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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영화

영화 경관의 피 평점, 출연진, 결말 (+신념의 충돌)

by 낭만쉼표 2022.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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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얘기하면, 영화 '경관의 피'는 굉장히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작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됐던 당시 배우들의 대사가 잘 안들려서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된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네티즌 평점이 좀 애매하다. (네이버 영화 6.96점, 다음 영화 6.8점) 실제로 박휘순 배우의 발성은 저음인데다 울리기까지 해서 딕션이 좋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는 발성의 문제가 아니라 음향기기가 그의 목소리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감찰계장 황인호 역을 맡은 박휘순

 

문제는 영화 초반에 박휘순이 연기한 황인호 감찰계장이 영화의 찐 핵심인 최민재(최우식) 형사의 서사를 내레이션으로 설명하는 장면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인공 최민재 형사가 왜 언더커버가 되기로 결심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종국에는 그가 민폐 캐릭터처럼 비춰질 수밖에 없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원작부터 살펴봐야 되는데, 원작은 일본소설 '경관의 피'와 '경관의 조건'이다.

 

최민재 형사 역을 맡은 최우식

 

원작에서는 3대에 걸쳐 경찰로 복무하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 손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 손자가 바로 영화에서 최민재 형사로 등장한다. 3대의 이야기가 시대에 따라 물 흘러가듯 묘사되는게 소설의 핵심이지만, 영화에서는 손자의 얘기에 집중했다. 119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아버지와 아들의 얘기까지 소화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택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탁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최민재가 왜 이렇게나 원칙주의자가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져 버렸다.

 

영화 경관의 피 주제의식

기본적으로 영화 '경관의 피'는 정의에 관한 영화다. 등장인물마다 정의에 대한 신념이 다르며, 이것이 영화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시킨다.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가는 것이 올바른 정의라고 생각하는 원칙주의자 최민재(최우식) 형사와 다소 올바르지 않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을 철저하게 응징해야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결과주의자 박강윤(조진웅) 반장 간의 신념이 충돌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 원칙주의자에 가까운 황인호(박휘순) 감찰계장이 등장하는 것이다.

 

박강윤 반장 역을 맡은 조진웅

 

따라서 재미삼아 이런 얘기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경관의 피'에는 여러 장르와 클리셰가 믹스된 만큼 자신의 성향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만약 영화를 감상하는 와중에 영화 '신세계'가 생각났다면, 언더커버 장르가 주는 팽팽한 긴장감에 집중한 원칙주의자일 가능성이 높고, 영화 '악인전'이 생각났다면, 악인으로 악을 통쾌하게 소탕하는 결과주의자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나는 결과주의자에 좀 더 가까운 것 같다.)

 

영화 경관의 피 출연진, 결말

① 박강윤 광역수사대 반장

박강윤(조진웅) 반장은 출처를 알 수 없는 막대한 후원금을 가지고 사건을 해결하다 보니, 각종 의혹들에 휩싸인 상태다. 예를 들어 최종빌런으로 등장하는 나영빈(권율)에 집착하는 이유가 경쟁조직의 뒤를 봐주기 위함이라고 황인호(박휘순) 감찰계장이 의심하고 있으며, 이를 알아내기 위해 최민재(최우식) 형사를 박강윤 반장 밑으로 보낸다. 박강윤 반장은 심지어 나영빈을 잡기 위해 어둠의 돈에 손을 대긴 하지만, 돈을 일일이 제때 갚는 등 비리형사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박강윤 반장이 언급한 ⓐ '우리 광수대는 쥐 잡는데 쓰는 칼이 아니다', ⓑ '범죄추적은 위법이 될 수 없다. 어떤 경우, 어떤 방식도.', ⓒ '권기안(=빌런)이 막장이긴 해도 안테나가 좋은 놈이야. 별 달아주느니 빨대 꽂아 쓰는 게 나' 등과 같은 대사를 통해, 그가 가지고 있는 신념에 대해 알 수 있다. 당연히 최민재 형사는 적법하지 못한 수사방법에 이의를 제기하면서도, 실제로는 그가 절대 나쁜 경찰이 아님을 직감하게 된다. 여기서 원칙주의와 결과주의라는 두 가치관이 강하게 충돌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지만, 조진웅 배우의 진정성은 영화에 엄청난 힘을 실어주는 것 같다. 이제는 확실하게 믿고 보는 배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이 작품은 지난 2020년에 촬영됐으며, 코로나 때문에 개봉시기가 늦춰졌다고 하는데, 너무 아쉬운 것이 있다면, 대사가 뭉개져서 잘 들리지 않는 부분을 후시녹음이라도 해서 덧붙였다면 훨씬 괜찮지 않았을까 싶었다는 것이다. 배우들의 열연이 묻힌 것 같아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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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최민재 광역수사대 형사

최민재(최우식) 형사는 박강윤 반장과는 반대로 과정을 중시 여기는 원칙주의자다. 참고로 언더커버는 주인공이 자신의 신분을 위장한 체 적대적인 집단에 들어가 첩자노릇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대개는 형사와 범죄집단 간에 언더커버를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영화 '경관의 피'에서는 경찰이 경찰을 잡기 위해 언더커버를 보냈다는 점에서 기존의 클리셰를 비틀었다.

 

하지만 언더커버의 묘미가 정체가 발각될 시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극한의 긴장감인데, 경찰이 또 다른 경찰의 언더커버가 된다는 설정 자체가 뭔가 맥빠지긴 하다. 걸려봤자 조직 내에서 왕따 정도 당하지 않을까? 물론 최민재가 언더커버로 투입될 당시만 해도 박강윤 반장의 정체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긴장감 자체는 어느정도 유지될 수 있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최민재 형사의 서사가 제대로 관객들에게 전달되지 않다보니, 그냥 민폐 캐릭터로 받아들여진 점이 너무 아쉽다.

 

더불어 최우식 배우의 외모가 너무 곱상하고 여리여리해서 그런지, 그가 연기한 캐릭터에 잘 몰입되지 않았다. 그래도 연기 자체가 워낙 괜찮고 열연한 흔적들이 많이 느껴져서 아주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다만, 앞으로 최우식이라는 배우가 어떤 식으로 연기변신을 할지 그의 행보가 궁금해지긴 한다.

 

③ 황인호 감찰계장

박강윤 반장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황인호(박휘순) 감찰계장 역시 서사가 제대로 성립되지 않아 뭔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박휘순 배우 같이 표정연기가 좋은 연기자를 단순히 내레이터로 활용해버린 점은 너무나도 아쉽기 짝이 없다. 물론 생각해보면, 최민재 형사의 서사를 황인호라는 캐릭터가 설명하지 않고서는 인과관계가 무너진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다시 말하지만, 애초에 이 영화는 뭔가를 잡으려 쫓아다니는 이야기가 아니라 신념이 쫓고 쫓기는 이야기다. 따라서 차라리 최민재 형사 역에 박휘순이 맡아 고뇌하는 모습을 그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최민재 형사가 결국 결과주의자인 박강윤 반장을 구해내면서, 자신의 신념을 바꾸는 장면 역시 뭔가 싱겁게 그려져서 아쉽긴 하다. 제대로 이해하고 보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고민할 지점이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2탄이 나올 확률은 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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