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오아시스 출연진, 스토리, 촬영지 총정리 (+설인아 커리어 하이)

오랜만에 깊은 감동으로 다가오는 시대극을 보게 된 것 같다. 드라마 '오아시스'는 격동의 대한민국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그린 작품이다. 50~60대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20~30대 입장에서는 신분제도라든가 민주화운동이라는 생소한 소재가 등장하기 때문에 어색하게 느끼거나 혹은 더 신기하게 느낄 수도 있다.

드라마 '오아시스'는 KBS2에서 월요일, 화요일 저녁 9시 50분에 방영되며, 총 16부작으로 제작됐다. OTT로는 웨이브에서도 시청이 가능하다. 수많은 출연자들이 필요한 시대극인 만큼 아직은 인지도가 높지 않은 배우들을 대거 섭외했다. 그래서 배우들 구분이 처음에는 잘 안될 텐데, 2명의 남주인공인 이두학과 최철웅의 배경만 정확히 이해하면 몰입감 있게 스토리에 빠질 수 있다. 이 둘의 중심으로 가족관계를 파악하자.

요새 유행하고 있는 피카레스크식 전개가 돋보이며, 연출도 수준급이다. 시대극이라는 특성 때문에 캐릭터가 도드라지는 '카지노' 같은 느낌은 없지만, 인물 개개인의 서사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전라남도 광양시와 순천시, 여수시 일대를 중심으로 촬영이 진행된 만큼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듣는 재미도 더한다. 드라마의 인기가 한층 더해가는지 젬마가 부른 OST 'Let me go'도 관심을 받고 있다.

드라마 오아시스 출연진, 스토리 총정리

① 이두학, 이중호, 점암댁

이두학(장동윤)은 문무를 겸비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늘 전교 2등을 차지할 정도로 명석할 뿐만 아니라 싸움실력도 뛰어나 웬만한 일진들은 상대도 안된다. 최철웅보다 1살 많은 형이지만, 아버지가 최철웅과 같이 학교를 다니도록 1년 늦게 입학시켰다. 아버지가 어떤 식으로든 최철웅을 절대 이기지 말라고 당부하는 바람에 전교 1등을 계속 양보해 왔지만, 첫사랑 오정신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전교 1등을 차지하고, 심지어 오정신과도 사귀게 되지만, 열등감이 폭발한 최철웅과는 멀어지게 된다.

이후 모든 고통이 시작됐다. 아버지가 그를 농업고등학교로 전학시켜 버리고, 심지어 최철웅이 저지른 살인마저 대신 뒤집어쓰게 하면서 감옥에 가게 된다. (가족이라 할 수 있는 아버지가 가장 큰 가해자가 돼버렸다.) 이후 절치부심으로 스스로를 성장시켜 조직의 2인자로 성장한다. 오정신에게 모질게 말하면서도 한편에서는 하염없이 그리워하는 모습이 가슴 아프다.

이중호(김명수)는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최악의 아버지다. 이두학을 평생 고통스럽게 살게 만든 장본인이다. 다만, 나름의 사정은 있었다. 최철웅의 할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던 와중에 그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던 이중호의 노비문서를 불태워줬다. 그럼에도 이중호 스스로가 노비의 삶을 자처했던 것은 도의를 다해야 한다는 명분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상식을 넘어설 정도로 자신의 신념만을 신경 썼기 때문에 모두가 불행해져 버렸다.

점암댁(소희정)은 이두학의 어머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들을 자랑스러워하고, 이를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단순하고 해맑은 사람이다. 동시에 속이 깊어서 답답한 자신의 남편이 얼마나 아들을 사랑하는 지도 잘 알아는 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역사적인 사실을 최대한 반영했는지, 가난한 소작농의 아내인 점암댁은 이름조차 제대로 소개가 안됐다.

② 최철웅, 최영식, 강여진

최철웅(추영우) 역시 따지고 보면, 이두학만큼이나 문무를 겸비했다. 하지만 열등감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에게 가학적인 삶을 산다. 순간적인 충동을 참지 못하고 살인을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본인 대신 이두학을 감옥에 보낼 정도로 철이 없고 인성에 문제가 많다. 운동권으로 활동하지만, 이마저도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해낼 수 없음을 깨닫게 되면서, 사법고시를 치고 검사가 된다. 최철웅을 필두로 한 나쁜 검사와 이두학을 중심으로 한 착한 깡패들 간의 대결이 서사로 펼쳐진다.

최영식(박원상)은 독립운동가인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의협심이 높다. 그래서 이중호(=이두학의 아버지)가 진심으로 존경했는지 모르겠다. 아내 덕분에 편하게 여당의 후보로 출마할 수도 있었지만, 어려운 길인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힘들지만 바른 길을 선택했음에도, 아들 최철웅이 살인사건에 연루되면서 무너지게 된다. 목재소를 운영하며 지역 유지로서 어느 정도의 기반을 가지고 있지만, 가세가 많이 기울어졌다. 선거 이후 몇년 뒤에 생을 마감한다.

강여진(강경헌)은 최철웅의 어머니다. 사실상 극 중 최고의 빌런인데, 자식에 대한 삐뚤어진 사랑 때문에 많은 이들의 운명을 엇갈리게 만든다. 여당과 야당을 오가며 국회의원을 지낸 아버지 덕분에 정치에 대한 감각과 야망이 있다. 본인 스스로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을 정도로 똑똑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돈을 건네줄 만큼 과감하지만, 도덕적으로 무너져있다. 남편을 어떻게든 국회의원에 당선시키려 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황충성 준장을 통해 재기를 시도한다.

③ 황충성, 오만옥

황충성(전노민) 준장은 보안사령부 출신으로 극 중에서는 안기부 차장에 영전된다. 나름 부침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권력에 호가호위(狐假虎威) 하는 삶을 살아왔다.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유부녀 강여진을 여전히 사랑하며, 그녀의 아들인 최철웅을 끝없이 괴롭힌다. 다만 그가 자신의 친아들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난감해진다. 그동안 최철웅이 왜 아버지(최영식)처럼 의롭지 않을까 궁금했는데, 황충성이 친아버지라고 생각하니 모든 의문이 풀린다.

오만옥(진이한)은 황충성의 수족이다. 명령이 도덕적으로 옳고 그른지는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해낼 뿐이다. 최철웅 입장에서는 오만옥과 황충성 간의 관계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당장에는 자신을 괴롭히는 오만옥을 훨씬 무서워한다. 하지만 이후 모든 관계를 알아채면서 갑을관계가 뒤집힌다. 참고로 오만옥은 강여진의 사업을 돌봐주고 있는데, 황충성이 최철웅의 진짜 생부라는 것을 눈치채면서 최철웅과도 협력하는 관계로 돌아선다.

④ 오정신, 함양자, 차금옥

오정신(설인아)은 드라마 '오아시스'의 진주인공이다. 히로인으로서 두 남주인공들에게 사랑을 받지만 정작 자신은 늘 명확하게 관계를 설정해 왔다. 수동적인 모습의 전형적인 여주인공들과 달리 오정신은 굉장히 주체적이다. 가업으로 물려받은 영화관 사업을 키우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닌다. 이를 짠하게 바라보는 이두학과는 이뤄질 듯 안이뤄질 듯 운명이 요동친다. 개인적으로 설인아 배우가 이렇게나 아름다웠는지, 연기가 좋았는지도 몰랐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인지도만 높아진다면, 대배우로서의 성장도 가능할 것 같다.

함양자(현승희)는 오정신의 절친이다. 딱히 비중은 많지 않지만, 오마이걸의 메인보컬인 현승희가 정극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회자가 되고 있다. 연기가 나쁘지 않다. 다만, 비주얼이 배우상은 아닌지라 앞으로 쭉 정석적인 여배우의 길을 걸을지는 모르겠다.

차금옥(강지은)은 오정신의 멘토다. 오정신 입장에서 차금옥 사장은 함께 전라도에서 영화관을 운영하는 경쟁자지만,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했는지, 스스로 그녀 밑에 들어가 경영철학과 영화배급에 대한 노하우를 배운다. 차금옥 사장은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이지만, 워낙 암기력이 좋아 각종 회계장부 현황을 모조리 기억해 문제없이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시나리오를 꼽는 감도 좋아 제작에 투자해 좋은 수익을 얻어가고 있다. 배포가 두둑한 만큼 여장부 같은 매력적인 오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