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야차'의 평점이 예사롭지 않다. 네티즌 평점에 따르면, 네이버 영화 5.5점, 다음 영화 4.9점이다. (네이버 영화의 경우, 아직 공식적인 평점이 등록되지 않았지만, 성별에 따른 평점을 기준으로 유추하면 대략 5.5점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나 같은 경우에는 영화 '야차'에 별다른 이슈가 있는지 모르고 봤다가, 리뷰를 하는 이제서야 정치적인 이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평점에 의도적으로 1점을 남긴 사람들에게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는 주인공 중에 한명으로 정의로운 검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단지 그 이유 하나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검사 캐릭터들이, 셀 수 없이 많은 영화에 등장했는데, 하필 왜 '야차'만 이렇게 문제가 되는 걸까? 현재 진행 중인 검수완박,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된 논의 때문에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굉장히 예민해져 있기 때문이다. 즉, 시기적으로 안좋았을 뿐이지, 영화는 평점보다 훨씬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작품이다.
영화를 주의깊게 들여다보면, 검찰집단과 검사들이 죄다 옳고 정의롭다며 편중되게 그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부도덕한 조직에 맞서 싸우다 지쳐 이제는 무기력해져 버린 검사와 신념을 잃고 국가를 배신한 검사를 등장시킨다. 심지어 그 주인공은 정의로운 신념을 가지고 재계와 맞서 싸우다 한직으로 좌천되는 과정마저 나온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에는 영화를 시청하는 내내 부패한 검찰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그런데 단순히 주인공이 정의로운 신념을 끝까지 지켰다는 이유 만으로 이 영화를 이렇게나 무지성적인 1점 평점주기에 나서니, 정치적인 색안경을 끼지 않은 일반 시민들의 눈에는 당연히 공감되지 않는 것이다. (설마 정의로운 검사가 그 수많은 검사들 중에 단 한명도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러니 평점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것이다. 사실 영화로서 '야차'는 상당히 괜찮은 축에 속한다. 실제로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12개국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어느 정도 흥행이 되고 있으며, 나름의 작품성도 갖추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영화에서 흔하지 않은 스파이물이라는 점, '007'이나 '미션 임파서블', '본' 시리즈처럼 꽃미남 배우가 출연하지 않아 되레 현실감이 느껴졌다는 점, 그래서 배우들의 감정선에 집중해서 영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 등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중국 선양(沈阳市)이라는 이질적인 공간과 그안에서 연출된 다양한 색감들과 다채로운 액션신 모두 수준급이었다.
그렇다 보니, 배급사인 쇼박스 측에서 코로나 때문에 지난 2년동안이나 묵혀뒀던 영화 '야차'의 판권을 넷플릭스 측에 넘긴 것이 신의 한수가 돼버리고 말았다.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무지성적인 비판에 시달리다 종영한 드라마 '설강화'가 될 뻔했던 것을 대박의 반열에 이끌어버린 것이다. (물론 오징어게임 급의 엄청난 대박이 될지는 끝까지 살펴봐야 된다. 일본을 남북한의 사이를 벌어지게 하기 위해 온갖 공작을 펼친 국가로 지목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인을 최종빌런으로 등장시켰기 때문에 일본 내 정서가 좋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아쉬운 점들도 많다. 포지션이 영 애매하다. 다채로운 액션신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본격적인 액션물로 보기에는 뭔가 아쉬웠으며, 스파이물에 자주 등장하는 신기한 장비들도 거의 없어 볼거리가 약했으며, 조직 내 두더지(배신자) 찾기를 할 때 딱히 추리랄 것이 없어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점 등이 아쉬웠다. 물론 그렇다고 이런 요소들의 연출을 딱히 못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킬링타임용으로는 괜찮다. 다만, 이건 정말 좋았다고 내세울만한 것이 없었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넷플릭스 야차 등장인물, 출연진
한지훈(박해수) 검사는 재벌과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부하직원의 실수로 한직으로 물러나게 된다. 이때 훗날 두더지로 밝혀지는 염정원(진경) 국정원 4국장이 찾아와 한지훈 검사에게 중국 선양지부에 특별감찰관으로의 파견을 의뢰한다. 중국 선양은 동북아 스파이들의 집결지로 대한민국과 북한, 중국은 물론 일본과 러시아, 베트남 등에서 공작원들을 파견하는 곳이다. 이곳의 지부장을 맡고 있는 지강인(설경구) 팀장이 자꾸만 허위보고를 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잔뜩 의심한 체 선양에 찾아간 한검사는 지강인과 그의 블랙팀 요원들을 만난다. 이 과정에서 정보를 넘겨 주려다 죽임을 당한 북한의 실세, 39호 문병욱과 그의 딸인 문주연(이수경)과 엮이게 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며, 진짜로 정의롭지 못한 세력이 누군지 깨닫게 된다. 이 모든 배후에는 일본의 로비스트이자 공작요원인 오자와 요시노부(이케우치 히로유키)가 있는데, 결국 그를 제거하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역시 박해수 배우와 설경구 배우의 케미였다. 연기력에 관해서는 둘 다 이견이 없을 정도로 좋았는데, 케미마저 괜찮았다. 설경구는 확실히 버디무비(buddy)를 할 때 강점이 잘 드러나는 것 같다. 박해수는 아무래도 전작 '오징어게임'의 흥행으로 인지도가 많이 좋아졌는데, 사실 '야차'가 먼저 촬영됐고, 나중에 '오징어게임'을 촬영했다고 한다. 어쨌든 박해수의 유명세가 '야차'의 흥행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외에도 블랙팀 요원으로 등장한 홍과장(양동근)과 희원(이엘), 재규(송재림), 정대(박진영) 등의 밸런스도 좋았다.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허슬하게 연기에 몰입한듯한 모양새다. 특히 이런 류의 영화에서는 흔히 여성을 실수를 저지르는 트러블 메이커로 만드는게 보통인데, 여기서는 해결사로 비추는 모습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이들 중에서는 송재림이 제일 돋보였다. 전반적으로 킬링타임 용으로는 딱이다. 넷플릭스에서 1등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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