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를 국가이념으로 채택한 국가들은 굉장히 폐쇄적일 것 같지만, 베트남만큼은 예외적이다. 이는 도이머이(dổi mới) 정책을 도입한 이후 중국처럼 경제부문만큼은 대놓고 자본주의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인데, 때로는 너무 상업적인지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인대회다. 한국에서는 페니미즘 단체들이 제기한 성상품화 등을 이유로 수영복 심사가 폐지됐지만, 베트남은 그 정반대다. 오히려 원피스 수영복은 실제 몸매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며, 비키니를 고집하고 있다.
베트남 최고의 미인대회, 미스 베트남
베트남에서는 유명 미인대회에서 우승하면,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뀐다. 그래서 그런지, 수천만원에 달하는 참가비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런 수요에 힘입어, 지난 2022년에만 총 22개의 미인대회가 개최됐다. 세계적인 4대 미인대회로는 ① 미스 유니버스, ② 미스 월드, ③ 미스 인터내셔널, ④ 미스 어스가 가장 공인을 받지만, 베트남에서는 역시나 미스 베트남이 최고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미스 코리아를 최고로 친다.)
그동안 미인대회에 딱히 관심이 없어 몰랐는데, 지난 2019년에 내가 운영하는 유학원을 통해 필리핀에 어학연수를 다녀온 학생이 미스 유니버스 베트남(Miss Universe Vietnam)에 수상을 하면서 대회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 학생을 처음 봤을 때부터 키가 굉장히 커서 혹시나 모델이 아닌가 싶었는데, 역시나 맞아 깜짝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학생의 이름은 응우옌 후인 낌 유옌(Nguyễn Huỳnh Kim Duyên)이고, 보통 KD라 불렀다. 스스로 미녀의 고향인 껀터(Cần Thơ) 출신이라고 소개해 첫만남부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대회에 나가기 직전에 응원을 부탁하길래 페이스북을 들어가 보니, 평소와 전혀 다른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 많았다. 이런 미인대회는 시청자들의 참여가 당락을 좌지우지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페이지를 좋아요 버튼을 누른 뒤, 해당 출전자의 포스팅에 좋아요를 하면 3점, 댓글은 4점, 공유는 5점, 이런 식으로 점수를 매겨 시청자의 반응을 평가한다. 참고로 직전 2018년 대회에서는 베트남 소수민족 중 한곳에서 우승자가 나와 굉장한 이슈였다.
성황리에 끝난 미스 베트남 2022년
미스 베트남은 지난 1988년에 처음 도입돼서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베트남에서 가장 명망 있는 미인대회다. 2022년 12월 23일에 치러진 제18대 미스 베트남에서는 다낭 출신의 2002년생 후인 티 탄 투이(Huỳnh Thị Thanh Thủy)가 우승을 차지했다. 투이는 다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출신인 만큼 미모와 지성을 함께 자랑한다. 2위는 탄화성 출신의 2000년생 찐 투이 린(Trịnh Thùy Linh)이, 3위는 호치민 출신의 2002년생 레 응우옌 응옥 항(Lê Nguyễn Ngọc Hằng)이 차지했다.
참고로 미스 베트남 결승전은 총 35명이 진출하며, 전통의복인 아오자이(Áo dài)로 1차 결선을 한다. 1차 결선을 통해 상위 20명을 뽑아, 이들을 대상으로 2차 결선인 수영복 심사를 진행한다. 2차 결선을 통해 상위 10명을 뽑고, 3차 결선인 이브닝 드레스 경연을 치른다. 이중에서 상위 5명을 뽑아 최종결선이라 할 수 있는 '목적이 있는 아름다움 공연'을 치른 뒤, 우승자를 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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