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잡지 '굿모닝 베트남' 7월호에 실릴 알렌의 기업탐방이 어느새 3회차다. 이전에 언급했듯이, '굿모닝 베트남'에서는 코로나가 확산되던 지난 2년 동안 호치민에서 꿋꿋하게 견뎌낸 소상공인 분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사업체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 필요한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기업탐방을 통해 시장을 바라보는 남다른 통찰력과 직관력이 돋보이는 마케팅 대행사, 씨랩스(C-LAPS)의 이주홍 대표님과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케팅 대행사, C-LAPS 이주홍 대표 인터뷰
Q. 이주홍 대표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본인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베트남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C-LAPS(씨랩스)의 대표 이주홍입니다. 지난 2018년부터 베트남 호치민에 정착하기 시작했고, 회사를 창업한지 이제 3년차가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마케팅 분야에 관심이 많아, 학사와 석사에 걸쳐 공부했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이글루 시큐리티’,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 등에서 마케팅과 관련된 커리어를 쌓아왔고, 다양한 산업의 마케팅 현장을 경험한 게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Q. 대표님, 일상루틴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기본적인 패턴은 여느 직장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저녁형 인간이라 출근을 늦게 하고 퇴근도 늦게 하는 편입니다. 특히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의 1층에서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특별한 저녁 일정이 없으면, 마감시간까지 카페 일도 함께 돌보며 느긋하게 퇴근하고 있습니다. 혼자서 운동하는 걸 좋아해 가끔씩 야밤에 1시간 정도 조깅을 하곤 합니다.
Q. 베트남에서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이미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많은 한국의 의류·구두·섬유업체들이 베트남을 풍부한 노동력과 저렴한 인건비를 갖춘 매력적인 생산거점으로 생각해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도 유효한 아이디어라는 점에 동의하지만, 저는 조금 색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매력적인 생산거점인 동시에 소비시장으로서의 발전 가능성 역시 무궁무진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제가 베트남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부터 입니다. 당시 벤처캐피탈 '더벤처스'에서 베트남 지사장을 맡아 베트남과 한국을 빈번히 오가는 와중에 무서울 정도로 성장하는 베트남 소비시장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결과적으로 창업에 까지 뛰어들게 됐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가치지향적인 소비성향을 보이며, 소비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베이비붐 세대들이 30대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웨딩산업과 육아와 관련된 엔젤산업 같은 경우에는 전체 시장규모가 한국보다 클 정도로 파이가 커졌습니다. 이처럼 빠르게 소비시장으로 전환하고 있는 베트남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노하우, 자본 등이 투입된다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Q. 굳이 호치민 푸년군에 회사를 런칭한 특별한 이유는?
저희 업의 특성상 굳이 비싼 임차료를 지불하면서 까지 사무실을 시내 한복판에 위치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외곽지역까지 건물을 찾아봤고, 둘러보니 의외로 괜찮은 곳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마침 제가 원하던 형태의 건물이 푸년군에 있었고, 푸년군의 위치 역시 1군이나 3군, 빈탄군, 고밥군 등과 같은 시내 주요 거점들과 맞닿아 있어, 이곳으로 결정하게 됐습니다.
Q. 창업아이템으로 특별히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를 선택한 이유는?
소비시장이 커지다 보면, 필연적으로 성장하는 분야가 바로 마케팅입니다.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상승하고, 각자의 니즈가 세분화됨에 따라, 제대로 브랜딩 되지 못한 제품과 서비스들은 점차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즉, 기업들의 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짐에 따라, 결국 마케팅 역량이 시장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부각될 것입니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SNS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SNS에 최적화된 콘텐츠와 캠페인을 제공받고 싶어 하는 기업들과 개인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희 C-LAPS는 직원들 대부분이 베트남 마케팅 현장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어, 베트남에 특화된 감성과 정서를 바탕으로 캠페인을 펼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브랜딩과 SNS 기반의 디지털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진행했던 프로젝트들 역시 대부분 성과가 좋아 고객들과 인연을 한번 맺으면,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편입니다.
Q. 회사명(C-LAPS)이 특이한데, 무슨 뜻인가요?
콘텐츠(Contents)를 만드는 연구소(Lab)라는 뜻과 함께 박수(CLAP) 즉, 고객들에게 박수와 갈채받는 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대행사는 고객의 일을 대신하는 회사이므로, 고객이 대행 서비스에 만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실 마케팅 캠페인은 한다고 해서 성과가 무조건적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때로는 그 성과마저 측정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 상호 간의 강력한 신뢰가 전제돼야 합니다. 결국 고객들의 신뢰를 이끌어 내기 위해, 저희가 박수받을 정도로 뛰어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Q. 디지털 마케팅이 중요한 이유는?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구매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디지털 정보에 많이 의지하는 편입니다. 베트남 역시 대다수의 고객들이 TV방송이나 신문과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와 함께 페이스북, 얄로(Zalo) 등과 같은 SNS를 통해 각종 광고와 제품후기 등을 접하고 있으며, 이를 실제 제품 구매시에 참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앞으로 소비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베트남 MZ세대의 경우, 현재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탐색, 의사결정, 구매, 피드백 등을 모두 하고 있으며, 이런 패턴이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세대입니다. 이들은 정보를 활자가 아닌 영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매장에 전시된 제품보다는 친구 포스팅에 올라온 제품에 더욱 집중해 온라인으로 주문 결제하는 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따라서 잘 준비된 디지털 마케팅 없이 MZ세대에게 좋은 브랜드로 인식되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Q. 요새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늘 고민합니다. 특히 좋은 서비스는 훌륭한 인재에게서 나오는데,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지금처럼 호치민에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려는 붐이 일어나고 있는 시기에는 많은 대기업들이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어, 저희도 채용이 쉽지 않은 편입니다.
Q. 회사를 운영하며 겪은 특별한 스토리가 있다면?
첫 직원을 뽑았던 순간, 첫 고객과 만났던 순간, 첫 계약이 체결된 순간,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던 순간, 반대로 캠페인 결과가 나빴던 순간까지 마케팅 대행업 자체가 워낙 숨 가쁘게 희로애락이 교차되다 보니, 하루하루가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솔직히 창업자이자 대표로서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자면, 처음으로 손익분기를 넘긴 걸 확인했던 날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날 정말 편하게 꿀잠을 잤던 터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Q. 로컬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었던 노하우가 있다면?
제 개인적인 로컬고객 네트워크에 한계가 있다 보니, 처음에는 로컬고객을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C-LAPS 설립 이후 처음 몇달간은 베트남 내 한국인 고객과 한국 내 기업들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늘 로컬고객 확보에 대한 고민과 갈증이 컸는데, 의외로 기존 한국고객의 소개로 베트남 고객들이 확보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베트남 고객이 한번 생기기 시작하자, 계속 줄지어 소개를 받을 수 있었고, 지금은 상당히 많은 베트남 고객들을 관리하게 됐습니다. 고객이 고객을 만든다는 교과서 같은 얘기가 실제 현실에서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깨닫고부터는, 아무리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라도 늘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C-LAPS에서 진행됐던 프로젝트들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이나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카페 ‘MONO SQUARE’의 마케팅이 매우 성공적이어서, 덕분에 2호점, 3호점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1호점의 입지가 객관적으로 봐도 안좋은 편이긴 하지만,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상당한 고객을 유입시키고 있습니다. 음료의 맛이나 인테리어도 훌륭했지만, 마케팅을 통해 즉각적인 고객반응을 일으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을 다시 한번 체감하게 됩니다.
Q. 앞으로 C-LAPS에서 더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다양한 것들에 도전해 보고 싶지만, 당분간은 저희 업의 본질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판단이 되면, 좀 더 시장규모가 큰 싱가폴이나 태국, 말레이시아 등과 같은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도 진출하려고 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