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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일년살기/금융, 부동산

신한은행의 베트남 진출역사 총정리 (+생각보다 재밌다)

by 여의도 제갈량 2023.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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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베트남에 체류하는 교민들이라면 다들 공감하겠지만, 빠르게 익힐 수만 있다면 크게 도움 되는 것이 바로 베트남 금융이다. 물론 베트남어가 안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지만, 일단 익히고 나면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 나 같은 경우에는 호치민 정착 초창기에 베트남 신한은행을 많이 이용했다. 애정을 담아 신한은행의 베트남 도전기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신한은행의 베트남 진출역사

① 베트남 퍼스트 비나은행 (Vietnam First Vina Bank) / 1993년

지난 1993년, 베트남 퍼스트 비나은행이라는 합작회사가 베트남에 설립됐다. 제일은행과 비엣콤뱅크, 당시 베트남 대외무역은행이 공동으로 투자한 회사였다. 제일이라는 한국어명을 베트남 사람들이 부르기 어려워했기 때문에 영어명인 퍼스트(First)를 사용하고, 비엣콤뱅크는 Vietnam의 약자인 Vina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분관계를 살펴보면 상당히 의미 있는 부분들이 있다. 설립 당시에는 비엣콤뱅크가 최대주주로서 50%, 제일은행은 40%, 마지막으로 대우증권이 10%의 지분을 차지했다.

 

베트남 퍼스트 비나은행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대우증권이 베트남 퍼스트 비나은행 설립에 참가했다는 것이다. 들어본 사람도 있겠지만, 베트남 개척에 일등공신은 대우다.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의 안목은 그가 남긴 과오를 차치하더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분명 있다. 두번째는 베트남 진출 초창기부터 로컬 금융기업과 합작법인 방식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베트남에서 외국계기업이 금융업 라이선스를 취득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일전에 방한한 베트남 경제 부총리가 이점을 이용해, 부실 베트남 은행의 인수를 공개적으로 제안했을 정도다.

 

② 조흥비나은행 / 2000년

많은 40~60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하지만 지금은 사라진 은행들이 있다. 조흥은행, 상업은행, 제일은행, 한일은행, 서울은행. 누군가는 이들을 '조상제한서'라 부른다. 위 5개 은행들은 모두 한때 잘 나갔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제일은행 역시 1999년에 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이 됐으며, 이후에는 다들 영국계 은행인 스탠다드 차타드(Standard Chartered Bank)에 인수됐다. 1999년 미국계 사모펀드가 제일은행 인수했을 당시, 베트남 퍼스트 비나은행의 지분은 인수하지 않았던 관계로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관리하다가, 2000년 조흥은행에 매각했다. 즉, 이 시점에서 지분율은 비엣콤뱅크 50%, 조흥은행 40%, 대우증권 10%로 변한다.

 

조흥비나은행

 

조흥은행이 당시 제일은행의 지분 40%를 인수했던 가장 큰 이유는, 조흥은행 역시 이미 베트남에 지점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베트남 시장에 대한 남다른 이해와 수익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후 2001년에는 나머지 10% 대우증권 지분을 마저 확보한 뒤 본격적으로 조흥비나은행이라는 은행으로 베트남에서 영업을 개시한다.

 

③ 신한비나은행 / 2006년

사실 조흥은행은 앞서 살펴본 조상제한서 은행들 중에서 유일하게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며, 이전의 명성을 되찾아 갔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정부 주도로 2003년 신한금융지주에 매각됐다. 당시 신한은행은 조흥은행에 비해 역사가 짧고, 규모나 인지도 등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졌기 때문에 통합 간 저항이 상당했다. 그래서 매각이 된 이후에도 한동안 신한은행 간판을 달지 않고, 계속 조흥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했었다. 이후 2006년이 돼서야 비로소 조흥은행은 신한은행과 완전히 합병하게 된다.

 

신한비나은행

 

따라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베트남에서는 조흥비나은행과 신한은행의 베트남 지점들이 공존했었다. 당시 조흥비나은행의 지분관계를 살펴보면, 비엣콤뱅크 50%, 신한금융지주가 50%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후 2006년에 조흥은행이 신한은행에 최종 합병이 되면서, 조흥비나은행은 신한비나은행으로 이름을 변경한다. 여기서 또 한가지 재밌는 점은 신한비나은행으로 이름이 변경된 후에도 신한은행의 베트남 지점들이 공존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한은행 베트남 지점의 최고 책임자는 지점장급이지만, 신한비나은행의 최고 책임자는 행장급이었다. 당시 이를 두고 교민들 사이에서는 많은 혼란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대기업 그룹 내에는 비슷한 혹은 사실상 동일한 사업을 하는 계열사들이 공존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아주 쉽게는 현대기아차 그룹을 보면 알 수 있다. 인수자인 현대차의 입장에서 피인수자인 기아의 브랜드가 아쉬워서 굳이 2개의 회사로 나눠서 운영하는 것일까?

 

기업 간 M&A에 있어 물리적 혹은 화학적 결합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혹시라도 현대차가 기아차를 완전히 흡수한다면, 기존 기아차에서 일하던 인사팀 직원들을 굳이 고용할 필요가 있을까? 급여만 봐도 다뤄야 될 이슈가 많다. 현대차 인사팀 대리의 급여와 기아차 인사팀 대리의 급여가 같아야 될까? 당시 신한비나은행과 신한은행 베트남 지점들 사이에는 각종 내부문제들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④ 신한베트남은행 / 2011년

2011년에 자회사 통합정책의 일환으로 신한은행과 신한비나은행은 합병했으며, 이때를 기점으로 비로소 하나의 조직이 될 수 있었다. 더불어 신한금융지주는 신한비나은행의 최대주주였던 비엣콤뱅크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50%를 획득하면서, 베트남에 진출해 있던 지점들을 모두 편입시켰다.

 

신한베트남은행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베트남 신한은행은 베트남에 정말 몇 안되는 100% 외국계 금융회사가 될 수 있었다. 베트남 신한은행은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흔히 얘기하는 베트남 4대 은행(비엣콤뱅크, 비엣띤뱅크, 아그리뱅크, BIDV)에 비해 지점수, ATM수 등과 같은 영업망이 다소 뒤처지긴 하지만, 외국계 은행들 중에서는 현재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가장 성공적으로 현지화된 외국계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더 많이 성장해서 베트남에 머무는 교민들의 자존심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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