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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노트/주식

LIG그룹 지배구조, 계열사 현황 (+LIG넥스원)

by 쉼 표 2021. 4. 4.

요새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 범LG계열 회사들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GS그룹, LS그룹, LIG그룹, LX그룹, 아워홈 등 정말 셀 수도 없이 많은 회사들이 독립했는데, 본래 LG라는 거대한 그룹사에서 나온 탓이라 그런지 (신기하게도, 아니 어쩜 당연하게도) 범LG가 회사들은 서로의 사업영역이 잘 겹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서로의 사업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필요할 때는 공생하는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범LG그룹가(家)만의 문화라 할 수 있습니다.

 

 

LIG그룹 가계도

그래서 대한민국의 산업 구석구석을 살펴볼겸, 범LG가에 속하는 그룹사들에 관한 포스팅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LG그룹의 창업주인 구인회 그룹회장(1대)은 6남 중 장자이며,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LG전자와 LG화학과 같은 주요 사업들을 대를 이어가며 경영하고 있습니다. 형제 중 2남인 구철회 LG그룹 고문의 자식들이 이번에 알아볼 LIG그룹을 계열분리했습니다.

 

 

LIG그룹은 상당히 초창기에 LG그룹에서 독립했습니다. LIG그룹은 지난 1999년, LG화재(=LG화재해상보험)를 계열분리하는 과정에서 보험(insurance) 사업임을 강조하기 위해 I라는 이니셜을 덧붙여 명명됐다고 합니다. 이후 2004년, LG이노텍의 방산사업부가 LIG넥스원(넥스원퓨처스)으로 계열편입되었으며, 현재는 사실상 그룹 자체가 해체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LIG넥스원이 LIG그룹을 대표하는 기업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LIG그룹 역시도 LG그룹과 마찬가지로 장자승계의 원칙이 적용됐기 때문에, 주요 사업은 장남인 구자원 LIG그룹 1대회장이 총괄했으며, 자식들이 손발이 돼서 그룹을 키웠습니다. 추후에는 2남가문(구자성)이 LIG투자자문을 계열분리해서, 현재의 LK자산운용을 경영하고 있으며, 4남가문(구자준)이 LIG인베이나를 계열분리해서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LIG건설 CP(기업어음) 사기발행

한창 잘 나갈 때 LIG그룹은 보험업, 건설업, 방산업을 아우르는 상당히 매력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회사였지만, 지난 2011년 LIG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부터 사세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합니다. 단순히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이라면, 그룹에서 LIG건설만 꼬리짜르기하고 끝났을 테지만, 사기성 기업어음을 발행했기 때문에 문제가 굉장히 크게 불거지고 말았습니다.

 

해당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건설업에 대한 배경지식이 조금 필요합니다. 지난 1997년 IMF를 기점으로 기존의 많은 건설사들이 부도처리된 이후 새로운 건설사들이 PF(Project Financing) 사업이라는 금융기법을 바탕으로 돌풍을 일으킵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부동산 개발사가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이때 건설사(=시공사)가 보증을 서게 됩니다.) 토지를 매입해서 분양을 하고, 분양대금이 들어오면 공사비로 쓰면서 은행에게 돈을 갚는 방법을 말합니다. 자금이 부족한 중소형 건설사들도 대단지 아파트를 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자금의 한계가 없어지게 됐습니다.

 

경기가 좋고, 부동산 시장이 좋을 때야 이같은 PF가 효과적이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건설사들이 분양에 실패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부실사태가 급격히 확산됐습니다. (건설사는 PF보증을 섰으므로, 빌린 돈과 함께 이자를 갚아야 되기 때문에, 부실속도가 가속화된 것입니다.) LIG건설도 이런 부실에 동참해있었으며, 당장에 급한 자금경색을 막기 위해 기업어음(CP, commercial paper)을 발행해 이를 해결했습니다.

 

문제는 기업어음의 신용등급은 회사의 재무건전성에 의해 결정되는데, 회사가 PF보증을 선 금액을 감춤으로써, 재무상황이 좋은 기업인 것처럼 탈바꿈시켜 버린 것입니다. 심지어 법정관리에 들어갈 계획을 이미 세운 상태에서도 어음판매를 강행했다는 점은 아예 작정하고 사기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또한 해당 기업어음을 마치 절대 손해보지 않는 상품으로 홍보하며, 적극적으로 판매한 증권사에게도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당시 LIG건설의 신용등급은 판매가 가능한 기업어음의 신용등급 중에서 최하위 등급이었습니다.)

 

당연히 오너일가인 구자원 그룹회장(1대)과 구본상 당시 LIG넥스원 부회장,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의 지시가 없었다면, 이와같은 분식회계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므로, 이를 사기로 간주해서 3부자가 모두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그나마도 구자원 그룹회장은 그룹의 전부나 다름없던 LIG손해보험을 KB에 매각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복구를 하면서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구본상 부회장과 구본엽 부사장은 꼼짝없이 감옥에 갔습니다. 현재 이들은 모두 만기출소한 상황이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에 따라 취업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 LG화재 → LIG손해보험 → KB손해보험
· 럭키생명 → LIG생명보험 → 우리아비바생명 → DGB생명
· 건영주택+한보 건설사업부 → LIG건설 → 건영
· LIG투자증권 → 케이프투자증권

 

LIG그룹 지배구조

이 사건을 계기로 LIG그룹은 무너지게 됐으며, 기업규모가 확 쪼그라들게 됩니다. 위 리스트의 회사들은 해당 사건이 터지면서 모두 매각되고 말았습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하나하나 다 인지도가 높고, 평판이 좋은 회사들입니다. 현재 LIG그룹은 아래와 같이 크게 3개 그룹으로 나눠져 있으며, 장남가문(구본상, 구본엽)이 이끄는 LIG넥스원(방산), 이노와이어리스(무선통신장비), 2남가문(구본욱)이 이끄는 LK투자파트너스, LK자산운용, 삼양옵틱스(카메라용 렌즈), 4남 가문(구동범, 구동진)이 이끄는 인베니아(디스플레이장비) 입니다.

 

 

삼양옵틱스

개인적으로는 나중에 2남가문의 구본욱 대표가 이끄는 LK그룹은 상장하면, 꼭 한번 투자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 괜찮은 회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LK가 어떤 사모펀드(PEF)로 성장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투자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로 범LG가에는 또 다른 투자회사인 LB인베스트먼트가 있으며, 사촌인 구본천 대표가 이끌고 있습니다.)

 

이번에 인수한 삼양옵틱스는 상당히 건실한 회사로서 카메라 렌즈 및 CCTV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삼성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브랜드의 렌즈를 OEM 생산하면서, 기술력을 탄탄히 쌓았습니다. 삼양옵틱스는 추후에 따로 포스팅할 예정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간단히 마무리하겠습니다. 살펴볼만한 부분은 LK가 삼양옵틱스를 인수하는 과정과 카메라 렌즈산업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성장할지 여부입니다.

 

인베니아

4남가문의 구동범 사장과 구동진 부사장이 이끄는 인베니아는 여전히 LG그룹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아무래도 새롭게 LIG그룹에서 독립하다 보니, 자생력이 부족한 관계로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자주 휩싸이고 있습니다. 애초에 문제가 됐던 LG디스플레이(12.93%→0%)와 LG전자(5.82%→4.94%)는 인베니아의 지분을 전량 혹은 부분매각했고, 추가적으로 대주주의 지분이 많았던 자회사 인베니아브이와 합병을 진행하는 등 경영진들이 해당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LG디스플레이향 매출이 크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매출처가 다변화된다면, 인베니아의 디스플레이 장비 기술력에 좀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여전히 고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장비를 생산하는 인베니아가 중국향 매출이 늘려간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성장주로서 더 매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LCD와 OLED 패널에 대한 이해가 선결됩니다. 인베니아 투자를 원하시는 분들은 이 부분을 함께 공부하시길 바랍니다.

 

3남가문은 무슨 사업을 하나요?

혹시나 궁금할까봐 TMI 하자면, 구철회 LG그룹 고문의 3남이었던 구자훈 LIG문화재단 이사장은 현재 교수로 활동 중이며, 따로 독자적인 사업을 추진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구자훈 이사장 본인을 포함해서 3명의 딸 중 2명의 딸이 국제결혼을 했다는 것입니다. 유교적 가풍이 남달랐던 LG그룹의 문화를 생각하면, 상당히 파격적이지 않을 수 없는데, 구자훈 이사장은 뭔가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LIG넥스원 주가를 바꿀 3가지 이슈

① 경영복귀와 추가적인 오너리스크

매출규모가 20조에 달하던 그룹이 현재는 2조로 줄어든 만큼, 외형 자체는 예전과 비교도 안되게 축소된 상태입니다. 휴세코(시설관리)와 LIG시스템(소프트웨어)은 그야말로 그룹내 사업을 지원하던 회사였기 때문에, LIG손해보험을 매각하기 전만해도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자주 휘말렸지만, 지금은 그 규모가 줄어들어 관심에서 벗어난 안습한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LIG넥스원이 어떻게든 뭔가 해줘야 되는 상황입니다.

 

대규모 투자를 하거나 신사업을 역동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오너인 구본상, 구본엽 형제의 복귀가 절실하지만, 이번에는 탈세혐의가 발목을 잡고 말았습니다. 지난 2015년 10월, LIG넥스원은 코스피에 상장되었는데, 당해 5월에는 공모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지주회사인 LIG의 가치가 10,481원으로 확정되었습니다.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경영진은 2가지 불법행위를 저질렀습니다. 구본상, 구본엽 형제는 ⓐ LIG의 주식을 실제가치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인 3,846원에 매집해서, 총 1,329억원에 달하는 세금(증여세,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을 탈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 실제 거래가 2015년 6월에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직전월인 5월에 LIG의 주가가 확정된 점을 고려해 주주명부와 주권명의 변경일을 4월로 조작한 점입니다. 당연히 대주주가 비상장기업의 주식가치를 산정할 때 임의로 정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앞으로 소송을 통해 결론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②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이노와이어리스 인수

LIG넥스원은 지난 2020년 11월, 이노와이어리스에 공동투자했던 KCGI-헬리오스 사모펀드의 지분을 일부 매입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습니다. 행동주의 펀드로 유명한 KCGI는 강성부 대표가 운영하고 있으며, 강성부 대표는 예전에 LK투자파트너스에 몸담은 적이 있기 때문에, LK그룹이 측면에서 도와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무선통신망장비를 개발하고 제조하는 이노와이어리스(inno-wireless)는 여러모로 LIG넥스원과 접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됩니다.

 

또한 단순히 LIG넥스원과의 시너지 외에도, 다가올 4차혁명의 핵심은 5G이며, 많은 소비자들이 현행 5G의 품질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아직 기지국이 구석구석에 덜 깔렸기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본업에서의 매출성장이 기대되기도 합니다. 결국에는 통신사들이 5G장비에 투자해야 되기 때문에, 지금은 지지부진한 5G장비업체들의 주가도 언젠가는 오를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③ 항공우주 테마주는 연일 초강세

연초에 항공우주 테마가 시장에 굉장히 임팩트있게 자리 잡았습니다. 이는 미국에서 항공우주와 관련된 심상치 않은 움직임들이 연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의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이 유인우주선 발사를 예고하고 있으며,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스페이스X가 2주 단위로 인공위성을 쉬지 않고, 쏘아 올리고 있습니다. 또한 작년부터 급부상한 캐시 우드(Catherine Wood)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먼트가 드디어 우주항공ETF인 ARKX를 내놓으면서, 다시 한번 한국의 항공우주 관련주들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한국증시에는 위성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는 쎄트랙아이를 필두로 의외로 방산주들이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주로 비행기나 로켓, 미사일 등과 같은 무기들을 생산하는 회사들인 한국항공우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가 나름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미국에서도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과 같은 방산업체들의 주가가 올해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새롭게 출범하는 LX그룹의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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