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얘기해 '디엠파이어 법의제국'은 한국 드라마 특유의 막장 스토리를 기가 막힐 정도로 고급스러운 스킬로 정제한 드라마다. 고급스러운 막장 드라마라는 점에서 최근에 시청했던 넷플릭스 '블랙의 신부'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따라서 장단점이 뚜렷해 보인다. 장점은 스토리 자체가 자극적인 만큼 시청하는 내내 눈을 떼지 못했을 정도로 재밌었다는 것이고, 단점은 어디선가 봤던 클리셰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점이 워낙에 압도적인 탓인지 단점이 잘 눈에 띄지 않았다.
디엠파이어 법의제국, 몇부작, 방송시간, 넷플릭스
JTBC 토일드라마인 '디엠파이어 법의제국'은 저녁 10시 30분에 방영되며, 총 16부작으로 제작됐다. 물론 종편 드라마의 특성상 때로는 한두회차 정도는 늘리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아예 시즌2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 회차를 추가편성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워낙 많은 인물이 등장할 뿐만 아니라 서사 역시 인간의 내밀한 감정부터 정치, 경제 등을 모조리 커버하고 있는 만큼 시청률이 잘 나올 거라 기대하며, 신드롬급 화제가 된다면 시즌2 제작을 할거라 기대된다.
막장 드라마임에는 틀림없지만, 전반적인 퀄리티 자체가 워낙 높기 때문에 넷플릭스에서 투자한 게 아닐까 싶었는데, 아쉽게도 아니었다. 따라서 넷플릭스에서는 시청이 불가능하며, 대신 티빙에서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출연진 섭외에 굉장한 공을 들였다. 누구 하나 연기력이 빠지는 배우가 없어 보인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이름을 외운다거나 익숙해진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배우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따라가다 보면, 뭔가 감이 잡힌다.
디엠파이어 법의제국, 한혜률, 인물관계도, 뜻
드라마의 제목인 디엠파이어(the empire)를 번역된 한국어로 보니 뜻이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영문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 왕국(=제국)이라는 뜻으로 주인공 한혜률의 집안이 법을 방패 삼아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실제로 인물관계도를 따져보면 알겠지만, 등장인물 대부분이 법과 관련된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① 한혜률, 나근우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한혜률(김선아)이다. 다만,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김선아 배우의 연기가 살짝 어색하게 느껴졌다. 압도적인 카리스마라고 하기에도, 사연이 많은 검사라고 하기에도 뭔가 아쉬웠다. (물론 발연기급은 아니다. 아마 주연급 여배우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이 큰 것 같다.) 기본적으로 '디엠파이어 법의제국'은 한혜률 집안의 이야기다. 이중에서도 외할아버지(신구), 어머니(이미숙), 한혜률(김선아), 아들(권지우)은 성골이며, 이들의 남편과 아내, 여동생들은 진골 혹은 6두품 정도의 포지션이라고 보면 된다.
나근우(안재욱)는 한혜률의 남편이며, 민국대 로스쿨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여러모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연상시키는데, 아마 일부 모티브 정도를 따오지 않았을까 싶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아 심지어 차기 유력 대선후보로도 거론되고 있을 정도지만, 자신의 제자인 홍난희(주세희)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 이는 민국대 로스쿨을 운영하는 장모 함광전(이미숙)에게 발각된 상태이다. 위선적인 인물인 나근우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② 고원경, 홍난희
고원경(김형묵)은 한혜률의 전남편이자 부장검사를 맡고 있다. 어떤 사유로 이혼을 하게 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자신의 친아들인 한강백에 대한 마음만큼은 진실처럼 보인다. 작중 중요한 사건으로 커질 것 같은 크리스마스 펀드와 관련해 주요 관계자라 할 수 있는 돌핀(김원해)과 모종의 거래를 하고 있다.
제일 눈길을 끄는 출연자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코 홍난희(주세빈)다. 주세빈 배우는 박시연, 한소희 배우가 연상되는 도도하면서도 세련된 도시적인 외모로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1997년생이며, 동국대 연극학부를 졸업한 그녀는 의외로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것으로 보인다. 연극과 드라마 출연을 하던 와중에 아이돌 양성 프로그램인 '아이돌 학교'에 출연하기도 했다. '디엠파이어 법의제국'에서는 나근우 교수의 내연녀를 연기하고 있는데, 그녀의 치명적인 매력과 대선배인 김선아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포스 때문에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③ 한무율, 한강백, 한강예
한무율(김정)은 한혜률의 여동생이다. 영어를 편하게 구사하면서도 판사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능력 자체는 뛰어나지만, 딱히 서민들을 헤아려볼 줄 아는 애민정신은 없는 것 같다. 언니(김선아)가 자신의 시댁이라 할 수 있는 주성그룹을 본격적으로 털기 시작하면서, 중간에 이도 저도 못하고 낀 상태다. 이 와중에 외할아버지(신구)와 어머니(이미숙)가 언니를 밀어주는 통에 어떤 식으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강백(권지우)과 한강예(최정운)는 한혜률의 자식이다. 아들인 한강백은 전남편인 고원경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확실하게 밝혀졌으며, 현재 자신의 외할머니(이미숙)와 양아버지(안재욱)가 교수로 있는 민국대학교 로스쿨에 재학 중이다. 양아버지의 불륜상대인 홍난희와는 같은 스터디 그룹에 속해 있다.
④ 함광전, 한건도
함광전(이미숙)은 함민헌(신구)의 딸이자 한혜률(김선아)의 엄마다. 함민헌이 아들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딸인 함광전이 그를 뒤이어 집안을 이끌고 있으며, 실제로 식사 등과 같은 집안의 주요일정을 모두 그녀가 이끈다. 함민헌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을 정도로 치밀한 완벽주의자이다. 민국대 로스쿨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직까진 다채로운 모습이 나오지 않았지만, 함민헌을 닮아 굉장히 냉정한 성격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건도(송영창)은 함광전의 남편이다. 장인인 함민헌이 세운 '함앤리'의 대표변호사지만, 스스로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아내 함광전이 대놓고 무시하지만, 자신의 전 사위인 고원경이 어떤 식으로 집안에서 사라졌는지를 눈앞에서 목격했기 때문에 특별한 계획이 세워지기 전까지는 뒤통수칠 일은 없을 것 같다.
⑤ 함민헌, 이애헌
함민헌(신구)은 자신의 가문을 법조계 엘리트 집안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사실상 끝판왕이자 찐주인공이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혈통에 대한 자부심이 크며, 성별과는 무관하다. 이는 자신이 아들을 낳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딸인 함광전 역시 딸만을 출산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함민헌은 함광전(이미숙) → 한혜률(김선아) → 한강백(권지우)으로 이어지는 성골라인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심지어 손녀딸인 한혜률의 여동생 한무율이 주성그룹에 시집을 갔음에도 불구하고, 한혜률이 주성그룹을 치기로 결정하자 그녀의 의견을 지지한다.
이애헌(오현경)은 함민헌이 느지막한 나이에 재혼한 미모의 여성이다.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아는 재원이며, 얼핏 보면 나이차가 많은 남편 함민헌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헌신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애헌을 통해서도 다양한 서사가 펼쳐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마도 뭔가 사연이 있지 않을까 싶다.
⑥ 지구원, 윤은미
지구원(박지우)은 극중에서 아주 중요한 사건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크리스마스 펀드를 추적하는 광역수사대 형사다. 아직 뭔가 그럴듯한 단서를 찾진 못했지만, 배터랑 형사의 감으로 인해 다양한 사건들이 이와 연관 있음을 어느 정도 눈치챈 상태다. 윤은미 기자에게 모질게 대하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아끼는 것으로 보인다.
윤은미(임세미)은 방송국 열혈기자다. 주성그룹을 공격해 인지도를 높인 한혜률 부장검사의 일정을 쫓아다니며, 출입 간에 자극적인 질문을 통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지구원 광수대 형사와는 서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공생관계이며, 단순한 정보원 이상의 뭔가 끈끈한 인연이 맺어질 것으로 보인다.
⑦ 장일, 돌핀
장일(이문식) 지검장은 한혜률(김선아) 부장검사의 직속상사다. 현재 국회의원 공천을 노리고 있는 중차대한 시기에 자신의 부하직원이 자꾸만 불필요해(?) 보이는 사건을 만들고 있어 다양한 루트를 통해 무마청탁을 받고 있는 중이다. 긴장감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코믹 캐릭터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돌핀(김원해)은 크리스마스 펀드와 관련된 주요인물이며, 각종 비밀과 단서를 알고 있다. 이미 수감된 상태이며, 고원경 부장검사를 통해 다양한 거래를 시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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