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볼만한 케이퍼(Caper) 무비가 돌아왔다. 사실 수많은 도둑들이 협업하는 케이퍼 무비의 장르적 특성상 주로 드라마가 아닌 영화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tvN과 스튜디오드래곤이 각 잡고 힘을 준 것 같다. 드라마 '스틸러'는 tvN과 OCN채널에서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후 10시 30분에 방영되며, 짧고 굵게 총 12부작으로 제작됐다. 부제로 '일곱개의 조선통보'를 달아 놓은 것으로 보아 에피소드 하나만 제작해 본 뒤, 반응이 좋으면 시즌제로 운영하지 않을까 싶다.
골동품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 '도굴'을 떠오르게 한다. 한개의 에피소드를 길게 늘린 만큼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코믹한 요소가 워낙 많아서 그런지 킬링타임용으로 제격이었다. 골동품 도둑으로 등장하는 스컹크의 복장은 마블의 히어로, 스파이더맨과 데드폴을 연상시킨다. 물론 이들처럼 초인적인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므로 본질적으로는 아이언맨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착용하는 슈트에 온갖 첨단기능이 장착됐기 때문이다.
문화재 업계에서 사용되는 은어들이 많이 등장하는 점도 흥미롭다. ㉮ 골도는 골동품 도둑이며, 훔친 장물을 골통에게 판매한다. ㉯ 골통은 장물아비(중개상)로서 골도 입장에서는 유일한 거래처라 할 수 있다. 골통은 매입한 장물을 봉황에게 판매한다. ㉰ 봉황은 불법 문화재 수집가로서 부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들을 모은다. 골통이 봉황에게 장물을 보낼 때는 ㉱ 배달꾼인 딜바리를 이용하며, 봉황이 장물을 숨길 때는 ㉲ 은닉 전문가인 마술사의 도움을 받는다.
스틸러 일곱개의 조선통보 출연진, 스토리 소개
① 황대명=스컹크, 이춘자
황대명(주원)은 문화재청 특별조사과 소속의 사무관이다. 고고학자인 아버지가 몇몇 사회 고위층이 불법적으로 은닉한 문화재들을 되찾아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그런 아버지의 유지를 받아들여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 진학하고, 관련 정부부처에 입사했다. 하지만 번번이 자신이 추진하던 문화재 강제환수 작업이 윗선에 의해 좌초되는 과정을 겪으며, 현재는 월급루팡처럼 일하고 있다.
사실 황대명은 정당한 방법으로는 은닉한 문화재들을 도저히 환수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자신이 몸소 현장을 뛰며 되찾고 있었다. 즉, 골동품 도둑(골도)이 된 것인데, 그렇게 되찾아온 문화재들은 서울지방경찰청 문화재전담팀에 모두 보냈다. 최첨단 기능이 탑재된 슈트를 입었을 때는 스컹크라 불린다. 그가 나타난 장소에는 늘 특유의 독한 냄새가 나기 때문인데, 이는 밀폐되었던 문화재가 공기와 접촉했을 때 급속하게 부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뿌리는 특수용액 탓이다.
이춘자(최화정)는 과거 안기부에서 활약했던 해커다. 현재는 스컹크의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데, 스컹크가 현장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지원해주고 있다. 굉장한 부자이며, 스컹크의 슈트를 만드는데 전폭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아이언맨 슈트처럼 초창기 스컹크 슈트는 굉장히 조악했다는 것이 2화 쿠키를 통해 밝혀졌다. 최화정 배우의 연기가 연극배우 마냥 과장되어 있어서 살짝 어색한 점은 아쉽다.
② 최민우 경위, 장태인 경감, 신창훈 경장
최민우(이주우) 경위는 경찰대를 수석졸업한 엘리트다. 여성스러운 외모와 달리 괄괄한 편이며, 불의에 못참는 성격이다. 범인과의 일대일 대결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필요하면 건물에서 뛰어내릴 정도로 무대뽀이기도 하다. 극 중 여주인공 포지션으로 팀장인 장태인 경감과의 케미가 꽤나 좋다. 이주우 배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됐는데, 연기가 참 느낌 있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장태인(조한철) 경감은 마약반 에이스 경찰로서 그동안 엄청난 커리어를 쌓아왔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문화재를 부수는 실수를 저지르고, 문화재전담팀으로 보직이동하게 된다. 낭중지추라고 이곳에서도 문화재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 수많은 골동품 도둑들을 잡았다. 최민우 경위의 사수로서 열정을 불어넣은 역할을 한다. 비공식 문화재환수팀인 카르마를 창단해 활동한다.
신창훈(김재원) 경장은 문화재전담팀의 막내로서 예전에 격투기 선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그만큼 완력이 좋은 편이라 주인공 일행들이 강력한 적을 마주칠 때마다 캐리한다.
③ 김영수, 조흰달, 김영찬
김영수(이덕화)는 조흰달의 뒷배다. 친일파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독립운동가로 신분을 위장하고, 검사와 정부의 주요 요직들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한다. 영험한 구슬을 찾기 위해서는 일곱개의 조선통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흰달에게 이를 청탁한다.
조흰달(김재철)은 세계관 최강의 무력을 갖춘 골동품 도둑이다. 아마도 스컹크와 신창훈 경장 정도가 그의 상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의 팔목에 흰색 달 모양의 상처가 있어 조흰달이라 불린다.
김영찬(전진오)은 장물아비로서 유명한 골통이다. 우연히 조흰달이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을 목격한 뒤, 신변에 위험을 느껴 자진해서 경찰에 잡혀 들어간다. 주요한 정보들을 전달할 수 있었지만, 경찰로 위장한 조흰달에 의해 살해당하고 만다. 전진오 배우의 활약이 기대됐는데, 불과 2화 만에 하차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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