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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노트/주식

율촌화학, 주가를 바꿀 3가지 이슈 (+농심 가계도, 지배구조)

by 여의도 제갈량 2021.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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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종목분석을 하는 와중에 투자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리면, 최대한 빨리 매수하는 편입니다. 설령 조금 물리는 한이 있더라도, 저평가된 좋은 종목은 반드시 우상향한다는 믿음과 함께 어차피 정확한 저점을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분할매수를 합니다. 현재는 1억원으로 투자금을 운용하는데, 진입할 때는 300만원 혹은 500만원 단위로 매수합니다. 그래서 본격적인 상승기가 오기 전까지는 계속 추가매수를 하며, 전체 비중에서 최대 30%가 넘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물론 너무 빠르게 진입해서 가끔 1년넘게 어쩔 수 없이 존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걸 저는 '같이투자'가 아닌 '가치투자'라 생각하지만, 보통은 많이들 힘들어합니다. 저는 오히려 좋은 종목을 찾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느끼지, 물린 것을 버티는 것은 딱히 힘들어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여윳돈으로 투자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신 장기간 보유할 경우를 대비해 반드시 배당을 주는 종목만 들어갑니다. 꼭 고배당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최소한 정기예금 이자율 이상만 되면, 제 기준에는 괜찮습니다.)

 

따라서 자신에 적합한 투자방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수급을 중시여겨 차트분석에 집중하는 분들, 내재가치가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재무재표를 분석하는 분들, 주마가편이라고 상승하는 종목에 집중하는 분들, 떨어지는 칼날을 잡아야 큰 수익을 낸다고 생각하는 분들까지.. 사실 어떤 방법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주식투자와 관련해서는 여러가지 매매기법이 있습니다. 이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투자방법을 찾게 된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율촌화학, 주가를 바꿀 3가지 이슈

율촌화학은 농심그룹의 계열사로서 주요 사업으로 포장사업부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농심에서 생산된 라면이나 제과 등을 패키징할 때, 율촌화학에서 제작한 포장봉지를 이용합니다. 참고로 율촌화학은 유통 간에 활용되는 골판지 박스도 함께 생산하고 있으며, 이 또한 농심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농심이라는 아주 든든한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 덕분에 매년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캡티브 마켓은 선택의 여지없이 반드시 특정상품을 구매해야 되는 소비자를 얘기하는데, 한국에서는 주로 기업의 내부거래를 설명할 때, 해당 용어를 적용합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율촌화학을 단순히 농심그룹의 수직계열화를 위해 설립된 계열사이며, 라면봉지나 과자봉지를 만드는 회사가 무슨 특별한 기술이 가지고 있을까 싶었는데, 공부해보니 의외로 하이테크 기술입니다. 기본적으로 식품 포장재의 경우, 습기나 이물질이 포장 내부에 들어가지 않도록 내구성이 튼튼해야 될 뿐만 아니라 유통간에 식품의 품질이 변질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도 합니다. 따라서 좋은 포장재는 때에 따라서는 유통기한마저 길게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식품 제조사의 매출과 비용절감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슈 1 : LG에너지솔루션 퀄 통과?!

율촌화학은 현재 매출 5,000억 전후 영업이익 200억원을 수년간 안정적으로 달성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고무적인 것은 매출구성상 포장사업부분이 차지하는 매출비중이 대략 70%, 나머지 30%는 전자재료사업부문에서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전자재료라고 하면 무슨 말인가 싶은데, 파우치형 2차 배터리의 파우치(pouch)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율촌화학 3개년 실적

 

율촌화학은 지난 2010년부터 전자재료사업을 육성했으며, 일본의 수출규제가 본격화되는 2019년을 기점으로 파우치형 2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파우치 필름 개발에 착수해 현재는 상당히 좋은 품질과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1년 5월에는 소형 파우치형 2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의 품질인증 퀄(qual)을 통과하기도 했습니다.

 

삼성SDI는 모바일 제품에 들어가는 파우치형 2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었는데, 율촌화학의 퀄 통과 소식을 통해, 현재 신형 배터리 개발을 계획 중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라면봉지나 과자봉지 때와 마찬가지로 얼핏보면 3분카레 봉지같이 생긴 파우치 때문에 무슨 새로운 타입의 신형 배터리를 개발하나 쉽지만, 조금만 공부해보면 파우치가 배터리의 안정성과 가격, 성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상당히 중요한 소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품질인증 심사때 파열강도, 내열강도는 물론 전해질에 있는 화학성분이 파우치 필름에 직접적으로 접촉할때 일어나는 화학반응도 함께 체크합니다.)

 

현재 중대형 배터리의 파우치 필름은 일본의 DNP와 쇼와덴코의 의존도가 사실상 100%(소형 배터리까지 포함하면 대략 70% 수준)라고 봐야 되는데, 이들 기업도 과자봉지를 오랫동안 만들다 보니, 자연스레 고기능성 필름을 개발하게 된 것이니, 어찌보면 율촌화학 전자재료사업부문의 성장은 예정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참고로 파우치형 배터리에서 파우치 필름이 차지하는 원가는 대략 10% 정도입니다.

 

현재는 삼성SDI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과 품질인증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지난 2019년에 심사했을 때는 B등급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소재와 부품의 퀄 심사때 품질에 따라 A~D등급으로 구분하는데, B등급은 사용은 가능하지만 양산에는 다소 부적절한 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A등급을 획득한 소재와 부품만 사용합니다.)

 

한국에는 3개의 완성품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가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과 원동형 배터리를, 삼성SDI는 주로 각형 배터리를 생산합니다. 배터리 제조사 입장에서는 납품업체를 다변화해야 협상력을 갖춰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율촌화학의 성장이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일본의 수출규제가 언제 또다시 강화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대체할 수 있는 국산품이 있다는 사실은 사업의 안정성을 더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가장 성장 잠재력이 높은 차량용 2차 배터리의 경우, 현재 원통형 배터리(테슬라)와 각형 배터리(중국업체)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장의 매출성과를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슈 2 : 계열분리 가능성

율촌화학의 계열분리설(?)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나오던 이슈였습니다. 이 배경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농심그룹의 가계도와 지배구조를 어느 정도 알아야 됩니다.

 

농심 가계도

농심은 신춘호 회장이 아직 롯데그룹에 몸담고 있을 당시에 설립한 회사입니다. 롯데그룹을 경영하던 맏형 신격호 회장의 뜻과 달리 라면사업에 뜻이 있었던 동생 신춘호 회장이 지난 1965년 롯데공업을 설립하였으며, 창업초기 롯데라면, 농심라면, 새우깡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단기간에 중견기업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이후 형제간에 갈등이 심화되어 심지어 소송까지 이어지게 되었고, 결국 1978년 기업명을 농심으로 바꾸면서 지금의 농심그룹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역사 때문에 많은 분들이 농심을 롯데그룹의 계열사 혹은 자회사 정도로 헷갈려 하지만, 실제로는 지배구조상 전혀 연결이 안되있는 독립된 회사입니다. 오히려 신격호 회장 살아생전에는 신춘호 회장과 워낙 사이가 안좋아, 오히려 남보다 못한 사이였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농심가와 롯데가 2세들간에는 관계가 상당히 원만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농심 롯데라면 vs 롯데쇼핑 롯데라면

 

참고로 지난 2010년에 나왔던 PB제품인 롯데라면은 농심이 출시한 것이 아니라 롯데쇼핑이 출시했습니다. 민감한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롯데라면의 출시를 실무자단에서 기획했을 리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당시만 해도 신격호 회장이 아직 정정했을 때니 아마도 어떠한 오더가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혹자는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롯데라면의 제조사가 농심의 라이벌인 팔도와 삼양라면이라는 점을 들기도 합니다.

 

농심그룹 가계도

 

신춘호 회장에게는 3남 2녀가 있습니다. 친형인 신격호 회장과 지긋지긋한 경영권 분쟁을 겪어서 인지 경영승계를 굉장히 일찍부터 서둘렀습니다. 쌍둥이 형인 장남 신동원씨에게 농심을, 쌍둥이 동생인 차남 신동윤씨에게 율촌화학을, 3남 신동익씨에게 메가마트를 승계시켰습니다. 현재는 신춘호 회장이 지난 2021년 3월에 작고함에 따라 장남 신동원씨가 농심의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승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입니다. 그동안 신동원 회장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농심홀딩스의 회장직을 맡았으나, 주력 계열사인 농심에서는 부회장직을 맡고 있었습니다.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과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입니다.)

 

농심그룹 지배구조

차남인 신동윤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율촌화학은 농심그룹에서 계열분리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 보입니다. 이미 3남인 신동익 부회장은 아버지 신춘호 회장 사망 이후인 지난 2021년 4월에 자신이 이끌고 있는 메가마트를 계열분리한 상태입니다. (이때 외가 친인척들이 운영하고 있던 우일수산도 함께 계열분리를 마쳤습니다.)

 

농심그룹 지배구조

 

뿐만 아니라 현재 농심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속하게 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굉장한 대기업처럼 느껴지는 농심그룹은 현재 의외로 대기업, 준대기업의 기준에 포함되지 않아 기업공시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편입니다. 참고로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기준은 그룹의 자산규모가 5조원 이상일 경우이며, 농심그룹은 상장사 3사인 농심홀딩스, 농심, 율촌화학의 자산규모만 해도 대략 4조 7364억원에 달합니다.

 

율촌화학 지분구조

 

최근 주요 계열사인 농심과 율촌화학의 성장세가 가파른 관계로 언제든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속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율촌화학이 전자재료사업부문이 성장을 거듭하면, 추가적인 생산설비 투자가 불가피하므로, 이에 따라 자산가치가 증대될 가능성은 사실상 100%입니다. 계열분리의 해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기존에 신동원 농심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농심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율촌화학의 지분 31.94% 중 일부와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이 가지고 있는 농심홀딩스의 지분 13.18%를 스왑(swap)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신동윤 부회장의 율촌화학 지배력은 높아지고, 농심홀딩스는 자사주가 생기게 됩니다.

 

농심홀딩스 지분구조

 

추가적으로 상속세와 관련된 이슈는 이미 끝난 상태입니다. 신춘호 회장은 지난 2021년 3월 27일에 별세했습니다. 신춘호 회장이 물려줄 주식에 대한 증여세가 책정되는 기간인 평가기준일 이후 2개월 후가 모두 지났으므로, 상속인인 신동원 회장과 신동윤 부회장 입장에서는 굳이 주가를 누를 필요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슈 3 : 농심 해물탕면에서 발암물질 검출

농심이 유럽에 수출한 라면 중 하나인 해물탕면의 스프에서 1급 발암물질인 에틸렌옥사이드가 EU 기준치의 148배가 넘게 검출되었습니다. 문제가 된 제품은 2021년 1월 27일과 3월 3일에 생산된 해물탕면이며, 농심은 해당 물량을 전량 리콜했습니다. 사실 리콜된 물량에 대한 처리비용 자체는 일회성일 뿐만 아니라 그리 크지도 않기 때문에, 걱정이 안되지만,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것은 훨씬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 농심은 영화 기생충을 통해 짜빠구리가 대히트를 치면서, 최근에서야 해외수출에 성공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아직은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편이 아닙니다. 

 

농심 해물탕면, 발암물질 검출

 

당연히 농심에 포장재를 납품하는 율촌화학의 매출은 농심의 매출규모에 연동되기 때문에, 농심의 매출악화는 율촌화학의 매출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시장에서는 해당 악재를 심각하게 반영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다만 추후에 식약청이 해당 이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서, 농심의 타제품들에 대한 집중조사가 들어갈 경우에는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는 점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결국, 궁극적으로는 농심 측이 최선을 다해서 해당 이슈에 대해 명쾌한 이유와 해법을 제시해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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