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덤1의 무대를 보고 나면, 퀸덤2의 무대가 확실히 빈약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퀸덤2의 무대들이 대체적으로 볼만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효린은 1차경연과 2차경연, 3차경연 1라운드(보컬유닛, 댄스유닛)까지의 모든 무대를 역대급으로 꾸몄기 때문에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현시점에서 경연은 사실상 이미 끝났다. 효린과 비빌 수 있는 팀이 없다.
비비지와 이달의 소녀(이달소) 정도가 이런저런 이유에서 그나마 상대해볼 만한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두팀은 여러모로 색깔이 좀 다른 것 같다. (어떤 성장배경을 가졌는지가 이래서 중요한가 보다.) 파워청순이라는 획기적인 컨셉으로 칼군무의 정석을 보여준 여자친구(=비비지)는 기존 멤버들 간에 케미가 워낙 좋아 하나로 뭉쳤을 때 색깔이 더 강렬하게 느껴지지만, 다른 팀과 콜라보할 때는 뭔가 어색했다. 반면 매달 한명씩 데뷔라는 엄청난 경쟁을 뚫고 데뷔한 이달소 멤버들은 다른 팀과 함께 경연을 참여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퀸덤2 3차 경연 1라운드 결과 총정리
퀸덤2 3차경연 1라운드는 포지션 유닛대결이었다. 각 팀의 일부 멤버들을 보컬유닛과 댄스유닛으로 찢어, 총 6개팀이 출진했다. 보컬유닛에서 1~3등까지, 댄스유닛에서 1~3등까지 선정됐는데, 결과는 아래와 같다. 결과와 상관없이 3차경연 1라운드를 무려 3화에 걸쳐 방영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장난과도 같았던 중간평가를 포함해 필요없는 서사들이 너무 많아 솔직히 지루했다. 딱 2화로 압축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더불어 케플러의 외국인 멤버들을 너무 과도하게 띄워주는 것도 거슬린다. 특히 중국인 멤버에게 그러는 것은 엠넷이 중국 시청자들의 눈치를 과도하게 살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케플러의 중국인 멤버가 딱히 잘못한 것은 없지만, 이전에 워낙 많은 중국인들이 뒤통수를 쳐서 그런지, 그냥 중국인을 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우주소녀가 대표적인 예다. 중국인 멤버들이 먹튀하는 바람에 남은 멤버들은 이도저도 아니게 됐다. (케플러라고 다를까 싶다. 아니 현존하는 5년차 이상되는 아이돌 중에 중국인 멤버가 제대로 남아있는 팀이 있긴 한가?)
퀸덤2 보컬유닛 총정리
① 해와 달 (이달소×케플러)
내가 꼽은 보컬유닛의 순위는 33 = 해와 달 > 우주를 품은 은하다. 실제 경연에서는 '해와 달'이 비록 3위를 차지했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달소는 이제 상당한 실력자들이 모였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딱히 놀랍지 않았는데, 케플러 멤버들도 상당했다. 하긴 생각해보면, (한국기준 폭망하긴 했지만) '걸스플래닛'이라는 경연 프로그램에서 생존한 아이돌이니 실력이 없을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달소는 달을, 케플러는 해를 상징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잘 살려 '해와 달'이라고 유닛명을 지은 것부터가 굉장히 센스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강점은 무려 6명이나 팀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원래부터 같은 팀이었던 것 마냥 목소리의 케미가 정말 좋았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영상이 아닌 음원으로 들어보면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다만, '나비소녀'라는 곡 자체가 명곡이긴 하지만, 경연곡으로 하기에는 뭔가 임팩트가 약했다는 점과 이런 아련한 곡을 가장 처음 선보이다 보니, 청중평가단의 기억에서 잊혔을 확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② 우주를 품은 은하 (비비지×우주소녀)
반면 아쉬웠던 팀을 하나 꼽자면, 바로 '우주를 품은 은하'다. 연정이라는 걸출한 보컬리스트를 필두로 은하와 수빈 모두 실력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뭔가 어우러지는 맛이 없었다. 뜨끈한 라면국물에 김밥이 아닌 돈가스를 찍어먹는 느낌이랄까? 하나하나는 딱히 흠이 없지만, 전체적으로 3명의 목소리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따라서 실력차이 라기보다는 케미차이 때문에 '해와 달'보다 좀 아쉽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나마 은하의 압도적인 비주얼을 제대로 살린 무대연출과 '내 손을 잡아'라는 명곡을 경연곡으로 선택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 여기에 충분한 연습을 통해 실수를 하지 않았기에 보컬유닛 경연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연정은 사실상 옥주현의 길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보컬로서 워낙 출중한 능력을 갖춘데다, 키도 크고 서글서글한 비주얼인지라 뮤지컬에서 좋은 커리어를 쌓을 것 같다.
③ 33 (효린×브브걸)
효린과 브레이브걸스(브브걸)의 민영이 함께한 33의 무대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무대연출이 완전 미쳤다. 효린의 목소리는 드라마 OST 퀸이라 불리는 백지영만큼이나 절절했다. 민영도 잘하긴 했지만, 효린에 비해 보컬적으로 살짝 밀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인 선호의 차이라고 생각하며, 엄밀하게는 둘의 색깔이 다르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브브걸이 얼마나 더 오랫동안 아이돌을 할 수 있을지 모르므로, 보컬이 강한 민영은 어떻게든 이번 기회를 살려 솔로로서의 기회를 잡아야 되는데, 살짝 안타까웠다. (민영은 코로나 때문에 목상태가 안좋았다.)
퀸덤2 댄스유닛 총정리
④ 케비지 (비비지×케플러) + 홀리뱅
본격적인 댄스유닛 리뷰에 앞서 개인적인 순위는 퀸이나 >> EX-it = 케비지였다. 계속 언급하지만, 비비지는 멤버들 간에 케미가 워낙 좋아 다른 팀과 콜라보했을 때 기대했던 것보다 예쁜 그림이 잘 안그려지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팬으로서 뭔가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엄지의 프로페셔널한 자세를 보면서, 많은 용기와 위로를 얻었다. 아무리 후배일지라도 자신보다 더 뛰어난 부분이 있으면, 경청하고 서슴없이 먼저 물어보는 자세는 점점 꼰대(?)가 돼가는 나 자신에게 강한 경종을 울렸다.
더불어 일각에서는 비비지가 너무 많은 악마의 편집에 당한다고 한다. 실제로 특히 신비를 중심으로 악편이 있긴 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이번에는 같은 팀원인 신비가 왜 엄지에게 안 알려주지라고 생각할 수 있게 편집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좀 다르다. 생각해보면, 신비가 적극적으로 엄지에게 가르쳐주는 것도 웃기다. 보기에 따라서는 비비지 내에 뭔가 서열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엄지가 적극적으로 자신이 원래 동작을 익히는게 좀 느리다고 솔직히 고백한 것이 여러모로 올바른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⑤ EX-it (효린×우주소녀) + 라치카
보컬유닛과 댄스유닛 경연을 동시에 참여한 효린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우주소녀에서는 그동안 은서와 여름이 제일 눈에 들어왔는데, 비글 같은 모습이 이번 3차경연 1라운드를 통해 잘 드러났다. (어떻게든 성공할 두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여름은 지난 2차경연에서 댄스 브레이크를 통해 실력을 제대로 선보였는데, 이번에도 두각을 잘 드러냈다. 마지막 쿠키영상에서 머리가 산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복면 벗는 자세까지 연구하는 모습을 보며, K팝시장 자체가 운좋아 열린 게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으며, 이는 엔터주를 투자해야 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⑥ 퀸이 나 (브브걸×이달소) + 프라우드먼
'퀸이 나'의 이번 퍼포먼스는 아마도 퀸덤2 최고의 무대 중에 하나로 기억이 될거라 예상될 정도로 엄청난 임팩트가 있었다. 올리비아 혜가 립스틱을 바르며 등장하는 장면부터 상당히 이색적이었는데, 5명이 얼굴이 좌르륵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숨죽이고 무대에 몰입했다. 브브걸의 은지는 퀸덤1에도 출연했을 정도로 원래 댄스에 상당히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치고, 이달소 멤버들 때문에 또다시 놀랐다. 실력이 장난 아니다.
더구나 곡 선정 당시 가장 인기가 없었던 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각잡고 최선을 다해 말도 안되는 레전드급 무대를 만들었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아마도 프라우드먼의 모니카 선생님이 춤에 대한 진심이 제대로 전달됐기 때문이 아닐까? 선생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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