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레이스'는 생각보다 훨씬 재밌는 편이다. 오피스물 자체가 딱히 새로운 장르는 아니지만, 예상 밖의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최근에 광고와 홍보라는 똑같은 소재로 제작된 드라마 '대행사'가 엄청난 화제를 일으키며 호평을 받았기에, '레이스' 제작진 입장에서는 부담이 많았을 텐데, 그 와중에 독특한 재미를 잘 뽑아낸 것 같다. 뭐랄까? 20~30대들의 감성 그 자체에 집중했달까?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사회초년생은 아니지만, 여전히 배워가는 입장에 있는 청년들이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세심하게 잘 담았다. 불공정에 느끼는 불편한 감정이라든가, 어느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는지에 따라 느끼는 우월감 혹은 열등감이 섬세하게 표현됐다. 사실 이연희 배우의 연기가 여전히 아쉽긴 하지만, 극 초반을 제외하고는 배역에 잘 녹아들어서 그런지, 몰입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간만에 봐서 꽤 반가웠다.
총 12부작으로 제작된 '레이스'는 디즈니 플러스의 오리지널 작품이다. 솔직히 오리지널 작품 치고는 다소 약하긴 하지만, 워낙 오피스 드라마 자체가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다.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디즈니 플러스 입장에서는 K드라마를 하나라도 더 확보하려는 의지의 차원에서 제작하지 않았을까 싶다.
드라마 레이스 출연진, 이연희, 줄거리, 결말
① 박윤조 대리, 김희영 대표, 이실장, 화자, 박세현
박윤조(이연희) 실장은 중소 홍보대행사인 PR조아에서 일하고 있다. 집안의 가세가 기울어져 빨리 돈을 벌어야 됐기에, 예정에도 없던 정보고등학교(=상고)에 진학했다. 현재 몸담고 있는 홍보 분야에는 매우 진심이다. 비록 총무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긴 했지만, 열정 하나만으로 포트폴리오를 계속 쌓아나가며, 전직에 성공했다. 실제로 제법 능력도 있는 편이다. 먹어도 살이 안찌는 프로틴빵을 파는 가게의 홍보를 맡아, 바이럴 마케팅에 성공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후 세용이 주관하는 스펙아웃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계약직 대리로 입사해 류재민 대리와 함께 홍보팀에서 근무한다. 무스펙이 스펙이라는 둥 온갖 편견에 사로잡힌 다른 동료들에게 눈치를 받지만, 캔디 같이 밝은 캐릭터인 만큼 스스로를 증명하며, 편견을 극복해 간다. 절친인 류재민은 비록 동화 속 왕자님 같이 모든 문제를 마법처럼 해결해주진 못하지만, 제법 효과적으로 그녀를 위로하고 응원한다. 이연희의 미쳐버렸다는 말 밖에 안나오는 미모만으로도 '레이스'에 몰입할 이유는 충분하다.
어디 내놔도 부끄러운 화자(오민애)는 박윤조의 엄마다. 딸내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어, 전세보증금을 내는데 전혀 보탬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테이블팅을 통해 여러 남자들과 술자리를 즐기며 박윤조의 속을 끓게 만든다. 요새는 확실히 자녀들을 위해 헌신하는 엄마의 모습이 동화 속의 모습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그런지, 드라마에서 사라지고 있다. 현실반영이 되고 있는 듯싶다.
박세현(이해조)은 박윤조의 동생으로, 이제 막 중이병을 떼낸 고등학생들이 갖고 있을 법한 시니컬함이 돋보인다. 언니가 필요할 때마다 의외의 모습으로 힘이 되어 준다. 아직까지는 박세현에 대한 별다른 에피소드가 진행되지 않았다.
② 김희영 대표, 이실장, 서동훈 대표
김희영(백지원) 대표는 중소 광고대행사 PR조아를 운영하고 있다. 김희영 대표를 통해 형편이 어려운 중소기업 사장들의 애환을 살펴볼 수 있다. 원래는 기자 출신으로 어스컴에서 근무했었다. 세용에서의 경쟁 PT 당시 심사관이었던 송선태 팀장이 억지로 트집을 잡자, 김희영은 이를 그냥 참고 넘어가지만, 박윤조가 대신 나서 참교육을 했다. 박윤조가 세용으로 이직을 하자, 이후 어스콤과 합병하며 공동대표가 된다. 구이정 CCO와는 같이 기자생활을 했기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실장(윤금선아)은 PR조아 직원이다. 실장이라는 이름 때문에 회사에서 높은 직급을 맡고 있는 듯한 오해를 사는 기믹이 있다. 출산을 통해 쌍둥이를 낳았다. 박윤조가 꿍짝이 잘 맞아 스스럼없이 지낸다.
서동훈(정윤호)은 광고대행사 어스컴(Earth Communication)의 대표다. 어스컴은 경쟁 PT 당시 PR조아의 경쟁회사로 등장한다. 광고대행사 업계 내에서는 대기업으로 분류되며, 사옥도 굉장히 멋진 편이다. 김희영 대표와 과거에 함께 일했으며, 직장동료로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정윤호 배우의 연기를 걱정했을 텐데,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다만, 너무 젊어 보여서 신입사원 정도로 밖에 안보이는데, 대표라고 하니까 뭔가 매칭이 안됐다. 진정한 배우가 되고 싶다면, 스타일도 포기할 줄 알아야 된다.
③ 지은정 팀장, 신지효 사원
지은정(김정)은 세용의 홍보3팀 팀장으로 박윤조 대리의 직속상사다.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동기들 사이에서 승진이 가장 빠른 편이다. 차장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팀장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 스펙아웃 전형을 통해 입사한 박윤조를 신뢰하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 박윤조의 진가가 드러나면, 츤데레 같이 믿고 끌어주는 관계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마치 드라마 '미생'의 오상식 차장과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신지효(백지혜) 사원은 서울대를 졸업한 인재다. 원래 PR조아에서 근무했으나, 열심히 일할 것을 요청하는 박윤조와 대판 싸우고 세용에 입사한다. 애초에 신지효라는 캐릭터 자체가 MZ세대를 마치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집단이라는 편견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큼 엄청난 고구마다. 싸가지가 없는 데다 헛똑똑이다.
④ 류재민 대리, 임지현 대표, 구이정 CCO, 진병만 실장, 송선태 팀장, 맹철준 과장
류재민(홍종현)은 대기업인 세용의 홍보2팀 대리다. (참고로 박윤조 대리는 홍보3팀 소속이다.) 명문대 국어국문과 출신으로 임원진들도 인정할 만큼 보도자료를 잘 쓰는 회사의 에이스다. 다만, 열혈사원이라고 하기엔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집중하는 염세적인 직장인의 모습도 갖추고 있다. 짝사랑하는 박윤조가 세용에서 버티지 못할까 봐 걱정이 많다. (실제로 순수한 편인 박윤조는 찌든 때가 낀 세용과는 딱히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어스컴과 케미가 맞지 않을까 싶다.)
임지현(김혜화)은 세용의 경영전략본부 본부장으로 창업주의 딸이다. 라이벌인 정구용 부사장과는 겉으론 친해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견제하고 있다. (이는 정구용 부사장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앙금이 남아있는 친구와도 손잡을 정도로 야망이 크다. 그래서 PR 스페셜리스트인 구이정을 CCO로 앉힌 뒤, 자신은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구이정(문소리) CCO(Chief Communication Officer)는 세용의 최고홍보책임자다. CCO는 원래 없던 직급인데, 임지현 대표의 직권으로 새로 만들어졌다. 전무이사라고 하니, 본부장 정도 된다고 볼 수 있다. 박윤조의 롤모델인 만큼 홍보분야에서는 가장 성공한 커리어우먼이지만, 날 선 성격 때문인지 가정문제만큼은 제대로 풀어가지 못하고 있다. 남편과는 이혼을 했고, 딸과는 소통이 단절됐다.
진병만(하성광)은 세용의 홍보실 실장이다. 구이정 CCO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세용의 홍보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다. 점잖아 보이지만, 그 역시 닳고 닳은 직장인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부하직원들을 호령하지만, 임지현 대표나 정구용 부사장 앞에서는 꼼짝도 못한다. 교회에 열심히 다닌다는 기믹을 가지고 있다.
송선태(조한철)는 세용의 홍토2팀 팀장으로 류재민 대리의 직속상사다. 빌런으로서 박윤조에게 각종 시련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짠한 면도 있다. 카리스마가 있고, 추진력도 강한 편인지라, 일 잘하는 상사임에 틀림없지만, 나쁜 꿍꿍이를 가지고 업무를 진행시킬 때가 많아, 류재민 대리가 경계하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 의외로 박윤조가 참교육을 할 때면, 대꾸도 못한 채 줄행랑치는 편이다.
맹철준(윤석현)은 세용의 홍보2팀 과장이다. 성격이 매우 밝고, 친화력이 좋은 편인 반면, 책임감과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래서 송선태 팀장이 회의에 참여할 때면 맹철준 과장이 아닌 류재민 대리를 데려가는 편이다. 류재민 대리와는 합이 잘 맞는지 친하게 지내고 있다.
⑤ 최혜영 기자, 허은, 정구용 부사장
최혜영(고아)은 대국일보 기자다. 류재민 대리와는 대학교 동기 동창생이다. 똑 부러지고 야무진 스타일이며, 회사에서 세용에 관해 문제 있는 기사가 준비된다 싶으면, 류재민에게 미리 연락을 해 대비할 수 있게 도와준다. 왠지 예전에 기자 생활을 했다던 김희영 대표와 구이정 CCO가 대국일보 출신이 아닐까 예상해 본다.
허은(김예은)은 유토피아 Bar의 사장이다. 박윤조, 류재민과는 부랄친구로서 기쁜 일, 힘든 일을 함께 나누고 있다. 주로 박윤조가 퇴근길에 들러서 잡담을 나누며 한잔하는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많이 뜯어먹는다. (악의가 없어서 그런지, 되레 귀여워 보인다.) 다른 손님들은 별로 없는 듯하다. 확실하진 않지만, LGBT와 관련된 이슈가 얽혀있는 것 같은데, 레즈비언으로 보인다.
정구용(손병호)은 세용의 사업부문장 부사장이다. 세용의 패권을 두고, 임지현 대표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창업주의 딸인 임지현과 비슷한 급으로 대접받는 것으로 보아 창업공신으로 추정된다. 따로 자신만의 라인이 있을 정도로 회사 내에서 세를 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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