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는 요새 대세인 손석구 배우가 출연했다길래 별생각 없이 봤는데, 굉장히 몰입감 있게 잘 봤다. 요새 20대의 로맨스를 다룬 웹드라마들이 워낙 많아서, 이런 소재를 굳이 영화로 제작할 필요가 있었나 싶긴 하지만, 나름 요새 20~30대들이 생각하는 연애관을 상당히 직설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네티즌 평점 역시 상당히 후한 편인데, 네이버 영화 7.98점, 다음 영화 7.7점이나 된다. 로맨스 영화 치고는 상당히 선방했다. 나 역시 보는 내내 부담 없이 재밌게 즐겼던 것 같다.
다만, 영화의 수위가 그 어떤 수준보다 높은데도 불구하고,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물론 장면 자체는 딱히 수위가 높지 않지만, 대화만 보면 거의 29금이나 39금을 줘야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영화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단순히 얼마만큼 벗었나를 가지고 심사했나 보다. 영혼 없이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정가영 감독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를 연출한 정가영 감독은 리틀 홍상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이전 작품인 '밤치기', '비치 온 더 비치(Bitch on the beach)', '하트' 모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유가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지만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아마도 감독 자체가 솔직한 작품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
따라서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는 생각보다 굉장히 진지한 영화다.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문구 때문에 가벼운 로맨스 영화나 로맨틱 코미디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정작 내용을 살펴보면, 진중한 질문들과 담화들이 겹겹이 쌓여있다. 특히 청춘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굉장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더불어 썸을 타기 시작될 때의 미묘하지만 아슬아슬하고 위태위태한 감정을 잘 캐치했다. 서로 덤벼들(?) 타이밍만을 기다리는 순간의 그 긴장감을 과연 그녀보다 잘 표현할 수 있는 감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탁월했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출연진, 평점, 넷플릭스
① 함자영
로맨스 영화는 등장인물이 얼마나 매력적인가가 관건인데, 둘 다 괜찮았다. 특히나 함자영은 솔직한 여성을 상징한다. 그걸 전종서 배우가 잘 표현했다. 솔직히 소름 끼치도록 예쁘다는 생각은 안들었지만, 적당히 사랑스러운 흔녀의 모습을 소름 끼치도록 완벽하게 연기했다. 사회생활을 시작도 하기 전에 9,000만원 이나 되는 빚을 가지고 시작하는 청년이 현실에서 연애를 시작하려 해도 쉽지 않다는 사실에 공감됐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책임을 지지 않는 이른바 쿨한 방식이 유행하는 것이다.
전종서의 연기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다. 배우 스스로가 매 작품마다 너무 과몰입한 상태라 되레 자연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는 오히려 설득력 있었다. 전종서는 영화 '버닝'부터 폭발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진 탓에 무명기간이 짧고, 작품 경험이 많지 않다. 물론 경험에 비해 훨씬 괜찮은 연기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맞지만, 아직은 좀 더 경험을 쌓아야 될 것 같다.
② 박우리(손석구)
손석구가 연기한 박우리 역시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흔남이다. (물론 외모 때문에 흔남처럼 보이진 않는다.) 문예창작과를 나와 소설가로서의 꿈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를 포기한 체 잡지사에서 일하고 있다. 편집장의 요구에 따라 원하지 않던 자극적인 칼럼을 써야만 했고, 어쩔 수 없이 '오작교미'라는 데이팅 어플을 쓰며 함자영과 만나기 시작한다. 문제는 진짜 사랑을 느껴버린 것이다.
데이팅 어플을 통해 만나 사이라 너무 밝히는 것처럼 보이진 않을까, 함자영을 너무 가볍게 본다는 인식을 주진 않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게 된다. 손석구는 이 과정에서 느끼는 남자의 심리를 잘 연기했다. 확실히 주변에서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걱정 탓에 쉽게 솔직해지기 어려운 것 같다. 영화는 연애하는 와중에 느끼는 이런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감정을 잘 갈무리하고 있다.
문제는 영화 전반부의 이런 솔직한 담론이 끝나고 난 뒤부터, 후반부의 전개와 결론은 너무 평범했다. 결국 함자영의 전남자친구와 박우리의 직장 내 여자선배를 활용한 뻔한 갈등구조를 활용해 마무리했다. 그렇다 보니, 딱히 뭔가 기억에 남는다기 보다는 굉장히 구태의연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전반부에 집중됐던 통통 튀는 대사가 좋았던 인상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그냥 평범한 작품이 돼버리고 말았다. 마무리가 아쉬웠던 대표적인 작품이 될 것 같다. 참고로 현재는 넷플릭스에서 작품을 시청할 수 없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