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없이 고른 영화지만, 의외로 재밌을 때가 있는데, 내게 있어 넷플릭스 '레드 노티스'가 딱 그랬다. 편안히 쉬고 싶은 평일 저녁에 과자 한봉지를 옆에 끼고 소파에 누워 보는 킬링타임용 영화로 정말 제격이었다. '레드 노티스'는 흥미로운 보물과 위험천만한 모험이 이야기의 주를 이루는 어드벤처 장르이며, 개인적으로는 '인디아나 존스', '툼레이더', '내셔널 트레져'의 대를 잇는 시리즈가 될거라 생각했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것 같다.
넷플릭스 레드 노티스 솔직후기
'레드 노티스'가 웰메이드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① 일단 불가능해 보이는 초호화 캐스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마동석 배우와 같이, 이제는 본인 스스로가 장르가 돼버린 드웨인 존슨(Dwayne Johnson)과 '데드폴'의 라이언 레이놀즈(Ryan Reynolds)를 함께 섭외한 것도 대단한데, 여기에 '원더우먼'의 히로인 갤 가돗(Gal Gadot)도 출연한다. 연기력 논란은 애초에 생겨날 수 없었던 것이다.
② 수위를 많이 낮춰 13세 이상 관람가로 런칭했을 뿐만 아니라 라이언 레이놀즈의 주특기인 재치있는 말장난을 곳곳에 배치해 온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로서 포지셔닝을 잘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1월,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레드 노티스'는 역대최고 시청시간을 달성했을 정도로 엄청난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가성비면에서 정말 괜찮은 영화인지는 모르겠다. 넷플릭스가 무려 $2억나 투자했기 때문이다. 환율 1,200원을 적용하면, 무려 2,400억원이나 투자한 셈인데, 참고로 오징어게임은 10분에 1에 불과한 253억원이 사용됐다.)
어쨌든 엄청난 흥행에 힘입어 현재 시리즈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2편과 3편의 제작이 확정된 상태다.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만큼 '반지의 제왕', '신과 함께'처럼 한번에 두편 모두 촬영할 거라고 전해진다.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이들 주인공 3인방 이외에 추가적인 캐릭터의 등장이 예고되고 있어 '오션스' 시리즈와 같은 케이퍼 무비(caper movie)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미덕은 ③ 군더더기가 없다는 점이다. 인물들의 서사를 거의 생략에 가까울 정도로 간결하게 다루며,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시켰기 때문에 관객들은 손쉽게 드웨인 존슨과 라이언 레이놀즈가 펼치는 티키타카에 빠져들게 된다. (다만, 배우들의 이전 출연작에 대한 오마주 같은 장면과 대사가 있기 때문에, 이를 관람하지 못했다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참고로 번역을 '데드폴'의 초월번역으로 유명한 황석희 번역가가 해서 그런지, 한글자막으로 봐도 그 의미가 꽤나 맛있게 살아나니 걱정 안해도 된다.
스토리는 간단하지만, 그렇다고 유치하진 않다. 전 세계 수배 2순위 미술품 도둑, 놀런 부스(라이언 레이놀즈)와 FBI 프로파일러 존 하틀리(드웨인 존슨) 요원은 쫓고 쫓기는 관계로 시작하지만, 전 세계 수배 1순위 미술품 도둑, 비숍(갤 가돗)의 계략에 휘말려 함께 보물을 추격하는 동료가 된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클레오파트라가 남긴 3개의 알은 엄청난 보물처럼 그려지며, 이 보물을 중심으로 이들과 인터폴이 펼치는 추격전이 주된 스토리다.
등장인물들이 러시아와 아르헨티나, 이집트,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등을 오가며, 추격전을 벌이기 때문에, 여러 도시들의 이색적인 배경이 화려한 볼거리로 자주 등장한다. 결말에 이르러서 존 하틀리와 비숍이 동료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탓인지 의외의 반전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참고로 레드 노티스(red notice)는 국제경찰인 인터폴이 최고등급의 지명수배자에게 내리는 적색수배를 뜻하며, 이들 3인방 모두에게 레드 노티스가 적용되며, 영화가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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