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덤2' 이후 경연 프로그램에 회의감을 느껴 전혀 보지 않았는데, '두번째 세계'는 왠지 모르게 관심이 갔다. 아마도 사전공개됐던 8명의 참가자들 노래가 전반적으로 괜찮아서 그랬던 것 같다. 기획 자체가 참신하기도 했다. 걸그룹 래퍼들이 보컬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리는데, 그녀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보컬실력을 뽐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애정 하는 스타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만, 확실한 문제점들이 몇가지 보인다. ① 우승의 특전이 뭔지 아직 드러내지 않아서 그런지 뭔가 몰입이 안된다. 누가 봐도 이 정도의 혜택이면, 래퍼들이 정말 목숨 걸고 무대를 준비하겠다 싶게 납득이 돼야 된다. (그만큼 경연 프로그램에서 간절함과 절박함은 재미 이상의 흥행요소다.) 더불어 ② 출연진 별로 상징하는 타로카드를 설정한 것은 굳이 했어야 됐나 싶었다. 되레 프로그램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 같다.
결정적으로 ③ 그녀들의 보컬실력이 소름 끼칠 정도로 좋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 결국 방송이 정말 잘되려면, 이 출연진들이 감동을 주는 무대를 선보여야 되는데, 워낙에 시청자들이 눈높이가 높아진 현재로서는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궁금증이 많이 가는 출연진들로 캐스팅한 덕분에 한동안은 화제가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JTBC '두번째 세계'는 매주 화요일 저녁 8시 50분에 방영된다.
두번째 세계 출연진 총정리, 솔직후기
① 문수아(The magician)
문수아는 2021년 11월에 데뷔한 빌리의 멤버다. 오랜 기간 동안 소속사를 옮겨가며, 연습생 생활을 해서 그런지 실력이 굉장히 안정적이고 탄탄한 편이다. 비주얼이 좋고, 노래실력 역시 문별, 김선유와 더불어 가장 괜찮은 편인 데다, 현재 대세가 되고 있는 걸그룹 빌리의 멤버라는 점에서 우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특이한 점은 이번 '두번째 세계'에는 '언프리티 랩스타'에 출연했던 출연진들이 많은데, 문수아와 함께 유빈, 엑시가 시즌2에 나왔고, 신지민은 시즌1에 등장했었다.
② 유빈(Judgement)
유빈은 2세대 걸그룹의 전설, 원더걸스 출신이다. 참고로 원더걸스는 2007년 2월 데뷔해 2017년 2월에 해체했으며, 유빈은 2007년 7월 현아를 대신에 교체멤버로 투입됐다. 현아의 활동시기가 짧을 뿐만 아니라 유빈이 합류된 이후에 Tell me, So hot, Nobody 등과 같은 역대급 히트곡들이 발표됐기 때문에 사실상 원년멤버라고 봐도 된다. 팀이 해체된 이후에는 솔로로 전향해 잔잔한 시티팝 풍의 음반을 많이 냈기 때문에, 보컬 트레이닝은 넘치도록 많이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실력 자체는 안정적이다.
세보이는 외모와 달리 실제 성격이 털털하고 온화한 편이라 경연 프로그램에는 잘 어울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두번째 세계'가 '언프리티 랩스타'처럼 독한 예능이 아닌 착한 예능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괜찮아 보인다.) 현재 자신이 직접 소속사를 세워 운영하고 있는 만큼 대표로서 각종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③ 주이(The sun)
주이는 지난 2016년 11월에 데뷔한 모모랜드의 랩퍼다. 모모랜드 자체가 MLD엔터테인먼트라는 중소기획사에서 제작한 아이돌인지라 초반에 자리 잡는데 어려웠지만, 주이의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바이브가 주목받으며 인지도를 올렸다. 이후 비주얼 멤버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고, '뿜뿜'이라는 노래가 히트하며, 대세 걸그룹 반열에 오르는 듯싶었다. 하지만 3명이나 되는 멤버(태하, 연우, 데이지)들이 탈퇴하거나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하면서 각종 구설수에 시달리게 됐고, 그 와중에 주이가 주요하게 언급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 과정에서 모모랜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었던 경연 프로그램 '모모랜드를 찾아서'가 조작논란에 휩싸이면서, 현재는 사실상 몰락해버렸다. 여러모로 신지민과는 많이 비교된다. 신지민의 경우, 그녀를 가해자라 주장한 권민아가 여러모로 납득이 안되는 행보를 보이면서, 신지민이 재평가된 반면, 주이는 별다른 여론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첫번째 무대가 굉장히 자신 없어 보였고, 뭔가 임팩트가 없었다. 결국 주이는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최고의 무대를 만드는데 올인해야 된다.
④ 미미(The strength)
지난 2015년 4월 데뷔한 오마이걸은 '퀸덤'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하더니, '댄댄댄스', '살짝 설렜어' 등이 히트를 치면서 현재 가장 잘 나가는 아이돌 중에 하나가 됐다. (참고로 '퀸덤'에 출연했던 출연진은 미미를 포함해 문별, 신지민, 엑시가 있다.) 오마이걸에서 래퍼로 활동 중인 미미는 현재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고 있으며, 이번 '두번째 세계'에서도 특별한 일 없이는 안정적인 실력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확률이 높다.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 보는 사람마저 기분 좋게 만든다.
⑤ 김선유(The sun)
'방과후 셀렘'이라는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2022년 5월에 클라씨로 데뷔한 김선유는 무려 2008년생으로 중학생이다. 연습기간도 짧고, 경력이 거의 없는 만큼 실력이 없을 거라 예상했지만, 1화를 시청해보니 강력한 우승후보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퀸덤2'를 시청하며 눈이 높아진 것 같은데, 임팩트 있었던 무대를 보여준 출연자는 김선유 한명 밖에 없었다. 타고난 끼와 함께 무대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넘어가면서 까지 도전할 수 있는 언더독 입장에 있기 때문에 기대가 된다. 비주얼로 문수아와 함께 거의 탑이다.
⑥ 문별(The emperor)
마마무는 2014년 6월 데뷔했으며, 문별은 팀 내 래퍼를 맡고 있다. 사실 마마무는 걸그룹이라기보다는 이미 아티스트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아마 문별이 참여를 주저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마마무 노래 중에 원래 랩이 있었나 싶었나 싶을 정도로 애초에 리드미컬한 노래들을 많이 다뤄봤기 때문에 취지에도 딱히 맞아 보이지도 않는다. 물론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런 실력자가 나와주면, 무조건 땡큐긴 하다.
다만, 워낙에 기대치가 높다 보니 오히려 밋밋했다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역시나 많은 노력을 해야 될 것이다. 단순히 굉장히 잘하는 아티스트 정도가 아니라 독보적이고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효린이 되기 위해서는 실제로 문별 스스로가 그만큼의 퍼포먼스를 선보여야 된다. 즉, 래퍼치곤 잘하는 정도로는 절대 안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되레 그동안 쌓아왔던 명성을 단번에 잃을 수도 있다.
⑦ 신지민(The hermit)
AOA는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모모랜드 만큼이나 다사다난했던 걸그룹이다. 지난 2012년 7월 데뷔해 3세대 정상급 걸그룹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마지막 문턱에서 좌절했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초아의 탈퇴는 그렇다 치더라도, 리더인 신지민이 권민아를 따돌렸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무너져버렸다. 이후 팀을 살리기 위해 자진탈퇴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오랜 시간 동안 자숙기간을 갖은 뒤 이번 기회에 복귀했다. 당연히 주목받을 수밖에 없으며, 실체적 진실이 어느 정도 드러난 상태이기 때문에 응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재기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⑧ 엑시(The devil)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오마이걸은 확실한 3세대 대표 걸그룹이 된 반면, 우주소녀(2016년 2월 데뷔)는 인기가 많지도 적지도 않은 탓에 상황이 애매해졌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돌의 경우, 보통 7년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내년 2023년에는 우주소녀 재계약과 관련된 이슈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현재 우주소녀의 많은 멤버들이 재계약을 희망하고 있기에 총력을 다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여자친구 마저 재계약이 불발된 현실을 참고하면, 우주소녀는 쉽진 않을 것 같다. (참고로 오마이걸은 미미를 포함한 멤버 대부분과 재계약을 올해 2022년에 끝낸 상황이다.) 따라서 우주소녀의 리더로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되는 엑시로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이번 활동에 높은 몰입도를 가지고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 혹시라도 우주소녀 자체가 롱런하지 못하더라도 솔로가수로서 자신의 가능성을 점검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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