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베트남은 축구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에 비해 국제무대에서 딱히 이렇다 할 좋은 성적을 낸 적이 없었다. 약체로 꼽히는 동남아시아권에서도 평범한 수준에 불과했던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이 부임했던 2017년 9월을 기점으로 점차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박항서 감독
박항서 감독은 기존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이 체력과 체격이 약하다는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강인한 체력과 거친 몸싸움, 빠른 스피드를 강조했으며, 근본적인 체질을 변화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로 동남아에서는 이러한 스타일이 생소했기에 상당히 선전할 수 있었는데, U-23 아시안컵 준우승, 아시안게임 4강진출, 스즈키컵 우승, 동남아시아게임 2연패,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 등 역대급 기록을 세웠다.
현재 베트남은 동남아 명실상부 최강의 팀이다. 이러한 성과를 낸 데는 한국식 축구를 적극적으로 이식했을 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패배감에 젖어있는 선수들에게 용기를 충분히 북돋워준 파파 리더십이 유효했다. 아마도 한국인만큼이나 정서적인 유대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베트남인들이 진심으로 박항서 감독을 좋아하고 존경했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사실 박항서 감독은 선수시절이나 국내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을 당시에는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다. 물론 히딩크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를 하며 지도자로서의 역량과 명성을 키우긴 했지만, 이후의 성과만 보면 기대에 못미쳤던 것 같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그의 커리어가 하이를 찍었다. 실제로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내에서 거의 국민영웅급 대우를 받았다. 연봉의 액수 자체는 월 $50,000 정도였으니 특급감독들에 비해 그리 큰 편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특별한 사랑과 대접을 받은 것이 틀림없다.
박항서 감독 후임, 필립 트루시에
박항서 감독의 후임으로 오는 필립 트루시에 감독으로 낙점되는 분위기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라면 당시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활약했던 필립 트루시에 감독을 모두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다양한 팀에서 경력을 쌓았지만, 딱히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진 못했다. 다만,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베트남 U-19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아 나름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후임으로 거론되지 않나 싶다.
베트남축구연맹(VFF)은 필립 트루시에 감독에게 박항서 감독보다 높은 연봉을 약속했으며, 대략 월 $52,000 정도를 지급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로 이 정도를 받게 된다면, 역대 최고의 대접을 받게 되는 셈이다. 프랑스 출신인 필립 트루시에 감독 역시 박항서 감독과 마찬가지로 선수 시절에는 별다른 커리어를 쌓진 못했지만, 나름 명감독으로 유명하다. 일본과 카타르, 모로코에서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끈 만큼 인지도에서 만큼은 박항서 감독 이상이다. 더불어 다양한 아시아권 국가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만큼 정서적으로 가깝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박항서 감독만큼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기존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은 외국인 감독들이 6개월 넘게 맡기 힘들었을 만큼 다루기 쉽지 않았다. 물론 다가올 2026년 유나이티트(미국, 캐나다,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본선 진출 티켓 개수가 48개(기존: 32개)로 대폭 늘어난 만큼 중국과 함께 진출 가능성 자체는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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