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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영화

영화 컨테이젼 리뷰 (+비하인드 스토리)

by 낭만쉼표 2023.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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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컨테이젼'이 지난 2011년 9월에 개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려 10년여를 앞서 코로나 사태를 예견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호흡기와 관련된 전염병은 팬데믹급인 스페인독감(1981~1919년)과 홍콩독감(1968년)이 아니더라도 사스(2002년)가 발병한 적이 있으므로, 오롯이 감독만의 상상력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느끼는 공포와 사회적인 혼란을 정확하게 예측했다는 점만큼은 정말 놀랍다. 그래서 실제로 영화 '컨테이젼'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기도 했다.

 

상업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다큐멘터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영상 자체는 드라이한 톤을 유지했다. 현실과 최대한 비슷한 느낌이 들도록 감독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연출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서는 흥행에 실패했다. (관객수가 약 23만명 밖에 안된다.) 개인적으로는 맷 데이먼, 주드 로, 기네스 펠트로, 케이트 윈슬렛 등의 열연이 부족한 영상미를 채우는 듯해서 딱히 지루하다는 느낌은 안들었던 것 같다.

 

참고로 2013년에 개봉한 영화 '감기'는 '컨테이젼'과 동일한 소재를 활용했지만,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CG, 대규모 군중신 등으로 인해 훨씬 보는 맛이 있었다. 즉, 결이 전혀 다른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 '컨테이젼'은 엄마가 차려준 백반과 비슷해 영양가는 높지만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는 반면, 영화 '감기'는 추울 때 밖에서 먹는 컵라면 한사발과 같다. 자극적이지만 맛있다. 킬링타임용으로 제격이니 꼭 챙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내용이 살짝 판타지 같은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영화 컨테이젼 리뷰, 비하인드 스토리

컨테이젼(contagion)은 전염병이라는 뜻이다. 영화에서는 코로나와 같이 변이 된 호흡기 바이러스로 묘사되고 있다.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백신개발과 유통을 둘러싼 온갖 이권다툼, 그리고 이와 관련된 루머가 어떤 식으로 확대 재생산되는지를 다룰 때는 정말 소름 끼쳤다. (영화에서 다룬 사건들 대부분이 지난 2020년에 실제로 발생했다.)

 

더불어 기존 영화들이 가지고 있던 클리셰들을 상당수 깨뜨렸기에, 반전처럼 느껴지는 장면들이 많다. 아쉬운 점은 영어가 약한 사람들은 (자막이 있다 한들) 단번에 복선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두번 시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극 초반에 기네스 펠트로가 기침하며 통화한 곳은 홍콩이 아닌 시카고였다. 이곳에서 전남편인 존 닐을 현남편 맷 데이먼 몰래 만났다. 이후 기네스 펠트로를 만나 전염병에 감염된 전남편이 구급차에 실려가는 장면도 나온다.

 

수많은 서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지만, 이 중에서 크게 3가지 이야기가 핵심이다. 각자의 이야기는 거시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만, 직접적으로는 큰 연관성이 없다. 이 점이 다소 아쉬웠지만, 어쩌면 그렇기에 오히려 현실감 넘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시카고에 레이오버한 기네스 펠트로

 

① 맷 데이먼과 기네스 펠트로는 부부로 출연한다. 비록 기네스 펠트로는 영화 초반에 슈퍼 전파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바로 사라지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불륜과 같은 자극적인 소재가 뒤섞여 있어서 그런지 존재감이 엄청나다. 반면, 맷 데이먼은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지녔는데, 많은 영화에서 항체를 보유한 사람이 인류를 구원하는 사람처럼 묘사되는 것과 달리 철저하게 일반인을 연기하며, 팬데믹 상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혈장치료제를 물어보는 멧 데이먼

 

영화에서 항체를 지닌 맷 데이먼의 피를 활용해 혈장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에 대해 엄청난 시간과 예산이 든다고 설명하는데, 실제로 한국에는 공식적으로 사용이 승인된 국산 혈장치료제가 여전히 없을 정도로 개발 난이도가 높다. 심지어 혈장치료제의 개발에 가장 선두에 섰다고 평가받던 GC녹십자가 돌연 개발포기를 선언했을 정도다. (참고로 국산 1호 치료제인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는 항체치료제다.)

 

백신을 개발하는 과정이 자세하게 묘사되는데, 임상실험을 위해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과정부터 다양한 백신 개발방식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전통적인 백신 개발방식인 사백신(死)을 적용하지만, 속절없이 계속 실패한다. 죽은 바이러스를 동물에 주입했을 때 항체가 생겨야 되는데, 항체가 생성되는 대신 숙주(동물)가 그냥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아예 죽은 바이러스가 아닌 약해진 바이러스를 활용해 임상실험을 하면서, 백신개발에 결국 성공한다.

 

동물임상을 끝난 백신을 직접 스스로에게 투입해 효과를 증명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원이 등장하는데, 이는 사실 엄청나게 위험한 행동이다. 이 연구원은 백신이 있다 한들,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기까지 수주가 걸릴 것이며, 또한 백신을 생산해 현장에 공급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희생했다. (다만, 영화 전반적으로 CDC 직원들이 너무 미화됐기에, CDC의 제작지원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딸의 졸업파티

 

개인적으로 맷 데이먼의 딸이 팬데믹 상황에서 좌절하지 않고, 아빠를 최대한 이해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맷 데이먼 역시 딸을 지키기 위해, 비록 조문을 핑계 삼아 찾아온 딸의 남자친구를 매정하게 돌려보내기도 했지만, 그가 백신을 접종한 이후에는 딸과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졸업파티를 준비하는 등 성숙한 아빠로서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② 로렌스 피쉬번과 케이트 윈슬렛은 우리가 흔히 CDC로 알고 있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의 센터장과 질병역학 조사관으로 활약한다. (이전에는 CDC의 명칭이 Centers for Disease Control이었지만, 예방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변경됐다. 마치 한국의 질병관리청이 질병관리본부로 승격한 것과 비슷하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둘 다 굉장히 이타적인 인물로 묘사되며, 어떻게든 감염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 노력한다.

 

전염병을 설명하는 케이트 윈슬렛

 

특히 케이트 윈슬렛은 거의 예수님, 부처님 수준의 도덕성을 보이며, 극 중에서 가장 믿을만한 사람이었다. 어려운 의학관련 용어들도 그녀가 찬찬히 설명하니 생각보다 쉽게 이해됐던 것 같다. 영화에서는 감염이 전파되는 방식으로 호흡기와 매개체 감염(접촉을 통한 감염)을 주목하는데, 실생활에서 어떤 식으로 예방할 수 있는지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도덕성을 의심받는 로렌스 피쉬번

 

사실 케이트 윈슬렛은 넘사벽 수준의 도덕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질감을 느껴졌던 반면, 로렌스 피쉬번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유연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 훨씬 공감됐다. CDC 센터장이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는 만큼 각종 정보를 쉽게 알 수 있었던 로렌스 피쉬번은 자신의 약혼자가 머물고 있는 곳이 락다운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를 귀띔해 줬다가 추후 청문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잘했다는 게 아니라, 누구든 그 자리에 있었다면, 비슷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악수의 유래

 

막바지에 로렌스 피쉬번이 자신의 백신을 청소부의 아들에게 양보하며, 악수의 유래에 관해 알려주는 장면 역시 상당히 흥미로웠다. 악수가 낯선 사람에게 자신이 그 어떤 무기도 지니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해 시작됐는데, 이제는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수단(매개체 감염)이 됐다는 점이 굉장히 아이러니했다.

 

루머의 확대재생산

 

③ 주드 로는 프리랜서 기자이자 유명 블로거로 공포가 뒤덮인 사회적 혼란 속에서 스스로 루머를 확산시키는 주체가 된다. 영화 초반부에 음모를 감지하며 등장했기에 선한 역을 맡은 주인공인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 충격적이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척하면서, 진달래에서 추출한 액체로 질병으로부터 회복했다며 홍보를 한다. 마지막에는 추종하는 사람들이 구속된 그를 위해 어마어마한 보석금까지 대납해 주는 것을 보며, 왠지 모르게 가슴이 먹먹했다.

 

메신저를 공격하는 주드 로

 

정치나 언론에서는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을 때, 메신저(messenger)를 공격하는 전략을 많이 사용한다. 메시지가 아무리 옳다 한들,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 부도덕적이면 왠지 모르게 신빙성이 많이 떨어져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서로 상관이 없으며, 사실 여론을 호도하려는 목적이었다.) 주드 로는 개나리액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로렌스 피쉬번의 말에 이전에 그가 저질렸던 부도덕한 행동(약혼자에게 도시봉쇄를 미리 귀띔한 것)을 폭로함으로써 대응한다.

 

예언자의 출몰

 

실제 현실에서도 팬데믹이 확산될 때, 각종 루머가 확산됐었다. 말라리아 치료제가 코로나에 효과적이라는 소문이 돌았으며, 백신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기도 했다. 영화에서는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수가 2,600만명에 달했지만, 현실에서는 2023년 5월 기준 약 680만명이 사망했다. 물론 수치가 낮다고 해서 피해규모가 작은 것은 전혀 아니다. 비록 영화에서 처럼 스스로를 예언자라 칭하는 사람들이 나올 정도로 엉망이 되진 않았지만, 어쨌든 안정을 되찾기 위해 엄청난 사회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됐기 때문이다.

 

곁다리로 ④ WHO의 과학자가 역학조사를 통해 바이러스가 어떤 감염경로로 확산되는지 밝혀내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실제 바이러스가 어떤 방식으로 전파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영화를 감상하는 이들에게 엄청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더불어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WHO의 과학자를 납치하는 사건도 보여주지만, 현실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국가별로 백신의 빈부격차가 늘어나는 상황은 실제 발생했으며, 이는 현재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다.

 

백신 빈부격차

 

바이러스의 근본적인 발생원인이 그동안 별생각 없이 지속했던 행동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다소 섬뜩했던 것 같다. 글로벌 회사인 에임 앨더슨이 밀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박쥐가 살고 있던 서식지를 파괴하는 바람에 돼지가 머물고 있는 사육장으로 몰려가게 됐고, 이 과정에서 동물들만 걸리던 바이러스가 연쇄적인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도 전염이 가능하도록 변한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면, 바이러스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였다고 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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