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판도라, 조작된 낙원'은 현지민 작가의 입봉작이다. 현지민 작가는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내딸 금사월', '펜트하우스' 등을 집필한 김순옥 작가의 수제자인 만큼 확실히 비슷한 구석이 많은 것 같다. 전개가 시원시원하고, 설정이 상당히 기발해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로 자극적이다. (더구나 이번 작품에 한해 김순옥 작가가 아예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다고 하니, 애당초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확실히 드라마로서의 재미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제 막 입봉을 하는 작가의 욕심이 많이 섞였다고나 할까? 너무 많은 서사가 교차하듯 전개되다 보니, 산만하다는 느낌이 든다. 캐릭터 개개인의 서사 자체가 상당히 복잡한 탓에 배경지식 없이 드라마를 보면, 이게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놓치기 십상이다. 벤처창업, 대통령 출마, 대통령 암살, 불륜, 기억상실, 비밀조직, 킬러, 재벌 등과 같이 전혀 연결이 안될 것 같은 소재들이 얼기설기 엮여있다. 물론 캐릭터들을 공들여 만든 만큼 어떻게든 서사를 이해한 시청자들만큼은 깊이 있게 빠져들 것이다.
드라마 '판도라, 조작된 낙원'은 16부작으로 제작됐으며, tvN 토일드라마로서 저녁 9시 10분에 방영한다. 스튜디오드래곤이 기획에 참여한 만큼 일정 이상의 퀄리티는 확실한다. 화제작이었던 '일타스캔들'의 후광을 어느 정도 받았음에도, 결말을 얼마 남지 않은 현재까지도 대략 3~4%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어 범작으로 기억될 것 같다.
드라마 판도라 조작된 낙원, 등장인물, 홍태라
① 홍태라, 표재현 의장, 홍유라
홍태라(이지아)는 표재현의 아내다. 다정한 성격으로 주변사람들과 잘 지낸다. 기억상실 때문에 15년전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실제 본명은 오영이며 전문킬러다. 아직까지는 자신의 과거를 선명하게 기억하진 못하지만, 전투실력만큼은 숨길 수 없는지 위기 때마다 드러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지아 배우의 연기는 참 늘지 않는 것 같다. 연기에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달까? 액션연기도 어색하다. 그럼에도 여러 대작에 캐스팅이 잘되는 걸 보면, 전문가들이 보는 그녀의 퍼포먼스는 좀 다른가 보다.
표재현(이상윤) 해치 의장은 야심만만한 사업가다. 해치 3인방 중 한명으로, 나머지 멤버인 장도진(박기웅) 대표, 구성찬(봉태규) 소장과 가깝다. 아내인 홍태라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부부의 인연을 맺었으며, 현재도 사이가 좋다. 대통령 출마를 준비한 탓에 기존 벤처창업과 관련된 사업이야기보다는 정치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참고로 무소속으로 출마해 결국 대통령에 당선된다. 이상윤 배우의 안정적인 연기가 극의 무게감을 더 높였다.
홍유라(한수연)는 패션 브랜드 LAPIN의 대표다. 홍태라의 친언니로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계약에 의해 연기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고해수의 남편인 장도진 대표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 자신의 사랑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 드러내놓고 연애행각을 저지른다. 따라서 어떤 면에서 보면, 사랑에 진심이라고 볼 수 있다. 한수연 배우의 필모를 보면 그동안 여러 작품에 참여하긴 했지만, 아직 실력에 비해 인지도를 얻지 못한 것 같다. 묘한 분위기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걸 보니, 앞으로 배우로서 대성할지도 모르겠다.
② 장도진 대표, 고해수 앵커
장도진(박기웅)은 해치 대표이자 금조그룹의 차남이다. 해치 3인방 중 표재현이 리더십, 구성찬은 기술력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자금력을 갖춘 장도진은 쩐주와도 같은 포지션이다. 아내인 고해수가 각종 심리적인 문제를 겪고 있기에 허해진 마음을 달래려 홍유라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 아버지를 잃고 으르렁대는 고해수에게 뭔가 특별한 감정을 느꼈고, 자신이라면 그녀를 잘 품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녀와 인연을 맺었지만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불륜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고해수(장희진)는 장도진의 아내이자 YBC 앵커다. 남편인 장도진 대표가 금조그룹의 차남인 만큼 재벌가의 며느리라는 이유만으로 직장동료들 사이에서 평가절하 당한다. 아버지 고태선 대통령이 취임식 당일 오영(=홍태라)에게 저격당해 사망하고, 어머니가 이 때문에 우울증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불운한 가정사를 가지고 있다. 극초반에는 오영이 고태선 대통령을 죽인 것처럼 어그로를 끌었지만, 숨겨진 이야기가 새롭게 드러났다. 금조그룹의 오너이자 장도진의 아버지를 주목하자.
③ 구성찬 소장
구성찬(봉태규)은 해치 소장이다. 너드남, 공대남 느낌으로 실력 자체는 업계 탑이지만, 가정을 이루지 못한 솔로다. (구성찬이 해치 3인방 중에서는 유일한 솔로다.)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의 대모,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 특성상, 순정을 가지고 있는 구성찬은 막장의 끝을 달릴 확률이 높아 보였는데, 역시나 이미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홍유라에게 연심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진다.
④ 김선덕 원장, 조규태 실장
김선덕(심소영) 한울정신병원 원장은 정신분석학계의 대모다. 한울정신병원의 특별병동에서는 은밀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킬러를 양성하고 있었다. 김선덕 원장의 오랜 수족이자 하수인인 조규태(공정환) 실장은 킬러들을 직접 관리할 만큼 뛰어난 전투실력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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