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소개에 앞서, 영화 '더 플랫폼'은 멘탈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굳이 추천하고 싶지 않다. 결말이 열린 체로 끝나는 탓에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추악한 인간의 내밀한 면도 구체적으로 봐야 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염세적인 가치관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굳이 안봐도 되는 충격적인 장면들도 많아 트라우마가 생길지 모른다. 굳이 영혼에 상처낼 필요는 없다.
자.. 이 정도 경고했으면 충분한 것 같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강추하는 이유를 알아보겠다. 일단,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성찰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믿는 성선설과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고 믿는 성악설 중에 뭐가 맞다고 생각하는지 선택을 강요하는 순간을 맞게 된다. 그만큼 설정 자체는 단순하지만, 구체적으로 직관적이며 실제적이다. 이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헛구역질을 계속했을 정도였다.
영화 '더 플랫폼'은 분명 띵작임에 틀림없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이렇게나 효과적으로 관객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 네이버 영화 7.75점, 다음 영화 6.8점으로 평점이 생각보다 낮지만, 그렇다고 이 때문에 영화시청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아무 생각 없이 살다 보면, 사고를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 자체가 힘들기에 '더 플랫폼'이라는 영화가 주는 의미가 남다른 것 같다. 참고로 넷플릭스 한국판은 시청이 불가능하며, 외국판에서는 볼 수 있다. 다만, 자막에 한국어가 없고, 영어와 스페인어가 있다.
영화 더 플랫폼 결말, 색다른 해석
일단 수직감옥의 기본적인 룰을 이해해야 된다. 한층에는 두명의 죄수가 갇혀있으며, 30일이 지난 뒤에 다른 층으로 이동한다. 감옥의 정중앙에는 플랫폼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이동하는데, 이를 통해 음식이 제공된다. 참고로 음식은 따로 챙겨서 보관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플랫폼이 머무는 동안에만 먹을 수 있다. 플랫폼을 통해 아래층으로 이동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반대로 위층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밧줄을 이용하면 가능하긴 하지만, 위층의 동의를 구해야 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① 48층
주인공 고렝은 학위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6개월 동안 자진해서 수직감옥에 입소했다. 같은 층에서 만난 트리마가시는 과실치사죄로 1년형을 선고받고 수직감옥에 들어왔으며, 이미 몇달을 버텨낸 베테랑이었다. 고렝은 그에게서 수직감옥에 대한 룰을 배운다. 참고로 수직감옥에 입소할 때 물건을 한개씩 소지할 수 있는데, 고렝은 돈키호테 소설책을, 트리마가시는 칼을 가지고 들어왔다.
48층에 도착한 플랫폼에는 그래도 먹을만한 음식들이 꽤나 있었지만, 너무 더러웠다. 위에서 먹을 때 의도적으로 더럽힌 게 분명했다. 처음에는 역겨워서 차마 손도 못대던 고렝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허기를 느끼자 조금씩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말이 통하는 트리마가시와 함께 머물다 보니, 처음 30일은 버티는 게 그리 힘들지 않았다.
② 171층
고렝은 171층으로 재배치됐으며, 일어나 보니 침대에 묶여있었다. 룸메이트인 트리마가시가 묶었는데, 이는 단순히 음식을 독식하기 위함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고렝도 음식으로 활용해야 되기 때문이었다. 트리마가시는 노인이긴 하지만, 칼을 소지하고 있고, 이전에 이미 132층에서 30일을 버틴 경험이 있었던 탓에 빈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171층에 도착한 플랫폼에는 음식은커녕 찌꺼기조차 없었으며, 마치 설거지라도 한 듯 모든 그릇이 깨끗하게 텅 비어 있었다.
며칠을 굶주린 트리마가시는 결국 칼을 빼들었다. 그렇게 트리마가시가 허기를 채우려는 순간 플랫폼을 타고 내려온 미하루가 이전에 자신을 도와준 고렝을 구하기 위해 트리마가시를 죽여 버린다. 그리고 그를 통해 허기를 채우며, 살을 고렝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이때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고렝 역시 어쩔 수 없이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미하루는 플랫폼을 타고 내려가면서 자신의 딸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30일이 지났다.
③ 33층
이번에는 상당히 고층이라 할 수 있는 33층에서 일어난다. 고렝의 새로운 룸메이트는 수직감옥에 들어오기 전에 자신을 인터뷰했던 행정부 직원 이모기리 였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모든 수감자들이 먹을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음식이 플랫폼을 통해 내려가기 때문에 자신이 생존할 만큼만 적당히 먹는다면 아래층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얘기해 준다. 그래서 이를 아래층에 끈기 있게 전달하려 하지만, 수감자들은 30일 뒤에 저층에 배치될 수도 있다는 공포 때문에 순간의 탐닉을 멈추지 못했다.
(참고로 이모기리의 말을 모두 진실이었다. 음식의 양은 충분했으며, 심지어 수감자들이 입소 전 인터뷰 때 말한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들로 구성됐다.) 고렝은 딸을 찾아다니는 미하루에 관해 이모기리에게 얘기하지만, 그녀는 수직감옥 내에는 16세 이상만 입소가 가능하다고 딱 잘라 말한다. 즉, 이모기리는 시스템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니 어떻게든 사용자들인 수감자들을 계몽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④ 202층
30일이 지나 고렝과 이모기리는 202층에 배치된다. 절망적인 상황에 대한 고통을 이기지 못한 이모기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고렝은 이모기리를 통해 허기를 채우며 버틴다. (문득 자신의 진가는 상황이 좋지 못할 때 드러난다는 말이 떠올랐다. 상황이 좋을 때는 누구나 착하게 행동하며 그럴듯한 말을 하지만, 반대로 상황이 안좋아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변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나마 이모기리는 스스로를 포기하는 걸로 끝났지만, 트리마가시처럼 상대방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분명 많다.)
⑤ 6층
놀랍게도 이번에는 6층에서 깨어났다. 새로운 룸메이트 바하랏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밧줄을 통해 5층으로 올라가려 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0층으로 올라가 수직감옥에서 탈출하겠다는 희망이 사라진 것이다. 대신 오히려 저층까지 내려가 직접 음식을 나눠주기로 결정한다. 사실 이 부분은 아무리 봐도 고렝의 설득이 논리적인 것 같지 않지만, 저층으로 내려가는 와중에 만난 현자가 판나코타(=디저트)를 0층으로 보내면, 현재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관리자들도 알아챌 것이라는 말에는 공감됐다.
⑥ 333층
그때부터 고렝과 바하랏은 목숨처럼 판나코타를 다른 층의 수감자들에게 뺏기지 않도록 지킨다. 중간에 위험에 처해 있던 미하루를 도와주지만, 결국 운명이었던지 죽게 된다. 대략 250층 정도가 가장 저층일 거라 예상했지만, 플랫폼은 끊임없이 내려갔고, 결국 333층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333층에서 미하루의 딸을 발견하고, 허기진 아이를 위해 판나코타를 건넨다. 만약 현자가 말한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믿고 판나코타 자체를 집착했다면, 마치 주객이 전도된 꼴과 같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16세 보다 어린아이가 수직감옥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도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뜻하기 때문에 고렝은 이제는 먹고 없어진 판나코타 대신 아이를 플랫폼에 태워 보낸다. 수많은 상처를 견뎌왔던 바하랏은 판나코타가 의미 있게 사용됐음을 확인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가장 아쉬운 점은 앞서 밝힌 데로 이후의 결말이 열린 결말로 끝났다는 것이다. 여러모로 '설국열차'와 비교되는데, 개인적으로는 '더 플랫폼'이 좀 더 깊이가 있고 고민할 지점이 많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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