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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일년살기/어학연수, 창업

베트남 명함 제작후기 (+콩사오 문화)

by 쉼 표 2022. 11. 3.

지난 2019년 9월 중순, 호치민에서 열린 필리핀 어학연수 세미나에 에이전시로 참여하면서 명함을 추가로 제작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명함을 다 쓰기도 했거니와 업데이트된 내용도 일부 있어서 아예 새롭게 로컬 명함업체에 디자인 비용을 추가해 제작을 맡겼다. 이틀 뒤, 업체로부터 디자인 시안이 첨부된 이메일을 받았고, 이를 살펴보는데 정말 가슴이 턱 막혔다.

 

베트남 명함 제작후기

수준 낮은 디자인 퀄리티는 그렇다 치다라도 이름의 철자가 오타난 것과 이메일에 @ 마저 없는 것을 보면서, 정말 대충 했다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사실 베트남에 머물면서 이런 비슷한 일들을 종종 겪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그동안 너무나도 당연하게 누려오던 한국의 수준 높은 서비스가 간절해지곤 한다. 누군가는 베트남에 왔으니, 베트남 문화에 익숙해지고 적응해야 된다고 한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일하는 순간마저 이런 것들을 너그럽게 이해해줘야 된다고 생각하니, 이러다 정말 몸에서 사리가 나올 것 같았다.

 

솔렌에듀 명함

 

최대한 숨을 고르고, 이 베트남 디자이너(?)가 왜 이렇게 디자인을 했을까 고민해 보니, 의외로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Allen의 n 대신에 b 라고 쓴 건 아마도 자판 n 옆에 b가 있기 때문이고, @를 쓸 때 미쳐 쉬프트키를 같이 누르지 않아 2라고 입력됐던 것 같다. (내 예상이 맞다는데 전재산과 손모가지를 걸겠다.)

 

노트북 키보드

 

같이 일하는 베트남 동료가 말한다. '미안해, 알렌아. 내가 다 부끄럽네. 내가 잘 말해서 다시 만들라고 할께.' 한동안 격양된(?) 목소리가 업체 측과 오간 것 같은데, 역시나.. 결국에는 우리가 디자인을 새로 해서 보내기로 했다. 참고로 명함업체 직원은 왜 이렇게 까다롭게 구냐면서, 디자인을 맡지 않겠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심지어 기존에 디자인한 게 있으니, 비용은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콩사오 문화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이 바로 베트남의 콩사오(khȏng sao / 괜찮아!) 문화다. 보통 베트남인들은 어떤 문제가 발생했더라도 피해 입은 당사자가 콩사오라고 한마디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굳게 믿는다. 예를 들어 운전 중 자동차에 오토바이가 들이받아 자동차 범퍼가 찌그러져도, 대개는 자동차 주인이 그냥 콩사오라고 하면서 그냥 가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주인이 정말 너그럽고 착해서, 보상을 안받으려는 걸까? 아니다. 어차피 제대로 값을 받을 수도 없거니와, 귀찮게 시간을 낭비할 걸 생각하면 짜증이 나니, 그냥 알아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콩사오, 괜찮아, 오케이

 

반대로 베트남인 입장에서 호구(?)에 불과한 외국인은 악착같이 돈을 받아내려 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된다. 외국인과 사고가 나면, 자신이 가해자건 피해자건 상관없이 일단 경찰 꽁안(công an)이나 교통경찰 깐삿 야오통(cảnh sát giao thông)을 부르고,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꽁안은 대화가 잘 통하는 베트남인의 의견을 주의깊게 듣게 되므로, 이에 따라 일부 정황들에 관해서는 불리한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더불어 누구든 일단 탈탈 털기 시작하면, 크건 작건 문제가 안생기는 경우가 드물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고의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모르고 저지르는 잘못도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더욱 높다. 예를 들어 사고 당일에 운전면허증이나 차량등록서류 혹은 보험서류 등을 깜빡하고 안챙겼을 수도 있다. (그래서 대다수는 비용이 좀 발생하더라도 베트남인을 운전기사로 고용해서,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한다.) 문득 어쩌면 이 명함업체 직원도 내가 그냥 콩사오라고 말해주길 기대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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