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이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애초에 1도 기대감 없이 봤던 드라마였는데, 이렇게 재밌을지 상상도 못했다. (새삼 K콘텐츠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장기적으로 콘텐츠주에 무조건 투자해야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족과 관련된 소재는 늘 시청자들에게 소구 되는 영원불변의 테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기에 늘 짜증내기 일쑤였던 엄마의 10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설정이 모든 것을 뒤흔든다. 그것도 주인공 백윤영의 입장에서는 엄마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1987년에 왔다는 사실을 깨닫자 기쁘게 웃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엄마가 어떻게든 무능한 아빠와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 움직인다. 처음에는 자동차를 타고 시간여행을 한다는 다소 고전적인 설정 때문에 뭔가 유치해 보였지만, 워낙 디테일이 촘촘해서 그런지 금방 서사에 빠져들었다.
100% 사전제작된 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은 총 16부작으로 제작됐으며, 이미 지난 2022년에 촬영을 진작 완료했다. 이후 몇차례나 편성이 연기되다가 이제서야 방영을 시작한 만큼, 현재 시점이 다소 어정쩡한 과거인 2021년이다. (대신 후반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던 만큼 편집의 완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1987년 당시에 히트했던 주옥같은 노래들이 반복해서 나오는데, 당시에 20대를 보낸 40대 후반과 50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등장인물, 스토리 총정리
① 윤해준
윤해준(김동욱) 앵커는 냉소적인 캐릭터 같지만, 의외로 상대방을 잘 챙겨주는 나쁜 남자 같은 스타일이다. 우연찮게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자동차를 발견하고,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막기 위해 1987년으로 돌아간다. 참고로 타임머신은 언제든 원하는 년도로 돌아갈 수 있다. 즉, 어제는 1987년에 머물다가도 오늘은 2021년에 갈 수도 있다.
자신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던 와중에 우연찮게 백윤영을 타임머신(자동차)으로 치면서, 함께 1987년으로 향하게 된다. 1987년에서는 자신의 커리어(기자출신 앵커)를 살려 국어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고장 난 차량을 직접 고칠 정도로 손재주가 좋은 편이다. 극 초반에는 미스터리가 펼쳐지는 와중이라 딱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로맨스 장르물인 만큼 윤해준과 백윤영은 커플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② 백윤영, 이순애, 백희섭, 고미숙 작가
백윤영(진기주)은 출판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편집자라는 직업적 특성상 작가들의 비위를 맞춰야 되는 고단함이 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잘 버텨내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고미숙 작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랐는데, 이는 작가의 첫 작품인 '작은 문'에 반해 입덕한 찐팬이었기 때문이다. 가끔씩 스트레스가 너무 쌓이면, 엄마에게 이를 쏟아내듯 풀어내곤 했다. 여느 날과 같게 길거리에서 엄마와 한바탕 했는데, 그날 저녁 엄마는 우정리라는 낯선 곳에서 시체가 되어 있었다.
운명의 덧없음을 원망하던 찰나에 윤해준의 타임머신에 휩쓸려 1987년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엄마는 아직 고3에 불과했기에 어떻게든 아빠와 만나지 못하게 움직였다. 참고로 아빠는 술주정뱅이라 다른 가족들에게 민폐만 끼치던 존재였다. 즉, 엄마의 불행이 모두 자기 자신과 아빠 때문이라고 생각해 아예 결혼을 못하게 만들 심산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발견한 엄마의 노트에서 작품 '작은 문'을 발견하게 된다.
이순애(이지현)는 백윤영의 엄마이자, 대한민국의 평범한 주부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할인상품을 악착같이 사려는 모습이 딱이다. 그런 엄마가 백윤영은 안타까우면서도 찌질해 보였다. 그래서 심지어 모른 척 지나가기도 했다. 길거리에서 싸웠던 날도 엄마는 집에 돌아가면 그냥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았는데, 죽어버렸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지현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눈물이 많이 났다.
백희섭(이규회)은 백윤영의 아빠이자, 무능한 가장이다. 매일같이 술에 취해 동네에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며, 심지어 엄마가 죽은 날 역시 식당에서 꽐라가 되어 있었다. 다만, 10대의 그가 밝고 순수하고 건강했다는 점을 비춰볼 때 뭔가 어두운 사연이 있지 않을까 예측된다.
고미숙(김혜은)은 19세라는 어린 나이에 '작은 문'이라는 작품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자신의 작품이 아닌 이순애의 작품인 만큼 애정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 사이에서 계속 회자될 때마다 온갖 짜증을 백윤영에게 푼다. '작은 문' 이후의 작품들은 자신이 비록 초고를 쓰긴 했지만, 편집자인 백윤영에 의해 거의 환골탈태 수준으로 고쳐져 발간되고 있다.
③ 순애, 희섭, 미숙, 해경
앞선 인물들이 2021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라면, 여기서 부터는 모두 1987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우정리에 사는 백윤영의 엄마와 아빠, 고미숙 작가의 어린 시절이다. 순애(서지혜)는 공부를 잘하는 문학소녀지만, 내성적인 성격 탓인지 친구가 없다. 그나마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라고는 해경을 비롯한 나쁜 무리들 뿐이다. 그래서 이들이 자신에게 못된 짓을 해도 딱히 절박하게 저항하지 못했다. 자신을 엄마라 부르는 백윤영이 이상하긴 하지만, 딱히 나쁜 사람 같지 않아 보여 같이 행동하기도 한다.
우정리에서 사는 희섭(이원정)은 같은 동네에 사는 순애에게 한눈에 반한다. 실제로 밝은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은 순애의 모습은 청순하기 그지없었다. (서지혜 배우의 이미지 자체가 워낙 청량하고 맑은 탓이 큰 것 같다.) 이때까지만 해도 희섭은 밝고 순수한 청년 같아 보인다. 심지어 유들유들하고 해맑은 웃음을 연이어 보여줬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미숙(지혜원)은 순애와는 전교에서 1~2등을 다툴 정도로 영리한 학생이다. 다만, 다소 음침한 구석이 있어서, 늘 추리소설이나 이상한 과학책들을 자주 들여다본다. 미래를 이미 확인한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녀가 순애의 작품인 '작은 문'을 갈취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를 빼앗을지가 궁금할 것 같다.
해경(김예지)은 전형적인 학폭 청소년의 모습 그 자체다. 친구들이 유해물질을 마시도록 하는가 하면, 이유 없이 순애를 괴롭혀 강가에 빠뜨리기도 한다. 목숨이 오갔던 사건들이었던 만큼 굉장히 긴박했다. 더 큰 문제는 본인 스스로가 학폭을 딱히 큰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다. '더 글로리' 이후로는 학폭 청소년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져서 그런지, 해경의 비행을 바라보는 게 솔직히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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