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라는 그룹 자체가 국민어플인 카카오톡에서 시작한 만큼 계열사들 대부분이 서민밀착형 사업에 진출해있다. 이 때문에 쉽게 부딪치는 이슈가 바로 골목상권 침해다. 모빌리티나 헤어숍, 꽃배달 분야 등에까지 영역을 확장하다 보니, 당연히 이슈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택시업계는 단체행동에 나섰지만, 나머지 소상공인들은 대항이 불가능했다. 그래도 지난 2021년 9월 국회에서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에 관해 공론화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공존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리긴 했다.)
이렇게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회적인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카카오 그룹 자체가 공격적인 M&A로 단기간에 덩치를 키웠기 때문이다. 문제는 워낙 여러 회사들을 인수하다 보니, 회사들 간에 겹치는 사업영역도 있고, 계열사끼리 서로가 서로를 견제해야 되는 아이러니한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번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먹튀논란을 깊이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해상충이 왜 발생하는지를 알아야 된다.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먹튀사건
카카오페이는 다가오는 비대면 시대에 발맞춰 혁신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갖고 태어난 기업이다. 지난 2021년 11월 3일에 코스피 상장에 성공했으며, 단번에 20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형성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종목으로 발돋움했다. 지난 2021년 한해 매출 4,500억원, 영업이익은 적자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카카오페이는 공모가가 너무 높아서 상장 때부터 말이 많았다. 사실 공모주를 파는 주관사 입장에서는 공모가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싸게 팔 이유가 없다. 물론 공모주를 다 팔지 못할 경우에는 이를 떠안아야 되는 리스크가 있어 밸류에이션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2020년과 2021년의 공모주 신드롬을 생각하면 완판을 못하는게 이상할 정도니 그냥 부르는게 값이 돼버렸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직접 나서 공모가를 제대로 산정하라고 제재하는 등 한동안 시끄러웠다.
정말 큰 문제는 상장후 한달여 뒤인 지난 2021년 12월 10일에 발생했다. 카카오페이의 경영진들이 스톡옵션으로 받았던 주식을 대거 매각에 나섰다. 류영준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 8명들(나호열, 신원근, 이지홍, 이진, 장기주, 전현성, 이승효)이 지분을 일부 정리했는데, 시간외매매에서 매도단가 203,704~204,017원으로 무려 440,993주나 풀린 것이다.
① 임원들이 동시에 매각한다는 의미
물론 회사 측에서는 전체 주식수 대비 0.33% 밖에 안되는 물량이라 강변하지만, 그렇잖아도 공모가가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논란이 체 가시지 않았던 시기에 주요 경영진들이 일제히 물량을 던져버린 것은 당시 주가가 고점임을 은연중에 시사하기 때문에 이후 투자심리가 극도로 안좋아지면서 주가가 아예 무너져버렸다.
이 와중에 이들 임원 8인이 카카오페이 주식을 스톡옵션으로 단돈 5,000원에 매수해 이번 매도를 통해 차익을 무려 878억원이나 남겼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당연히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자기들 배만 불린 임원들에게 화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이들은 매우 영리하게도 급하게 주주명부가 확정되기 전에 매각하면서, 대주주에게 부과되는 양도소득세(33%)마저 피했다. 계산해보니, 대략 각각 2~16억원 정도를 절세한 것 같다.
누가 봐도 대주주인 이들이 대주주에게 부과되는 양도소득세를 내야 되는 것이 맞지만, 합법적으로 피하겠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 싶긴 하다. (근데, 원래 스톡옵션이라는 게 동기부여를 시켜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라는 의미로 주는 거 아닌가? 어째 회사의 주인인 일반주주들은 이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할수록 피해를 봐야 되는지 모르겠다. 이러니 경영진들이 스톡옵션을 남발하지 않도록 하는 제재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된다.) 주주들을 배려하지 않고 뒤통수를 친 것은 그렇다 치고, 알뜰하게 절세한 것도 그렇다 치는데, 그 과정이 딱히 공정해 보이지 않는 것은 큰 문제다.
② 직원들과 기관, 2대주주
원래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2대주주인 중국계 알리페이가 대거 오버행(overhang)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다. 행오버는 언제든 매도에 나설 수 있는 잠재적인 주식물량이다. 알리페이가 기업공개 후에도 카카오페이 지분을 38.7%나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고점이 됐을 때는 매도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이었다. 당시 류영준 대표는 알리페이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쉽게 매각하진 않을 거라며, 시장을 다독이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정작 본인과 임원진들이 뒤통수를 쳤다.
많은 물량을 배정받은 기관들은 논외로 하고, 쌈짓돈으로 우리사주를 신청한 직원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이들 역시 보호예수기간 1년 때문에 못팔고 있는 상황에서 임원들이 자신들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회사주식을 사서 얌체같이 주가가 고점일때 매각하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자신이 보유한 회사의 주가가 하루가 다르게 폭락하는 것을 보고 있다. 당연히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③ 문제는 아직도 많이 남은 스톡옵션 물량
근데 진짜 심각한 문제는 아직도 스톡옵션 물량이 어마어마하게 남았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 12월 10일에 매도했던 물량은 전체 스톡옵션 물량에 약 29.7% 밖에 안된다. 즉, 약 70.3%가 더 나와야 된다. 특히 류영준 대표이사와 이승효 부사장은 곧 인사이동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스톡옵션을 행사해야 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류영준 대표이사는 올해 6월까지 남은 스톡옵션 전체를 행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해상충 문제발생
경영진이 이렇게 물량을 던진 것은 분명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 하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면, 간단치 않은 문제가 있다. 다가올 2022년 3월에는 카카오 그룹내 인사이동이 예정되어 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는 지주회사인 카카오의 대표이사로, 이승효 부사장 역시 카카오페이의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의 대표이사로 영전된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카카오 그룹 내에는 서로 다른 계열사가 같은 사업을 하거나 서로 이해가 충돌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페이 vs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를 예로 들어보자. 혹시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차이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 혹시 있나? 단순히 카카오페이가 간편결재 사업을 하고, 카카오뱅크은 온라인 은행이라고 생각했다면, 좀 더 공부를 해야 된다.
두 회사 모두 핀테크 사업에 집중하며, 가장 선두에 있는 핵심사업은 다를지 몰라도 이외에 나머지 분야들에서는 중복되는 사업이 현재도 많지만, 미래에는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에 체크카드만 생각해봐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각각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각자의 체크카드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플랫폼이라는 동일한 영역에서 확장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종국에는 서로가 서로의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래는 카카오페이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카카오페이는 간편결재와 간편송금 서비스를 기반으로 이용자를 확보하고, 청구서, 멤버십 같은 일상적인 경제활동을 카카오페이에서 처리해서 사람들을 락인시킨후 이후 대출, 투자, 보험 등 다양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위 카카오페이 비즈니스 모델에서 회사명에 카카오페이 대신 카카오뱅크를 넣어봐라. 그게 바로 카카오뱅크 비즈니스 모델이다. 사실 이 전략은 카카오 그룹의 지주회사인 카카오 입장에서는 괜찮은 전략이다. 어쨌든 고객은 카카오 그룹이 제시한 폭넓은 옵션들 중에서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카오의 주주 역시 자회사들이 이렇게 치열하게 경쟁하며 혁신하는 것은 꼭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주주입장에서는 어떨까? 본인들이 투자한 회사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가는 것을 원할텐데, 매번 새로운 영역에 도전을 할 때마다 한 지붕 안에 있는 다른 계열사의 눈치도 봐야 되고, 지주회사의 컨펌도 함께 받아야 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교통정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지주회사인 카카오의 대표이사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해진다. 그런데 만약 대표이사가 따로 카카오페이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 당연히 카카오뱅크 주주입장에서는 대표이사가 카카오페이 편을 들어 사익편취를 하면서 카카오뱅크의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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