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3월을 기점으로 베트남 내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자, 베트남 정부는 방역대책의 일환으로 외국인의 입국을 강력히 통제했다. 특히나 지난 2021년 5~6월에는 기존에 문제없던 일부 교민들의 비자연장마저 거부되면서, 어쩔 수 없이 베트남을 떠난 경우도 상당하다.
따라서 (원래도 말이 많았던) 베트남의 비자정책은 이제 정말 한치 앞도 알 수 없게 됐다. 어제는 맞았던 것이 오늘은 틀릴 수도 있게 돼버린 것이다. 지난 2018년 5월부터 현재까지 베트남 비자와 관련된 내용들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는데, 어째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각해지는 것 같다. 솔직히 지금과 같이 베트남 비자정책을 이해하기 힘든 시기는 없었다.
이렇게나 안좋은 분위기가 지속되다 보니, 주변의 많은 지인들이 버티다 못해 한국으로 돌아갔으며,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오픈채팅 등에는 기존에 임차했던 부동산의 승계관련 문의와 함께 각종 생활용품들이 중고매매로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이틈을 틈타 투자비자 발급을 홍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포 마케팅을 하는 업체도 생겼다.
다만, 이번에 확실하게 깨달은게 있다면, 베트남 정부가 어떤 액션을 취할 조짐이 보이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최대한 빠르게 대응해야 된다는 것이다. 외국인에 대한 비자발급이 원활하지 않다면, 아무리 괜찮은 사업이나 투자, 심지어 학업이나 결혼까지도 그저 신기루에 불과하다. 다른 동남아 국가들 역시 매우 엄격하게 코로나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베트남이 유독 비자 가지고 장사하는 것 같아 무척이나 아쉽다.
혼란스러운 베트남 비자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사례는 ① 회사의 보증이 없는 상용비자와 ②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발급받은 투자비자, ③ 2020년 3월부터 입국한 관광비자이다. 누군가는 ①과 ②의 경우, 애초부터 문제가 되는 비자이니, 비자연장을 거절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는데, 솔직히 2020년 3월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을 누구나 이용했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 문제가 되는 비자라면, 애초에 당국이 발급을 승인해서는 안됐다.)
가장 억울한 것은 바로 ③이다. 2020년 3월부터 입국한 사람들은 베트남 정부가 인도적인 차원에서 비자를 자동으로 연장시켜줬는데, 그 데드라인을 2021년 6월 30일로 못박으면서, 이때를 기점으로 어쩔 수 없이 출국한 사람들이 많다. 근데 이 부분도 명확하지 않은 것이 누군가는 분명 2020년 3월에 입국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장이 된 것이다. (역시나 제대로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곳이 베트남이다. 초대장이라는 제도를 없애고, 이민국에서 비자신청 창구를 통일하면 간단한데, 알면서도 절대 실행 안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래는 놀랍게도 실제 사례다.
베트남 대학교 재학생인데, 학생비자를 발급받지 못했다고?
지난 2020년 3월, 비자가 막힐 조짐이 보일 시점에 베트남에 입국한 한 한국 학생(20살)이 있었다. 이미 베트남 대학 입학에 필요한 베트남어능력시험(ABC시험) 성적 B2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비자가 막힐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코로나가 창궐하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부랴부랴 베트남에 관광비자로 들어왔다. 이후 호치민에 있는 대학교에 합격했고, 당연히 학교에서 학생비자 발급을 도와줄거라 믿었기에 최소한 비자와 관련된 문제는 해결한 줄 알았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는 황당하게도 학생비자 발급을 진행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관광비자를 연장하면서 1년간 수업에 참석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심지어 이때는 등교가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수업참석을 했다.) 이 와중에 지난 2021년 5월부터 이민국이 2020년 3월에 관광비자로 입국한 사람들에 대한 비자연장을 거절했으며,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강제 귀국해야 되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추가 업데이트
현재 ③에 해당되는 분들은 2021년 10월 31일까지 비자의 자동연장이 확정됐다. (이후의 자동연장은 공식적인 발표를 찾아볼 수 없다.) 자동연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매달 자동연장 여부를 자체적으로 재심사하는데, 그 결과의 공지시점이 상당히 늦은 탓에 비자 만료일이 애매한 일부 외국인들이 매번 혼란을 겪는다는 것이다. 더불어 공식적으로는 자동연장이 된다고 하지만, 공항 이민국을 통과할 때 케바케로 벌금을 내는 경우가 분명하게 확인되고 있다. 담당자에게 자동연장을 허용한다는 출입국사무소의 관련규정을 보여줘도 요지부동이다.
지난 2021년 8월 7일에 출국한 사람들 중에 7월 26일에 비자가 만료된 분이 있었다. 이분은 애초에 자동연장이 가능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비자를 연장해왔다. 그러다 지난 7월초, 호치민이 락다운이 됐을 당시 출입국사무소에 어떻게 해야 되는지 확인했는데, 담당자로 부터 자동연장이 되니 걱정하지 말라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벌금 2,000,000동을 냈다. 그나마도 그동안 비자를 계속 연장해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벌금으로 끝났던 것 같다.
앞으로 베트남 비자정책은 어떻게 될까?
베트남 이민국은 지난 2020년 3~4월을 기점으로 신규비자 발급을 중단시킨 것을 시작으로, 연장마저 여러가지 제약조건을 많이 만들었다. 관광비자는 한달 단위로 연장이 가능하며, 상용비자는 반드시 회사의 보증서를 가지고 있어야 된다. 회사설립을 통해 임시거주증을 받았던 분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때 페이퍼 컴퍼니가 아님을 증명해야 된다. 어떻게 보면 비정상적이었던 것들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앞으로 베트남에 장기간 체류할 분들은 이제 관광비자와 상용비자로는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된다. 상용비자야 애초에 구직을 목적으로 발급받는 것이니 차치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초청장 제도가 존재하는 한 관광비자로는 장기체류가 절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 남는 방법은 ㉮ 베트남내 취직을 통한 노동허가, ㉯ 법인설립, ㉰ 베트남인과의 혼인을 통해 받는 거주증 밖에 없다.
위와 같은 큰 그림이 그려져 있으니, 앞으로 어떤 식으로 변화될지 대충 윤곽은 보인다. 따라서 언제부터 강력하게 적용할지가 관건이다. 매년 7월마다 개정된 베트남 비자법이 발표되는데, 올해는 코로나 4차확산으로 인해 여유가 없는 탓인지 현재까지도 개정법을 발표하지 않았다. 나름의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베트남 경제성장을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 되는 비자법과 안전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방역법이 충돌되는 지점을 얼마나 현명하게 절충했느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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