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에 여행차 단기간 방문하면 아무래도 유명한 관광지나 음식점들을 둘러보게 된다. 이런 곳들은 맛있긴 한데, 아무리 로컬 음식점이라 한들 가격이 엄청 비싸졌거나 이미 감성이 현지 감성이 아닌지라 감흥이 덜하다. 따라서 현지에 오래 머문 교민들이 평소에 자주 방문하는 곳이 진짜 맛집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지인들이 방문하면 주로 유명한 곳들보다는 내가 직접 가본 로컬 음식점들 중에 진짜 맛있었던 곳들을 주로 데려간다.
호치민 분리우 맛집, 벱 꼬까 분리우
기본적으로 찐 로컬 감성의 음식점들은 가격이 정말 저렴하다. 최근에 자주 가고 있는 분리우 전문점이 있는데, 이곳은 재료들이 정말 풍성하게 많이 담겨있는 분리우 한그릇이 고작 28,000동(=1,400원) 밖에 안한다. 물론 이 정도면 로컬 사람들도 싸다고 느낄 정도인데, 퀄리티나 양이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이제까지 호치민에서 먹었던 그 어떤 분리우 보다 훨씬 맛있었다. 거의 집밥 같은 수준이다.
이곳은 아쉽게도 제대로 된 간판이 없다. 그래서 지나가는 길에 놓치기 쉬운데, 위 사진처럼 길가에 놓여있는 입간판을 보고 찾아가야 된다. 가게는 테이블이 총 4개밖에 안될 정도로 조그맣지만, 나름 정갈하고 소박하지만 깨끗하다. 40대 정도 돼 보이는 아주머니가 요리도 하고 서빙도 하는데, 관리를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참고로 베트남 호치민에서는 대학생이나 직장인 가릴 것 없이 20,000~50,000동 사이에서 한끼를 해결하는 편이다. 50,000동이 넘어가면 살짝 플렉스한 느낌이랄까? 부자가 아닌 이상 혼자서 100,000동 보다 비싸게 먹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동료들과 먹을 때는 (체면 때문에) 이보다 비싸게 먹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혼자 먹을 때는 이 정도가 평균이다. 대학생들은 학교 근처에 있는 길거리 음식으로 한끼를 대충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데이트할 때는 비싼 곳도 의외로 척척 간다.
가게 이름은 벱 꼬까 : 분리우 안받 응온(Bếp Cô Ca : Bún riêu Ăn Vặt ngon)인데, 이름이 도통 매치가 안된다. 대략 '코카콜라 부엌 : 분리우, 맛있는 주전부리' 정도인데, 예전에는 아마도 튀김을 팔아서 이렇게 네이밍 했나 보다. 앞서 언급했듯이, 주메뉴는 분리우다. 분리우는 토마토가 들어가 살짝 시큼한 향이 나는 국수인데, 다양한 고명들이 들어가 한끼식사로 손색없다. 이것저것 다 들어간 닫비엗(đặc biệt)이 35,000동인데, 조그만 크기의 소라들이 많이 추가됐다. 메뉴에는 분리우 옥(Bún riêu ốc)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요걸 추천한다.
주인장께서 늑솟메(nước sốt me)를 가져다주셨는데, 요거 타마린드(tamarind)다. 살짝 시큼하니 국물에 간 맞출 때 넣으면 된다. 이런 숨겨진 로컬 찐맛집은 나 같은 외국인들이 방문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외국인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아예 제로에 가깝다. 당연히 주인장들도 외국인을 맞이한 적이 없기 때문에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 메뉴들도 당연히 베트남어로만 표기되어 있다. 따라서 베트남 찐로컬 감성을 즐기려면, 아주 기본적인 베트남어는 할 줄 알아야 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