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콘텐츠/영화

영화 모가디슈, 소말리아 내전 총정리 (+백상예술대상)

by 낭만쉼표 2022. 4. 18.
반응형

개인적으로 영화 '모가디슈'는 류승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많이들 알겠지만, 류승완 감독은 수많은 웰메이드 작품을 연출한 상업영화감독으로, 매력적인 영화들을 줄지어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성공의 반열에 오르게 되면, 자연스레 자기복제가 시도되기 마련인데, 그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이번 작품 '모가디슈'는 소재가 정말 비범했던 것 같다. 무려 30여년 전에 있었던 해프닝과 같은 이야기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림용수 대사 역을 맡은 허준호

 

가볍게 해프닝이라 언급했지만, 남과 북이 잠시나마 하나가 됐던 당시의 사건은 우리 역사에서 흔치 않은 순간임에 틀림없다. 영화 '모가디슈'는 지난 1990년 7월 소말리아 내전으로 남과 북의 대사관 공관원들이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Mogadishu)를 탈출했던 실제 사건을 영화화했다. 물론 극화를 하는 과정에서 드라마틱한 전개를 위해 세부 디테일들이 많이 바꿨다. 그래서 영화를 시청한 뒤, 해당 사건의 주인공인 강신성 대사가 직접 쓴 소설 '탈출'(2006년)을 구해 읽어 봤는데, 확실히 많이 바뀌긴 한 것 같다.

 

영화 모가디슈, 이해를 위한 2가지 배경

① 소말리아 근대사

영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2가지 축을 정확히 이해해야 된다. 먼저 소말리아 근대사다. 1800년대와 1900년대는 유럽의 열강들이 본격적으로 아프리카 대륙을 식민지화에 나섰던 시기였다. 이중에서도 소말리아는 이탈리아의 지배를 받았는데, 이후 1960년대가 되어서야 독립국이 될 수 있었다. (영화에서 오직 이탈리아 대사관만이 구조기를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이탈리아가 오랜 기간 소말리아를 지배하면서 다양한 루트의 정보력과 영향력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1969년에 쿠데타로 집권한 시아드 바레(Siad Barre) 대통령은 스스로가 공산주의자였기 때문에 정권 초반만 해도 소련, 중국, 북한 등과 굉장히 가까웠다. 참고로 바레 대통령은 군에서 소장으로 재임 당시 쿠데타를 일으켜 소말리아의 3대 대통령이 됐으며, 무려 22년 동안이나 독재했다. 쿠데타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소련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친 공산주의자로서의 길을 걸을거라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대통령이 되고 나서부터는 적극적으로 미국의 투자와 지원을 유치해 기반시설이라 할 수 있는 고속도로와 공항, 항구 등을 건설했을 뿐만 아니라 발전소도 지어 경제성장을 위한 기틀을 닦았다. 실제로 당시 소말리아의 경제는 아프리카 내에선 압도적일 정도로 놀라운 성장을 거듭했다. 미국이 바레 대통령을 두둔했던 이유는 당시 냉전시기를 맞아 미국과 소련이 진영경쟁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바레 대통령은 양 진영의 비위를 맞춰가며, 나름의 중립외교를 했던 것이다.

 

문제는 이를 계기로 소련의 미움을 사게 됐으며, 이후 1977~1978년, 에티오피아의 오가덴(Ogaden) 지역을 빼앗기 위해 전쟁을 벌였지만, 소련이 에티오피아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패배하게 된다. 당시 소말리아 측의 명분은 오가덴 지역에 자국민들이 많이 살고 있으며, 핍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해방시키기 위함이라 밝혔다. 역사적으로 보면, 전쟁을 일으키는 명분이 의외로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동과 가까운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물론 소말리아가 오가덴을 침략한 이유를 종교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중동지역과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는 소말리아는 이미 중세시대 때부터 이슬람을 받아들였으며, 특히 모가디슈는 동아프리카 이슬람의 중심지였다. 이에 반해 주변국인 에티오피아는 기독교 국가로서 정체성을 갖추고 있었다. 이슬람 급진 무장단체들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눈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암튼 소말리아는 오가덴에서의 패배를 기점으로 국력이 급격히 기울게 된다.

 

막대한 빚더미와 배상금도 문제지만, 미국이 추가지원을 중단하면서 문제가 더욱 커지게 된다. 이에 바레 대통령은 한정된 자원을 정치적 기반인 자신의 부족에만 집중했고, 이에 다른 군벌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중에서 무하마드 파라 아이다드(Mohamed Farrah Aidid) 장군이 이끄는 반군(민병대)이 바레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일으킨 무력투쟁이 바로 영화의 배경이 되는 소말리아 내전이다. 참고로 아이다드 장군은 영화 '블랙호크다운'에서 미군이 반드시 잡으려고 했던 작전의 타겟이 됐던 사람이기도 하다.

 

② 남북 UN 동시가입

1980~1990년대는 UN가입을 둘러싸고, 대한민국과 북한이 아프리카의 표를 얻기 위해 외교적인 견제와 경쟁이 치열했던 시기였다. 공식적으로 대한민국과 북한은 현재도 전쟁을 잠깐 멈춘 상태에 불과하므로, 당시에는 어느 쪽 정부가 정식 정부인지 논쟁이 치열했다. 그동안은 대한민국이 UN가입을 신청할 때마다 UN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소련이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UN의 회원국이 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이미 UN사무총장까지 배출한 현시점에서는 까마득한 옛날 얘기 같지만, 불과 30년 전의 이야기다.

 

한신성 대사 역의 김윤성

 

하지만 노태우 정권의 북방외교가 힘을 발하고, 소련과 수교(1990년)를 맺으면서, 결국 1991년 7월에 남한과 북한은 동시가입에 성공한다. 즉, 한반도에 2개의 주권국가가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공인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외교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영화의 배경은 아직 UN가입이 성사되지 않은 1990년 7월이기 때문에, 남과 북의 치열했던 외교전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신성(김윤성) 대사가 소말리아 반군이 북한제 무기를 사용한다고, 바레 정부의 인사들에게 어필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소말리아에 지난 1966년부터 공관을 개설한 북한이 외교전에서 훨씬 앞섰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뒤늦게 1987년이 돼서야 공관을 설치했다. 하지만 뒤이어 1988년에 서울올림픽을 개최했을 정도로 경제가 발전했고,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경쟁이 가능했던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소말리아는 오가덴 전쟁 이후 경제가 폭망한 상태였으니, 한국의 드라마틱한 경제성장 스토리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모가디슈 출연진, 실존인물

 

영화 모가디슈 출연진 정보

한신성(김윤석) 대사와 강대진(조인성) 참사관을 주축으로 한 대한민국 공관팀과 림용수(허준호) 대사와 태준기(구교환) 참사관으로 이뤄진 북한 공관팀이 등장한다. 영화는 앞서 언급한 대로 두 나라의 치열한 외교전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이를 수행하는 외교관들의 미묘한 감정싸움을 굉장히 잘 표현했다. 영화 속 소말리아 내전이라는 위기상황은 상당히 빠르게 발생한다. 사실 내전이 굉장히 갑작스럽게 일어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이는 감독이 소말리아의 정치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대신 탈출 그 자체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강대진 참사관 역을 맡은 조인성

 

한신성 대사가 본국에 연락을 취해보지만, 통신이 두절된 상태였기 때문에, 빠른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나마도 소말리아 외교부 장관과 공항수비대장에 요청해 경비병을 지원받을 수 있어, 공관 자체는 상대적으로 안전했지만, 북한 측 공관은 경비병이 따로 없었던 탓에 어쩔 수 없이 인도적인 차원에서 한국 측 대사관에 함께 머무르게 됐다. 이 과정 역시 상당히 설득력 있게 묘사됐는데, 이는 배우들이 주는 연기의 힘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책과 모래주머니를 부착한 차량

 

마지막 희망은 이탈리아 측에서 준비한 구조기였지만, 북한은 이탈리아와 수교를 맺지 않았기에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한신성 대사의 간곡한 부탁으로 겨우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 대사관까지 이동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반군들이 도시를 점령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 대해 굉장히 공격적이었기 때문인데, 이에 4대의 차량에 책과 모래주머니 등을 부착해 방탄차량으로 만들어 이동한다. 하지만 이들을 반군으로 오인한 정부군의 사격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차량 추격전이 등장하고, 매우 긴박감 넘쳤다.

 

이후 이탈리아의 구조기를 타고 소말리아를 탈출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제작비가 240억원이나 투입된 대작인 만큼 시각적인 요소가 잘 표현됐다. 아프리카 특유의 색감이 잘 묻어났을 뿐만 아니라 소말리아라는 생소한 지역을 현장감 있게 묘사했다. 개인적으로는 눈물을 짜내는 특유의 신파를 배제하고, 감정을 절제시킨 부분이 맘에 들었다. 지난 2021년 청룡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조연상, 미술상, 최다관객상 부문에서 수상을 했으며, 오는 5월에 개최되는 백상예술대상에서도 무려 9개부문에 후보로 노미네이트 된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출연진, 평점 (+솔직후기)

최근에 본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내 기준에 대체로 괜찮은 웰메이드 영화였다. 이 정도면 생각해볼 만한 지점도 많고, 상징과 그 숨겨진 의미를 쫓아가는 재미도 상당했던 것 같다. 다

solenedu.tistory.co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