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채널 ENA에 볼만한 프로그램들이 꽤나 많은 것 같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홈런을 계기로 다양한 작품들을 과감하게 방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종이달'도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 같다. 수위가 높은 만큼 성인들만 시청할 수 있지만, 주부들의 판타지를 노골적으로 그리고 있는 만큼 조용히 몰래몰래 볼 확률이 높다. 즉, 낯부끄러워서 화제는 안되겠지만, 뒤에서는 다들 시청할 것이라는 뜻이다. 참고로 OTT로는 티빙에서 시청이 가능하다.
원작 소설과 영화가 있는 만큼 스토리와 설정이 매우 탄탄하다. 거기에 김서형, 유선, 서영희 등과 같은 검증된 중견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된 탓에 연기력 논란이 딱히 생길 것 같지 않다. 다만, 2시간짜리 영화를 무려 10시간(=10부작)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스토리가 지지부진하게 늘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실제로 초반이긴 하지만 의미 없는 장면들이 중구난방 펼쳐져 걱정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는 대사들과 원작에는 없는 드라마 오리지널 캐릭터들이 꽤나 매력적이긴 하다.
드라마 종이달 등장인물, 스토리, 결말, 솔직후기
① 유이화, 최기현
유이화(김서형)는 성격이 내성적인지라 굳이 표현은 적극적으로 안하지만, 자신만의 기준이 매우 확고한 사람이다. 불쌍한 사람들을 가엽게 바라볼 줄 아는 측은지심을 가지고 있는데, 생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옮긴다는 점에서 대단하다. 자신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는 남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일을 시작하는데, 저축은행에서 VIP 고객관리를 위한 컨시어지(concierge) 업무를 맡게 된다.
VIP고객의 손자인 윤민재에게 끌림을 느끼게 된다. 남편에게 모멸에 가까울 정도의 푸대접을 받는 자신에게 황소처럼 우직하게 돌진해 오는 윤민재를 보며 설렘이라는 원초적인 감정을 회복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후 그와 불륜을 저지를 뿐만 아니라 재정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고객의 돈에 손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유이화의 남편, 최기현(공정환)은 대기업의 부장으로 입신양명에 대한 꿈이 크다. 유이화를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장면들이 워낙 많은지라, 그녀의 불륜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② 윤민재, 임가든
윤민재(이시우)는 대학교 졸업반이며, 영상을 전공하고 있다. 부모님은 어린 시절에 모두 잃었으며, 사채업자인 외할아버지 밑에서 자란다. 외할아버지가 인격적으로 문제가 많았기에 스스로 박차고 나와 자립했는데, 그 때문인지 윤민재는 상당히 올바른 편이다. 돈이 없어 자존감이 무너지려던 찰나에 운명처럼 나타난 유이화는 한줄기 빛과도 같았다. 따뜻한 그녀의 눈길과 손길에 빠져버리고, 사랑을 과감하게 고백한다.
원작에서 윤민재는 그녀 덕분에 생활이 안정적으로 변하지만, 이후 타성에 젖게 된다. 전적으로 그녀에게 의존하는 삶을 사는 동시에 한편에서는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그녀가 아마 임가든일 것 같다. 윤민재의 대학동기인 임가든(변서윤)은 사회생활을 먼저 시작하는데, 우연찮게도 유이화의 절친인 류가을의 팀원이 된다. 사회초년생인 탓에 모든 것이 낯설지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일한다.
③ 류가을, 성시훈, 구세주, 소미경
류가을(유선) 팀장은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다. 업무능력이 매우 좋은 편이지만, 과시욕이 강한 탓에 쇼핑에 중독됐다. 신용카드가 수없이 많은데, 그중에 상당수는 이미 한도초과다. 성시훈(이천희)과 아이를 낳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이혼을 한다. 천성이 단순하고 바르며 겉과 속이 똑같은지라, 성시훈의 현재 아내인 구세주도 그녀가 성시훈을 따로 만나는 것을 이해해 주는 편이다.
성시훈(이천희)은 피부과 의사다. 캐릭터 자체는 상당히 헐렁한 편이다. 전처인 류가을과 헤어진 뒤, 구세주와 만나 새롭게 가정을 꾸린다. 문제는 이 와중에 또다시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인데, 알고 보니 성시훈의 극 중 설정이 밤일을 탁월하게 잘한다는 것이었다. 스킬(?)을 앞세워 소미경 부문장을 몰래 만나고 있었지만, 3인방(류가을, 유이화, 강선영)에게 들키고 만다.
구세주(이가령)는 성시훈의 현재 아내다. 류가을과의 사이에서 나은 딸을 데려와 키우고 있는데, 놀랍게도 굉장히 가까운 편이다. 딸이 구세주에게 전격적으로 마음의 문을 연 모양새인데, 그만큼 류가을이 커리어 우먼으로서는 뛰어났을지 몰라도, 엄마로서는 많이 부족했음을 의미한다. 성시훈이 워낙 망둥이 같이 이리저리 사고를 치는 바람에 도를 닦는 심정으로 참고 있다.
소미경(윤아정) 부문장은 취향이 데칼코마니처럼 류가을과 닮아있다. 그래서 혹시 도플갱어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심지어 남자를 보는 눈도 비슷하다. 자신과 현재 관계를 맺고 있는 성시훈의 전처가 바로 류가을이었던 것이다. 뭔가 진 것 같이 분한 마음이지만, 곧 자신이 류가을의 상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만만치 않은 성격을 가진 캐릭터라 앞으로가 기대된다. 사실 성시훈과 관련된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사람들 모두가 드라마 오리지널 캐릭터인지라, K드라마 특유의 치정 스토리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④ 강선영, 제국
강선영(서영희)은 유이화의 몇 안되는 친구다. 생활력이 강하고 억척스러운 탓에 마트에서 일회용 봉투를 굳이 몇개 더 챙겨가는 스타일이다. 회사 송년모임에서 남은 뷔페음식을 싸가다가 망신당하기도 하지만, 친구인 유이화를 위해서 라면 대신 나서서 싸워주는 의리파이기도 하다. 다른 사모들에게 꿀리지 않기 위해 류가을이 가지고 있는 명품 옷과 아이템들을 자주 빌린다. 아마도 많은 시청자들이 사랑스럽게 느낄 것 같다.
강선영의 남편이자 최기현 부장의 친구인 제국(윤희석) 차장은 별다른 야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아내의 말에 순종적으로 잘 따르는 편인데, 뷔페에서 대하를 먹으라는 명령 아닌 명령에 자신이 좋아하던 닭고기를 슬그머니 내려놓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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