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닥친 위기를 어떻게든 돌파하는 사업가들의 이야기는 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인터뷰는 유난히 설레는 마음으로 진행했다. 그만큼 코스앤코비나 조안나 대표는 주변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타고난 동기부여가라고 느껴질 만큼 수많은 직원들의 마음을 일일이 어루만져 주는 그녀를 보며, 직원관리에 왕도가 따로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해당 인터뷰는 '굿모닝 베트남' 8월호에 발표될 예정이며, 풀버전을 미리 공개한다.
베트남 뷰티 플랫폼, 코스앤코비나 조안나 대표 인터뷰
Q. 조안나 대표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본인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코스앤코비나를 운영하고 있는 조안나 대표입니다. 올해로 베트남에 사업체를 설립한지 6년차가 됐습니다. 코스앤코비나는 품질 좋은 대한민국 화장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22개사와 협업해 102종의 뷰티제품을 베트남 온오프라인으로 유통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OEM을 진행하거나 브랜딩을 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추가로 외투법인 코스앤코랩을 설립해, 고객들의 피부진단부터 피부타입에 맞는 화장품 추천과 구매를 논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Q. 베트남에서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원래는 베트남에서 직접 사업체를 운영할 계획이 전혀 없었습니다. 제가 처음 런칭했던 브랜드 ‘유추바이미’의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지난 2014년에 처음 베트남을 방문했고, 이후 시장조사차 꾸준히 호치민시를 오가며 인연을 맺어갔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나갈수록, 더욱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바이어들을 만나기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수출 전시회에 나가봐도 다들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그래서 직접 부딪쳐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아예 베트남에 사업체를 설립했습니다. 창업 초창기에 워낙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현재는 서울산업진흥원에서 베트남 파트너를 맡아 베트남 진출을 준비하는 업체들에게 각종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Q. 창업아이템으로 특별히 화장품 유통을 선택한 이유는?
사실 저는 20대 때부터 화장품 마니아였습니다. 한때 네이버 뷰티분야 파워블로거가 됐을 정도로 빠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을 넘어 아예 창업을 했으니, 어쩌면 저는 성공한 덕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베트남에도 화장품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데, 특히 수많은 20~30대들이 SNS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의 추천을 통해 뷰티제품을 구매한다는 트렌드를 확인하면서, 이에 발맞춰 SNS마케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7월 기준, 250여명의 인플루언서들과 계약을 맺고, 이들의 활동을 공식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피부를 진단하는 방법, 자신의 피부타입에 맞는 화장품 성분이 뭔지 알아보는 방법, 해당 성분이 포함된 화장품을 확인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영상들을 기획 제작했습니다. 단순히 영상을 만드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고객들이 추천받은 화장품을 편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자사몰을 구축했으며, 라자다와 쇼피 등과 같은 오픈몰에도 입점해 접근성을 높인 상태입니다.
Q. 베트남에서 K뷰티가 각광받는 이유는?
인종을 불문하고, 누구나 예뻐지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습니다. 베트남 같은 경우에는 평균 연령이 상대적으로 어린 데다, 최근 들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K뷰티가 각광받는 분위기입니다. 단, 베트남의 화장품 시장 자체가 이제 막 열렸기 때문에 성숙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조급한 마음으로 접근해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어 어플을 통해 자신의 피부를 손쉽게 진단할 수 있다는 개념은 한국에서는 흔하지만, 이곳에서는 아직 생소한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베트남은 선진화된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는 포용적인 문화가 있으므로, 일단 알려지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할 거라 믿습니다.
Q. 코스앤코비나와 코스앤코랩를 운영하며 겪은 특별한 스토리가 있다면?
최근에 런칭한 AI피부진단 플랫폼 'AHAS'의 개발과정이 정말 뜻깊었습니다. 기획단계부터 개발을 완료하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현지에서 개발자를 구하는 과정부터, 이들과 촘촘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플랫폼을 구현하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예상치 못했던 비용들이 개발과정에서 추가로 투입됐고, 이렇게까지 공들일 필요가 있겠냐는 직원들을 일일이 설득하는 과정마저 쉽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지난 2022년 4월에 사용자의 피부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에 적합한 화장품 성분을 알아보는 'AHAS' 어플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배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런칭한지 29일 만에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운로드했을 정도로 베트남 현지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출시 이후에도 사용자 반응을 확인해, 내부기능들을 꾸준히 개선시키고 있는데, 현재는 화장품을 사용한 이후를 가상현실로 구현하는 기능을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화장품을 사용하기 전과 후가 명확하게 비교되기 때문에, 고객들이 기대감을 가지고 뷰티제품을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해줄 것입니다.
Q.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솔직히 처음에는 직원관리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다양한 문화적인 차이가 있었는데, 제가 마음을 열고 받아 드리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던 것 같습니다. 저는 직원을 채용할 때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저희 22명의 직원들 모두가 한국어를 곧잘 하는 편입니다.
이들과 함께 코스앤코비나 만의 올바른 기업문화를 세우려 노력합니다. 직원들 간에 끈끈한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라는 인사말을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편입니다. 누군가에게 이름을 따뜻하게 불린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저 역시 직원들을 통해 배워가는 것 같습니다. 직원들과 자주 대화하다 보니, 의외로 회식을 싫어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대신 업무시간 중에 달콤한 간식들을 자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소통이 가져다준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1달에 한번씩 칭찬카드를 쓰는데, 가장 많이 칭찬받는 직원에게는 회사의 제품을 상으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Q. 로컬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었던 노하우가 있다면?
제가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직원들 역시 고객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교육을 많이 합니다. 모든 임직원들이 모여 치열한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고객이 정보를 검색해 제품을 구매하고 수취하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들을 사전에 대비했습니다. 만약 저희가 미쳐 예측하지 못한 돌발적인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마다 케이스를 공유해 재발방지에 힘씁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베트남에서 한국의 우수한 뷰티제품의 올바른 사용법을 전하면서, K뷰티와 K컬처를 알리는 선두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더불어 빠른 시일 내에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에 진출해, 동남아시아 최고의 뷰티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애정을 가지게 될지 몰랐는데, 지금은 다시 태어나도 베트남에서 뷰티사업을 하고 싶을 정도로 진심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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