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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드라마

종이의집 한국판 실패한 이유 (+원작과의 3가지 차이점)

by 쉼 표 2023. 8. 17.

사실 한국판 '종이의집'은 대체로 잘 만들어진 수작이다. 원작을 접하지 못한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꽤나 재밌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는 원작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종이의집 한국판이 실패한 이유

① 주연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

일단 몇몇 출연자들의 연기가 너무 어색했다. 가장 실망했던 배우는 전종서다. 원작의 도쿄는 대문자 F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극단적으로 감정적인 인물이다. 따라서 그녀는 각종 트롤링과 선동이 일으켰으며, 서사의 중심에 섰다. 반면, 한국판의 도쿄는 순하디 순한 양이었다. 마치 교수의 충직한 부하 같았다. 길들이기 힘든 표범을 순하디 순한 양처럼 연기한 것이다. 순한 맛 도쿄를 보고 있자니, 앙꼬 없는 찐빵을 먹는 느낌이었다.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국판 '종이의집' 도쿄 역을 맡은 전종서

 

원작의 교수는 평소엔 찐따미가 느껴지는 귀여운 캐릭터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보여주는 반전매력이 압권이다. 그런 입체적인 면모를 잘 살려야 되는데, 유지태는 시종일관 힘을 준채 연기하면서, 하나의 캐릭터에 갇혀버렸다. 원작의 나이로비 역시 이성적인 모습과 돌아이 같은 모습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이중적인 캐릭터였지만, 장윤주가 이를 단순히 걸크러쉬로 평면화시켰다. 이는 정체성을 송두리째 바꾼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판 '종이의집' 덴버 역을 맡은 김지훈

 

물론 덴버와 스톡홀름 역을 맡은 김지훈, 이주빈은 오히려 극찬을 받았다. 특히 김지훈은 배우로서 재발견한 느낌이 들었을 정도였다. 원작의 덴버는 단순무식하고 폭력적인 캐릭터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스톡홀름에게만큼은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이는 게 포인트다. 덴버 특유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를 제대로 재현했을 뿐만 아니라 경상도 사투리 역시 네이티브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했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② 실패한 파트나누기 전략

뿐만 아니라, 1개의 시즌을 파트1과 파트2로 나눠서 공개한 점 역시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 나름 주목을 받았던 파트1과 달리 파트2는 정말 소리소문도 없이 묻히고 말았다. 이는 파트1을 방영하고, 무려 6개월이나 지난 뒤에 파트2를 공개한 탓이 크다. 범죄물의 특성상 이전의 서사를 반드시 기억해야 되는데, 반년이라는 시간 자체가 너무 길었다. 6회나 되는 파트1을 다시 정주행 하자니, 꼼꼼히 시청해야 될 만큼 숨겨진 상징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그냥 시청을 포기한 채 결말만 확인한 것이다.

 

물론 구독자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인기가 많은 콘텐츠의 공개를 나눠서 하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실제로 '더 글로리'의 경우, 파트1과 파트2 간에 대략 3개월 간의 간극이 있었는데,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이는 '더 글로리'의 완성도가 이례적으로 높았던 탓이 크다. 즉, 웬만한 작품으로는 파트를 나누는 전략 자체가 의미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누더라도 3~6개월은 너무 길고, 대략 2주나 1달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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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파트 나누기 전략을 하지 않았더라면, 한국판 '종이의집'은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고민한 흔적들이 많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원작 '종이의집' 전 시리즈를 재밌게 본 일인으로서 두 작품 간에 차이점을 비교해 보는 게 의미 있을 것 같아 준비해 봤다.

 

종이의집 한국판, 원작과의 3가지 차이점 총정리

① 스페인에서 통일한국으로 변경된 세계관

원작은 현실 속의 스페인 조폐국을 터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사건이 실제로 벌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마도 마드리드 시내 전경을 보여주고, 버스와 지하철 등을 등장시킨 것 역시 매우 의도적인 연출이었을 것이다.) 시대적인 배경에 집착하지 않고, 조폐국 내부에서 벌어지는 강도단들의 이야기에 집중한 탓에 제작된 지 수년이나 지난 현시점에서 봐도 딱히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반면, 한국판은 배경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시기를 2026년 9월초로 못 박았을 뿐만 아니라 통일 직전의 한국이라는 가상 시나리오도 들고 왔다. 공동경제구역 내에 위치한 한반도 통일조폐국이라는 실존하지 않은 곳을 강도단이 터는 것이다. 확실히 현실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등장한 북한에 대한 묘사 역시 온갖 클리셰에 뒤덮여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매우 강했다. (물론 외국인 입장에서 북한은 미스터리 한 곳이기에 글로벌 흥행에 있어서는 도움이 됐을 것 같다.)

 

한국판 '종이의집' 하회탈

 

한국판인 만큼 어떻게든 한국적인 색채를 입히려 했던 것은 절반의 성공 정도로 봐야 될 것 같다. 원작의 상징인 살바도르 달리 가면을 하회탈로 바꾼 것은 원작의 정신을 계승함과 동시에 리메이크 작품 만의 고유함을 동시에 잘 살린 시도였던 것 같다. 사물놀이를 기반으로 한 배경음악이나 나전칠기를 활용해 만든 장식 등은 꽤나 볼만했다. 하지만 이외에는 딱히 도드라진 부분이 없었다. 되레 한국적인 분위기를 너무 강박적으로 강조하다 보니, 원작 특유의 아나키스트적인 느낌이 퇴색 돼버렸다.

 

② 살아남은 베를린과 뒤바뀐 설정

한국편에서 가장 많이 변화된 캐릭터가 있다면, 베를린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틱한 서사를 삽입하다 보니, 탈북자 출신이 됐으며, 교수와는 탈북하는 과정에서 헤어진 친형제 사이로 뒤틀렸다. 형을 살리고 동생이 대신 북한에 남은 게 좀 더 그럴듯해 보였는지, 베를린은 동생이 됐다. 참고로 원작에서 베를린과 교수는 친형제가 아닌 엄마는 같고, 아빠가 다른 이부(異父) 형제 사이였다.

 

원작과 많이 다른 한국판 베를린

 

결말 역시 많이 바꿨다. 원작에서 베를린은 시즌1(파트1~2)을 기점으로 사망한다. 물론 베를린 자체가 시즌2(파트3~5) 내내 교수의 회상 속에서 등장하기 때문에 함께 한다고 할 수 있지만, 한국판에서는 시즌2(파트3)에 대한 계획이 없어서 인지 그냥 살려냈다. 무난한 해패엔딩을 선택한 만큼 당연히 비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원작의 동성애 코드 역시 사리지고, 대신 충직한 부하이자 사랑하는 연인인 서울(임지연)이 등장한다.

 

한국판 '종이의집' 베를린 역을 맡은 박해수

 

③ 오리지널 캐릭터, 서울의 등장

서울은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한국판 만의 오리지널 캐릭터다. 다만, 원작에도 비슷한 캐릭터가 있는데, 강도단의 종범이라 할 수 있는 마르세유다. 마르세유와 서울 모두 강도단으로서 본격적인 활약을 한 것은 아니지만, 외부에서 조력자와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물론 서울은 베를린의 오른팔 정도가 아닌 연인이라는 점에서 색다른 서사를 갖추긴 했다. 참고로 마르세유와 서울은 전투캐릭터로서 무력이 필요한 순간마다 해결사 역할을 한다.

 

한국판 '종이의집' 서울 역을 맡은 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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