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엄청난 돌풍이다. 나 역시 매주 빠짐없이 챙겨보고 있는데, 자극적이지 않은 따뜻한 이야기도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고 있다. 시청자들은 제작진과 연기자들의 노고에 시청률로 보답하고 있다. ENA라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신생채널에서 0.9%로 시작한 시청률이 6회를 마친 현재 9.6%까지 급상승했다. 웬만한 공중파 드라마들보다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넷플릭스에서도 1위를 유지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가히 신드롬급 인기라고 봐도 괜찮을 것 같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는 변호사라는 독특한 소재와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특히 비정상적인 빌런이나 무리수처럼 느껴지는 설정이 없다는 게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한마디로 힐링 드라마라는 것이다. 문득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궁금해 알아봤다. 전문적인 의학자료가 아니므로 다소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는데 포커스를 맞췄다.
아스퍼거 증후군, 자폐 스펙트럼 장애 차이점
기본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질병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장애의 일종이다. 발달장애(Developmental Diability)의 하위개념에는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가 있다. 발달장애는 신체적인 발달에 비해 정서적인 발달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 중에서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을 가진 사람들이 나올 수 있다. 뇌손상 후에 특별한 인지능력이 발현된 경우인데,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비범한 천재처럼 보일 수 있다. 극 중 우영우도 서번트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딱 한번 읽은 책을 그대로 암기한다거나 한번 본 풍경을 그대로 그려내는 등 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난 능력을 보여준다. 의학계에서는 좌뇌가 무력화된 후, 반대급부로 우뇌가 발달하며 생기는 거라 추측하고 있지만, 분명한 원인은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워낙 신기하고 흥미로운 증상이기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등장인물이 종종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발생하기 힘들며, 세계적으로도 몇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아마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s syndrome)을 많이 들어봤을 텐데, 사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큰 차이가 없다. 엄밀하게 말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s) 중에서 상태가 극미한 경우를 아스퍼거 증후군이라 부른다. 참고로 스펙트럼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자폐는 경중에 따라 증상의 차이가 크다. 일반적으로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의 지능이 자폐증을 가진 사람보다 좀 더 높다는 사회적인 인식이 있다. 이 때문인지 자폐증(自閉症)이라는 단어 대신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단어에 좀 더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다.
① 자폐성 장애(Autistic Disorder)
자폐성 장애는 타인과 소통하거나 상호작용을 하는데, 의욕이 없거나 반응이 원활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가족들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특징을 띄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폐증은 그 중증도에 따라 극미, 경증, 중증으로 구분되는데, 굳이 구분하면 우영우는 경증, 김정훈은 중증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② 지적장애(Intellecual Disability)
지적장애는 같은 나이대보다 지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증상이며, 자폐성 장애와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지적장애를 갖게 되는 것이 아니며, 반대로 지적장애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자폐성 장애를 갖게 된다고도 할 수 없다. 극중에서 우영우는 지적장애가 없지만, 김정훈은 6~10세 정도의 지적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중증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영우는 사회생활이 가능한 고기능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반면, 김정훈은 중증자폐와 지적장애가 함께 있는 캐너 증후군(Kanner Syndrome) 일 가능성이 높다.
자폐인에 대한 편견
① 사람을 힐끗힐끗 쳐다본다?!
자폐증을 겪는 사람들은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데, 이는 자폐인이 비자폐인에 비해 전두엽(청각영역)이 발달하지 못한 대신, 측두엽과 후두엽(시각영역)이 극단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청각정보에는 둔감한 반면, 시각정보는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따라서 눈을 맞추는 것이 어색해서 그런 게 아니라 감각 과부하가 걸리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기제로 사람을 흘낏흘낏 본다고 할 수 있다. 선글라스나 눈가리개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② 특이한 행동을 자주 한다?!
자폐인들은 자신만의 특별한 버릇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우영우는 노크를 '똑똑~똑' 이런 식으로 한다거나 새로운 공간으로 넘어갈 때마다 손으로 셋을 세고 넘어간다. 이는 의학적인 용어로 상동행동(stimming)이라고 하는데, 감각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어 준비하는 행동이라 볼 수 있다. 즉,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의 마음가짐을 준비하는 행동이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니, 오히려 칭찬해줘야 된다.
③ 공감능력이 없다?!
자폐인들은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기 십상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공감할 때 이뤄지는 행동들이 있는데, 자폐인들은 이를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로 무심해 보이지만, 오히려 뛰어난 공감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는 찾아보면 많다. 따라서 공감하는 표현방식이 비자폐인과 다른 탓에 공감능력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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