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대통령이라면, 베트남은 국가주석(Chủ tịch nước)이다. (실제로 베트남 국가주석의 공식 영문명칭은 President다.) 다만, 여기서 염두할 점이 있다면, 베트남의 특수한 정치체제다. 베트남의 공식명칭은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Cộng hòa Xã hội chủ nghĩa Việt Nam)으로 공산당이 국가 위에 존재한다. 따라서 헌법상 가장 높은 서열은 국가주석이긴 하지만, 실질적인 권한 자체는 공산당의 총비서가 훨씬 더 큰 편이다. 많은 부분에서 중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참고로 일부 베트남인들은 국가주석이 아닌 총리가 대통령이라 생각한다. (총리는 권력서열상 공산당 총비서와 국가주석에 이어 3등이다.) 흔히 행정부의 수장을 대통령이라 하는데, 공식적인 베트남 행정부의 수장은 총리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주의 국가들이 갖는 독특한 특징이기도 하다. 국가주석은 주로 국방과 외교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베트남 국가주석
국가주석은 국회의원들 중에서 국회가 선출하며, 임기는 5년이다. 아직까지 베트남은 국가주석직 선출에 있어서 만큼은 직선제가 아닌 간선제를 선택하고 있다. 대신 총 500명에 달하는 국회의원들을 5년마다 전국단위의 투표로 선출하고 있다. 국가주석이 헌법상 베트남내 권력서열 1위라면, 2위는 총리, 3위는 국회의장과 공산당 중앙감찰위원회 위원장이다.
여기서 좀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이 대한민국의 여당 당대표에 준하는 베트남 공산당의 총비서인데, 베트남은 일당제 국가인 관계로 총비서가 국가주석과 비슷한 혹은 그 이상의 파워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가 서로를 견제한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총비서의 권력서열은 0위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지난 2020년까지만 해도 9대 국가주석인 응우옌 푸 쫑(Nguyễn Phú Trọng)이 총비서직을 함께 겸하고 있었지만, 2021년 4월 총리였던 응우옌 쑤언 푹(Nguyễn Xuân Phúc)이 10대 국가주석에 취임함에 따라 현재는 총비서직만 수행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을 자세히 파서, 중국과 북한의 정치 시스템과 비교해보면 재밌을 것 같긴 한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정도로만 가볍게 다루도록 하겠다.
지난 2018년, 8대 국가주석인 쩐 다이 꽝(Trần Đại Quang)이 별세했으며, 응우옌 푸 쫑이 뒤를 이어 9대 국가주석이 됐다. 8대 국가주석인 쩐 다이 꽝은 61세라는 다소 이른 나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희귀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별세했다. 따라서 후계자 승계를 치밀하게 준비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아직까지도 베트남 정치권은 공산당과 군부 간에 날 선 대립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하지만 지난 전당대회 때 별다른 잡음 없이 10대 주석이 선출된 것으로 보아,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것 같다.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의 이전 명칭은 베트남 민주 공화국이며, 1대 국가주석은 그 유명한 호치민(Hồ Chí Minh)이다. 베트남 국부(國父)라 할 수 있는 호치민은 베트남 공산당을 세웠으며, 베트남 내 유일한 합법정당으로 건국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가주석을 배출해냈다.
2대 국가주석은 7군에 위치한 베트남어 어학당으로 유명한 똔득탕 대학교의 똔득탕(Tón Đúc Tháng)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베트남 공산당은 베트남 내 유일한 합법정당이다. 그래서 베트남 내 모든 국회의원들이 정말 베트남 공산당 출신일까 싶어 확인해 봤는데, 일부 소수의 무소속 국회의원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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