 기점으로 SK머티리얼즈, 원익머트리얼즈, 후성, 솔브레인 등이 떠오르게 됩니다.

 

그간 해당 소재들의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

그런데 아마 이쯤되면, 이런 궁금한 점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아니 생각보다 쉽게(?) 국산화를 해낸 것 같은데, 왜 그동안은 국내업체들이 초고순도 에칭가스를 개발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이유는 ① 경제적인 측면과 ② 환경규제 때문이었습니다.

 

일본으로부터의 불화수소 수입량이 애초에 연간 1,000억원도 되지 않을 만큼, 초고순도 에칭가스의 시장규모 자체가 그리 큰 편은 아닙니다. 대기업 입장에서도 그동안은 이와 관련된 자회사나 협력회사를 힘들게 키우는 것보다는 일본업체의 품질 좋은 제품을 수입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었을 거라 예상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SK머티리얼즈와 같은 몇몇 업체들이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에 정부가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에 대한 각종 파격적인 혜택을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예상됩니다.

 

또한, 불화수소 자체가 맹독성 물질이기 때문에 기존에는 정부의 엄격한 환경규제를 뚫고 허가를 받는 것은 물론, 시설설비를 증설하는 것조차도 굉장히 힘들었다고 합니다. 즉,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사업인지라, 언제나 규제이슈가 함께 공존하는 상당히 까다로운 사업 중에 하나였던 것입니다. (다만, 이런 이유로 해당 산업은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 할 수 있으며, 기존업체 입장에서는 잠재적인 경쟁자가 나타날 확률이 낮다는 장점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한국이 만약 다시 백색국가에 포함된다면?

당장에는 불가능할 것 같지만, 추후에 일본과의 관계가 개선돼서, 한국이 다시 일본의 백색국가 리스트에 올라가게 된다면, 한국의 특수가스 업체들이 생존할 수 있겠느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국내업체들의 역량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단계이기 때문에, 충분히 생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재 국산화에 성공한 국내업체

 

사실 현재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일부 물량에 한해 스텔라 케미파와 모리타 화학공업 측으로부터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이전과 비교해서는 현저히 줄어든 상태입니다. 즉, 공급망(supply chain)이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여러 회사와 분산해서 해당 제품을 공급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슈 3 : 삼성전자의 불화수소 재활용 시스템 개발

결국 SK머티리얼즈의 매출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와 같은 전방산업의 경기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SK머트리얼즈의 실적은 올해는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함께 크게 상승할 것이며, 지금 당장에는 주가가 다소 주춤하고 있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전혀 문제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삼성전자의 불화수소 재활용 기술

 

다만, 당장에 삼성전자가 세정공정에서 사용하는 액체불화수소를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사실은 추후 불화수소를 취급하는 업체들에게는 당연히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관련보도에 따르면, 해당 기술을 통해 기존 불화수소 사용량의 무려 87%나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고순도 에칭가스를 생산하는 SK머티리얼즈 입장에서는 당장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흠칫하지 않을 수 없는 뉴스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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