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에 방영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계기로 K콘텐츠가 동남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통할 거라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고, 실제 본격적인 콘텐츠주 투자에 집중했다.
기본적으로 스위트홈은 시청자층이 광범위할 수 있도록 굉장히 영리하게 제작됐다. 긴박함이 느껴지는 괴물들과의 전투씬에 화려한 시각효과와 특수효과를 사용하면서 보는 맛이 있을뿐더러 아포칼립스(apocalypse) 장르물에서 흔히 나타나는 생존에 대한 인간의 내면적인 욕구를 현실감 있게 묘사해 이를 깊이 있게 음미하는 맛도 있다. 또한 드라마가 표현하고자 하는 상징물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이를 하나하나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한데,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2차 창작물들이 계속 생성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스위트홈 시즌2 제작 근황
애청자들 입장에서는 시즌2가 현재 어떤 식으로 준비되고 있는지 궁금할거라 생각된다. 현재 스위트홈 시즌2는 확실하게 제작되고 있는 분위기지만, 넷플릭스 측은 이를 확실하지 않다며 계속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빼박인 정황들이 너무 많아 어느 정도는 유추가 된다.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인연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이중에서도 고민시와 송강, 이도현, 이시영, 이진욱은 출연이 이미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등장인물로는 아이돌에서 배우로 전향한 진영의 출연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스위트홈 등장인물, 세계관
이 작품이 대중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깊이있게 공감되는 상황과 스토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있는 사람들이다. 남보다 못한 이복남매, 학대에 스스럼없는 남편과 이를 참기만 하는 아내, 서로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이웃, 썩은 생선을 선물이라며 생색내며 들이미는 아파트 주민까지 너무 리얼해서 되레 공포심마저 느껴졌다.
등장인물들은 현실에서 입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잊기 위한 수단으로 각자의 토템(totem)들을 가지고 있다. 헤어진 남자친구가 선물한 베이스 기타, 죽은 아이가 타고 다니던 유모차, 신앙, 알콜중독(소주), 강아지, 공무원 합격소식, 발레복, 게임, 편의점까지 각자의 욕망을 소구하는 수단이 있으며,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마치 인간성 따윈 잃어도 된다는 식으로 행동한다. 인간성이 사라진 자리에 욕망이 자리잡은 것이다. (유일하게 욕망이 없는 것처럼 보이던 사람은 편상욱(이진욱) 뿐이다.)
따라서 스위트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 등장인물들이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된다. 실제로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장치라 할 수 있는 괴물화 조건 자체가 강한 욕망이며, 이 욕망의 종류에 따라 어떤 괴물로 변하게 될지 결정된다. 이 욕망의 대척점에 있는 것은 순수이다. 이 순수는 욕망에 빠진 인간을 구원으로 이끄는 중요한 가치로 작동한다.
순수를 상징하는 어린이는 드라마에서 굉장한 중요한 존재라 할 수 있다. ① 삶의 의지를 잃은 무기력한 주인공 차현수(송강)가 집밖으로 용기내 나온 이유는 어린아이들을 지키기 위함이었으며, ② 이은혁(이도현)이 아파트 주민들을 대피시킨 곳은 놀랍게도 어린이집이었다. 더불어 ③ 오직 아이만이 선한 괴물을 구분하고 심지어 도움을 받기도 한다. (물론 도움을 준 투명괴물이 아이들의 아빠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일부 괴물화가 진행된 어른 역시 선한 괴물의 존재를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된다.)
괴물들이 판을 치는 암울한 상황에서도 이 순수가 사람들을 서서히 변화시킴에 따라 관객들은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특히 작품의 주제의식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드러낸 존재인 정재헌(김남희)의 심리를 쫓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극중에서 유일하게 기존의 욕망(알콜중독)을 또 다른 욕망(신앙)으로 극복한 정재헌은 어느 순간부터 신을 찾지 않는다. 특히 경비괴물과 싸우며 죽어가는 순간에도 신에게 구원을 청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주저없이 던졌다. 따라서 그는 분명 인간성을 회복했다고 봐야 된다. 즉, 신이 아닌 사람, 윤지수(박규영)와의 관계가 깊어지는 와중에 인간성이 회복된 것이다.
이렇게 드라마는 인간성이 사라진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단절됐던 관계를 회복하고, 각자의 욕망에 가려져 있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특히,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미성숙했던 차현수가 특수감염인(인간→괴물)이 되고, 괴물이 인간처럼 행동하는 모습(괴물→인간)을 보며, 치열한 고민을 통해 어떤 식으로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지를 보여준다. 차현수의 성장 드라마는 마치 영웅의 탄생기와도 비슷하기 때문에 마치 신화와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다.
스위트홈에 등장하는 괴물 총정리
물려서 감염되는 좀비와 달리 스위트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욕망 때문에 괴물이 된다. 물론, 본인이 원한다고 해서 괴물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재된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빠르게 괴물이 된다는 점에서 개개인의 의지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본인의 의지가 강하면 괴물화 속도마저 늦출 수 있다.
감염이 된 전조증상으로 폭포수처럼 흐르는 쌍코피가 있다. 이후에는 인간과 괴물을 랜덤하게 오가는 골든타임이 존재하는데, 오직 이 순간에만 괴물을 완벽하게 퇴치할 수 있다. 대부분 골든타임 기간이 끝나면 괴물로 변하지만, 15일을 버티게 되면 괴물이 아닌 특수감염자가 되기도 한다. (특수감염자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욕망에 따라 괴물의 형태와 능력이 달라진다. ① 아이돌이 되고 싶었던 식탐괴물, ② 환자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수혈이 필요해 보였던 흡혈괴물, ③ 눈과 코가 없는 대신 청각이 극단적으로 발전한 연근괴물(유일하게 욕망과 상관없이 생김새만으로 이름이 정해졌다.) ④ 관음에 대한 욕망이 실체화된 눈알괴물, ⑤ 프로틴의 노예 근육괴물, ⑥ 아이에 대한 집착과 강렬한 모성애가 만든 태아괴물, ⑦ 유일한 비인간형 개체로 등장한 거미괴물까지 다양한 괴물들이 출연한다.
이외에도 ⑧ 아이를 빼앗긴 탓에 엄청난 악력을 지니게된 긴팔원숭이괴물(잡자괴물), ⑨ 운동선수 출신의 육상괴물, ⑩ 괴물의 눈에 띄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투명괴물, ⑪ 옮겨다니며 사람의 몸을 지배하는 시즌1의 끝판왕 액체괴물, ⑫ 옥상에서의 추락을 꿈꾸다 되레 날개가 돋아난 흑기사괴물, ⑬ 평소 가발에 콤플렉스가 있었던 머리카락 괴물, ⑭ 더러운 갑질에 대한 횡포를 견디지 못해 복수를 결심한 경비괴물 등이 있다.
괴물들 개개별의 개성이 뛰어나지만, 공통적인 부분들도 상당히 많다. ㉮ 인간과의 의사소통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인간을 적으로 분명하게 인식한다. ㉯ 반경 50m 이내의 무선전파를 차단시켜 핸드폰을 먹통으로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괴물이 접근하고 있음을 구분하는데 활용한다.) ㉰ 어떠한 상처건 굉장히 빠르게 회복되지만, 대체로 불과 전기에는 약한다는 점도 있다.
서이경과 크루크루에 주목해야 되는 이유
잘 알려졌다시피, 스위트홈은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다. 다만, 상당한 각색이 들어갔기 때문에 원작과 다른 차이점들이 상당히 많다. 특히 원작에는 없는 드라마 오리지널 캐릭터인 서이경(이시영)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특전사 출신의 소방공무원인데, 실제 현실에서도 이런 캐리어 패스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 리얼리티가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배우 이시영이 워낙 운동에 관심이 많다는 것 정도는 연예계 가십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진심이었는지 몰랐다. 조각같은 복근을 보며 정말 놀랐다.
서이경의 남자친구인 블로거 '크루크루'가 앞으로 방영될 시즌2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서이경의 행보 역시 기대된다. '크루크루'는 극 초반에 화재로 사망한 것으로 나오지만, 사실 죽지 않았으며, 서이경이 거미괴물과 싸우던 와중에 전화하기도 한다. 상당히 이른 시기에 괴물화 과정을 겪었던 인물인 '크루크루'는 자신이 15일을 견뎌 특수감염인이 된 세세한 후기를 블로그에 남겨 이와 관련된 정보를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한 떡밥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로 시즌2에서 등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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