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기대에 비해 정말 실망했던 영화를 하나 꼽으라면, '꾼'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디서 본듯한 장면의 연속이었다. 클리셰의 범벅이랄까? 이런 망작이 탄생한 배경에는 한국영화산업 전반에 걸쳐 흥행공식이 존재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실제로 500만 이상의 관객이 관람한 흥행작들을 살펴보면, 몇가지 공통점들(① 스타배우, ② 범죄영화, ③ 비범한 감독)이 존재한다. 그런데 정말 이런 공식들을 적용하기만 하면, 무조건 괜찮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영화 꾼 출연진, 스토리, 결말, 솔직후기
영화 '꾼'은 이런 흥행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엄청난 스타배우들을 대거 기용했는데, 무려 현빈과 유지태가 주연배우로 출연하며, 조연으로 박성웅과 배성우, 나나가 나온다. 장르는 범죄영화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다는 케이퍼 무비를 채택했고, 이준익 감독 밑에서 오랜 기간 조감독을 했던 베테랑(장창원)을 감독으로 모셔왔다. 자, 이만하면 흥행공식의 모든 요건들이 갖춰졌다. 실제 성적은? 401만을 달성했으니 나쁘지 않았다. 관객평점도 나쁘지 않다. (네이버영화 8.32점, 다음영화 6.7점)
그런데 진지하게 묻고 싶다. 이 영화 정말 괜찮은 작품이 맞나? 개인적으로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 허술해서 그런지 무슨 말인지 이해 안가는 순간이 몇차례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본 지 3~4일 지나서는 결말이 뭐였는지도 기억이 안난다. (혹시라도 영화 '꾼'을 본 사람들이 있다면, 결말을 기억해 보길 바란다. 혹시 뭐였는지 기억이 나나?)
일단, 조희팔이라는 희대의 사기꾼에게서 영화의 모티브를 따온 것은 괜찮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거대한 사기꾼을 젊고 잘생기고 똑똑한 사기꾼이 등치는 내용은 여기저기서 너무 많이 접했던 이야기다. 거기다 우연이 너무 자주 작용하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헛웃음만 나온다. 케이퍼 무비는 관객들을 속이거나 반대로 관객들이 추리하며 관람하는 맛이 있는데, 영화 '꾼'은 개연성을 포기한 듯한 느낌이다.
'알고 보니 XXX이었다'와 같은 전개는 그 어떤 관객에게도 긴장감을 줄 수 없다. 한편의 긴 허무개그를 본 느낌이랄까? 뿐만 아니라 이런 식의 무리한 전개는 관객들로 하여금 서사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하기 때문에 몰입을 방해한다. 이런 마당에 캐릭터들 역시 어디서 많이 본듯하기 때문에 식상하기 그지없다. 주인공 황지성(현빈)은 홍길동 같이 명분이 있는 사기꾼이고, 빌런은 웬만한 나쁜 놈들보다 더 나쁜 검사(유지태)다. 극의 긴장감을 완화시키기 위한 개그 캐릭터가 고석동(배성우)이라면, 미녀도둑은 춘자(나나)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식상함의 극단에 있는 캐릭터들만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 예를 들어 도전자 위치에 있는 루키 주인공과 쿨해 보이는 대사, 다단계 사기꾼에게 보복하는 권선징악적인 스토리 등이 잘 섞였기 때문에 중간에 그만 보고 싶은 마음까지는 들지 않는다. 더불어 배우들의 연기 역시 괜찮았다. 특히 유지태와 배성우 배우의 연기가 정말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킬링타임 영화로서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