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사이렌 불의섬'은 현실판 땅따먹기 게임이다. 컨셉 자체는 적진에서 깃발을 뺏어야 된다는 점에서 '무한도전'의 공동경비구역 JSA와 비슷해 보인다. 다만, ㉮ 참가자들 전원이 여성이라는 점과 ㉯ 체력과 근력, 민첩성 등 신체적 능력이 좋은 6개의 직업군(경찰관, 스턴트맨, 군인, 경호원, 소방관, 운동선수)을 모아 팀단위로 경쟁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러한 점들을 미루어봤을 때 넷플릭스 '피지컬 100'과는 전혀 다른 편이다. 실제로 '피지컬 100'은 결국 개개인의 피지컬적인 기량이 매우 중요했지만, '사이렌 불의섬'은 팀단위 전략과 정치가 훨씬 더 결정적인 승리요인으로 작용했다. 솔직히 시청하기 전만 해도 여성들만 출연하는 서바이벌 게임이 재밌을까 싶었지만, 의외로 역동적이고 박진감 넘쳤던 것 같다. 참가자들의 승부욕이 강해서 그런지 정말 목숨 걸고 대결에 임한다고 느껴졌다.
다만, 남성판 '사이렌 불의섬'도 꼭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완성된 포맷이 있는 만큼 이번 시즌에 드러난 몇가지 문제들만 보완하면, 훨씬 더 드라마틱한 경기가 벌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넷플릭스 '사이렌 불의섬'은 총 10부작으로 제작됐으며, 일부 회차들을 제외하고는 평균 30~40분 정도의 분량으로 편집됐다.
넷플릭스 사이렌 불의섬 출연진, 최종결과 총정리
① 경찰 (독수리)
경찰팀은 해양경찰 2명과 육상경찰 2명으로 이루어졌다. 확실히 경찰이라 그런지 잠복과 탐문, 수사를 적극적으로 실행해 극 초반의 재미를 견인했다. (참고로 직업적인 특성들을 함께 살피며 시청하면, '사이렌 불의섬'을 좀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 다만, 군인팀과 스턴트팀의 협공에 당해 너무 빠르게 탈락하면서, 이들의 활약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요새 여경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매우 안좋은 편인데, 이를 반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쉽다.
② 스턴트 (거미)
제작발표회 때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다른 팀들은 대부분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팀을 결성한 반면, 스턴트팀은 평소 알고 지내던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팀을 결성했다고 한다. 당연히 팀워크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다만, 소방팀과 운동선수팀이 연합해서 공격해 올 때, 방어에 실패해 예상보다 빠르게 탈락하고 말았다. 물론 너무 허무하게 탈락한 경찰팀에 비해서는 다채로운 전략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임팩트 자체는 있었다.
③ 군인팀 (진돗개)
최악의 매너를 보여준 군인팀은 여러모로 너무 아쉬웠다. 사실 극 초반만 해도 군인팀은 강인한 생존력과 끈끈한 협동력을 보여주며 이목을 끌었다. 여기에 매복이나 잠입, 위장 등과 같은 다양한 전술을 선보였다는 점에 수많은 볼거리를 만들어 낸 점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들이 저지른 더티플레이는 단순한 불쾌함을 넘어 매우 불쾌했을 정도였다.
3일차 기지전 당시 군인팀의 강은미는 연기가 가득 차 있는 공간에 소화기를 집어던졌다. 이는 강은미가 불과 수분 전까지 소방팀 팀원들과 힘겨루기 했던 장소라는 점에서 경악스럽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대결이라고는 하지만, 둔기나 다름없는 소화기를 집어던진다는 게 말이 되나 싶다. 아무리 견제가 목적이었다고는 하지만, 안전을 경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만약 다 사용한 소화기를 버릴 요량이었다면, 다른 출연자들이 위험할 수 있으니 한쪽 구석에 놔두는 게 맞았다.
더 최악인 점은 이현선의 생떼 부리기였다. 상대방이 먼저 깃발을 뽑았다고 수차례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다고 우겼다. 아마도 당시의 현장이 연기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제작진이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심지어 적반하장으로 상대방을 윽박지르는 추태도 저질렀다. 그나마 제작진이 현명하게 페널티를 줘서 망정이지, 자칫 잘못했으면 프로그램 자체가 엄청난 비난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들의 더럽고 비양심적인 모습들이 당연히 불편했을 것이다. 심지어 누군가는 불편함을 넘어, 이들이 싫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승부욕이 과하거나 경기가 과열되다 보면,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실수를 무조건적으로 용납해 주고, 이해해 줘서는 절대 안된다. 참고로 이들 군인팀 팀원 중 일부는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이들 입장에서는 '사이렌 불의섬'이 대박 나지 않았다는 점에 감사해야 될 것이다.
④ 경호 (불사조)
경호팀의 팀컬러는 무존재감이다. 좋은 의미에서는 직업 자체의 특성이 잘 드러났다고 볼 수 있지만, 기지전은 물론 아레나전까지 그 어떤 인상적인 활약이 없었다는 점에서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준결승전에 진출한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성과라고 느껴진다. (물론 경호팀의 기지 자체가 워낙 외진 곳에 위치했을 뿐만 아니라 초반부터 최약체로 분류됨에 따라 다른 팀들의 견제를 받지 않은 탓도 크다.)
⑤ 소방 (해태)
소방팀은 놀라울 정도로 헌신적인 직업정신과 팀워크를 선보이며, 많은 극찬을 받았다. 실제로 직업적인 특성상 오롯이 사람들을 구하는 임무에만 몰두해야 되는 소방관은 누구보다 존중받아 마땅하다. 물론 다른 직업들도 모두 중요하다. 다만, 직업에 따라 맡는 임무의 성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실제로 소방팀은 팀원들이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투지와 열정 역시 대단했다. 특히 우물을 파는 경기를 선보였던 3일차 아레나전은 잊을 수가 없다. 다른 팀들의 견제로 추가로 흙이 투입되고, 3분간 공구사용이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내는 우승을 이뤄내는 불굴을 보여줬다. '언제나 늘 현장처럼'이라는 구호가 그들의 절박함을 잘 표현해 주는 것 같았다.
이 와중에 전라도 사투리를 걸쭉하게 쏟아내는 김현아의 리더십이 돋보였다. 늘 솔선수범하고 힘들어도 내색 않는 모습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녀의 리더십은 함께 따라와 주는 동료들의 팔로우십이 없었다면 빛을 발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따라서 협력해서 잘 따라준 팀원들도 칭찬하고 싶다. 비록 최종결선에서 운동선수팀에게 지긴 했지만, 내 마음속 1등은 소방팀이다.
⑥ 운동선수 (호랑이)
우승은 운동선수팀이 했다. 이들의 단합력과 경기력 역시 소방팀만큼이나 좋았기 때문에 이견은 없다. 오히려 비주류 스포츠인 유도, 카바디, 씨름, 클라이밍의 선수들을 모아 팀을 만들어 우승까지 했다는 서사가 훨씬 더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개개인의 능력만 봤을 때도 역시나 운동선수의 능력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특히 몸싸움을 해야 되는 '사이렌 불의섬'의 특성상 이들은 애초에 시작부터 우승후보였을지 모른다.
전반적인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에 누구나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승에 따른 별도의 상금이 없었다는 것이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전현직 경찰관과 군인, 소방관 등과 같은 공무원들이 출연하는 탓에 우승상금을 설정하는데 제약이 있었다고 한다. 즉, 모든 출연자들이 각자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출연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물론 출연료는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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