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영화 '대외비'에 대해 혹평하지만, 개인적으로 완성도 자체는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여론 자체가 워낙 부정적으로 형성되는 바람에 흥행이 부진했을 뿐이다. 실제로 네티즌 평점을 살펴보면, 네이버 평점 6.16점, 다음 평점 7.2점으로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수준이지만, 관객동원은 겨우 75만명에 그쳤다. 아마도 양극단에 치달은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이 흥행에 영향을 미친 듯싶은데, 그도 그럴 것이 영화 '대외비'는 각종 설정을 실제 정치사에 있었던 사건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지난 1987년 12월 펼쳐진 제13대 대통령 선거에선 국민이 직접 투표하는 직선제가 실행되긴 했지만, 군사정권으로 악명이 자자한 전두환 대통령의 정신적 후계자인 노태우 대통령이 정권을 이어갔기 때문에 민주화는 아직 꽃 피우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2년은 제14대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같은 해에 동시에 치러졌던 역사적인 한해로 기억된다. 당연히 정치에 대한 관심이 역대급으로 높았으며, 결국 민주자유당의 김영삼 후보가 민주당의 김대중 후보를 꺾고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영화 '대외비'의 배경은 1992년이다. 민주적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선거가 이제 막 시작되던 시기라 온갖 음모론들이 판쳤다. 선거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를 움직여 부산직할시를 추가로 개발하려 했는데, 부산의 실세가 이를 해운대구 개발로 바꾸고 온갖 방법을 다 써서 이권을 차지하려는 게 영화의 주요 골자다. 참고로 대외비(對外秘)는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는 정보를 뜻하는데, 기밀정보(1급 > 2급 > 3급 > 대외비) 중에서는 가장 낮은 단계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쿠키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따로 없다.
영화 대외비 출연진, 스토리, 결말
① 전해웅, 안상미
전해웅(조진웅)은 해운대구를 지역구로 가지고 있는 만년 국회의원 후보다. 요즘으로 치면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정도로 보면 될 듯싶다. 서글서글한 성격에 친화력이 좋아 정재계 주요 인사들을 인맥으로 가지고 있으며, 구민들의 지지도 많이 얻고 있어 차기 총선에서 당선이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부산의 실세인 권순태(이성민)가 등장해 자신의 라인으로 후보를 교체해 버리면서 본격적인 서사가 시작된다.
나름 괜찮은 정치인처럼 보였던 전해웅은 강렬한 권력의지를 보이며, 어떻게든 불리한 국면을 타개하려 한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는가 하면, 정치깡패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이 와중에 김필도(김무열)에게 많이 의지하지만, 권순태의 이간질에 넘어가 도리어 그를 죽이고 만다. (전형적인 피카레스크식 구성을 따르므로 주인공이 선한 사람인지 악한 사람인지 어느 순간에는 구분이 안될 것이다.) 결국 권순태와 손잡고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이 된다.
안상미(손여은)는 정치에 빠져있는 남편 전해웅을 대신해 집안에서 사실상 가장 역할을 맡고 있다. 말은 매번 이번 선거가 마지막이라고 하지만, 끝까지 남편을 지지하고 도와주는 등 의리가 있다. 선거에 패배한 전해웅의 지지자들을 위해 막걸리 한잔을 돌릴 줄 아는 여유와 배포를 지녔다.
② 권순태, 송단아 기자, 박상만 선관위 직원
권순태(이성민)는 총선 공천권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한 영향력을 지닌 부산 정치계의 실세다. 어쩌다 보니, 전해웅과는 척을 지는 관계가 형성됐는데, 의외로 전해웅이 강단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깨닫고 결국 함께 하기로 결정한다. 살인은 물론 투표결과를 통째로 바꾸는 부정선거를 서슴없이 저지를 정도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참고로 권순태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 회장과 많이 닮았는데, 실제로 이성민 배우가 권순태를 기반으로 진양철 회장을 연구했다고 밝혔다. 비록 영화 '대외비'가 나중에 상영되긴 했지만, 애초에 2020~2021년 사이에 촬영된 창고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슨 말인지 이해될 것이다. 즉, 이성민은 먼저 촬영한 '대외비'를 통해 권순태 캐릭터를 만들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좀 더 보완해 진양철 회장 캐릭터를 선보였다는 뜻이다.
송단아(박세진)는 부산매일의 기자로 신참이긴 하지만, 직업관이 훌륭하고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전해웅을 도와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인 박상만의 폭로를 돕지만, 사실 전해웅이 딱히 올바른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배후에 그보다 더 큰 누군가가 있음을 직감적으로 깨닫고, 이를 폭로하려 했을 뿐이다. 하지만 전해웅의 배신으로 물거품이 된다.
박상만(김윤성)은 해운대구 선거관리위원회 과장이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딸을 치료해 주겠다는 권순태의 약속을 믿고 그가 제안한 대로 투표용지의 원본필름과 일련번호, 봉인씰 등을 외부로 유출한다. 권순태가 시킨 대로 모두 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그의 배신이었다. 그에게 죽임을 당할 뻔하자, 전해웅과 송단아 기자를 통해 부정선거에 관해 폭로하려 한다. 하지만 전해웅에게도 배신을 당하며, 결국 김필도에게 죽게 된다.
③ 김필도, 정한모
김필도(김무열)는 원래 사채놀이를 하던 깡패였지만, 전해웅과 인연을 맺으며 정치깡패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아닌 척하지만, 실제로는 전해웅을 진심으로 존경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권순태가 이간질하기 전까지는 거의 형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서로가 서로를 믿으며 함께 행동했다. 그랬기에 전해웅의 손발이 되어 온갖 나쁜 짓들을 도맡아 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영화 '대외비'는 전해웅과 김필도의 케미를 즐기는 버디무비라고 봐도 된다. 흑화한 전해웅에게 결국 당하고 만다.
정한모(원현준) 사장은 부산에서 시행, 철거, 고물상 등을 하며, 덩치를 키워온 기업가이자 건달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전해웅에게 부산직할시 개발계획에 대한 소스를 얻고, 거액을 지원하며 후원회장이 된다. 하지만 기존 계획이 권순태에 의해 변경됨에 따라 막대한 손해를 입으면서, 이에 대한 배상을 전해웅에게서 받아내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김필도에게 사고사로 위장당한 체 죽임을 당한다.
④ 안규환, 문장호
안규환(유승목) 지검장은 전해웅과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동문이다. 평소 전해웅으로 부터 많은 돈과 여자들을 상납받아 온 탓인지, 권순태의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를 먼저 배려한다. 아마도 안규환 지검장 역시 김필도와 마찬가지로 전해웅에게 진심으로 호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문장호(김민재)는 부산직할시 종합건설본부 본부장이다. 자연스레 도시개발에 관한 각종 호재를 알고 있으며, 이를 주변 사람들에게 선심 쓰듯 알려준다. 친구인 전해웅을 돕기 위해 부산시 도시개발계획에 관한 보고서를 유출하지만, 권순태의 압력으로 인해 이를 변경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전해웅에게 오해를 사 두들겨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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